[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평소에 신고 연습을 했던 부츠에 문제가 생겨 이틀 전에 오른 쪽을 바꿨어요. 새 부츠는 딱딱하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발이 벗겨지고 불편하죠. 하지만 큰 문제없이 경기를 마쳐서 만족하고 있어요."
국내 피겨스케이팅의 시즌을 알리는 회장배 전국랭킹대회가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지난 3년 동안 한국 피겨 여자 싱글은 박소연(15, 강일중)과 김해진(15, 과천중)의 '2인 경쟁 체제'로 흘러갔다.
김해진은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인 종합선수권에서 3년 연속(2010~2012) 정상에 등극했다. 종합선수권에서 늘 2위에만 머물렀던 그는 지난해 랭킹대회부터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박소연과 김해진의 경쟁은 서로의 발전에 좋은 자극을 주고 있다. 지난 9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에 출전한 박소연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박소연은 김연아(22, 고려대)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린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불과 1주일 후 김해진은 슬로베니아 브레드에서 열린 5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머줬다. 한 사람이 도약하면 또 다른 한 사람이 앞서가는 이들의 선의의 경쟁은 한국 피겨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두 선수의 상태는 최상이 아니었다. 박소연은 실전 경기를 치르기 이틀 전에 오른 쪽 스케이트 부츠를 바꾸는 모험을 시도했다. 여기에 무릎 상태도 좋지 않다. 김해진 역시 무릎을 비롯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무리하게 점프를 강행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박소연은 147.33점의 좋은 점수를 받으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이번 대회 남녀 싱글 3위 이상 입상자는 내년 2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박소연은 우승을 차지했지만 나이 제한 규정(4대륙선수권은 1997년 6월30일 이전 출생자만 출전할 수 있음 - 박소연은 1997년 10월24일 출생) 때문에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4대륙선수권이 열리는 일본 오사카에 정말 가고 싶었는데 많이 아쉬워요. 하지만 기회는 또 찾아오기 때문에 그 때를 위해 준비하고 싶습니다."
오른 쪽은 딱딱한 새 부츠를 신고 나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박소연은 자신의 장기인 퀄리티 높은 점프를 무리 없이 성공시켰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를 깨끗하게 성공시킨 박소연은 더블 악셀+더블 토룹+더블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는 가산점(GOE)도 챙겼다.
트리플 룹을 시도하다가 빙판에 넘어졌지만 더블 악셀과 트리플 살코+더블 토룹을 성공시켰고 가산점도 놓치지 않았다.
박소연의 장점은 점프의 질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박소연의 경기를 지켜본 한 피겨 관계자는 "박소연의 점프는 높고 비거리도 뛰어나다. 이번 대회에서는 실수율도 적었다. 여기에 컴포넌트 점수도 많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박소연은 국내대회는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롱에지와 언더 로테 판정을 좀처럼 받지 않는다. 점프의 회전력과 비거리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가산점을 꾸준히 챙기고 있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고 부츠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박소연의 ‘명품 점프’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점프 성공률이 낮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이 부분도 극복해냈다.
"현재 무릎이 안 좋지만 전국종합선수권이 열리는 내년 1월까지 치료를 받으면서 좋은 컨디션을 만들고 싶어요. 또한 연습도 열심히 해야겠죠.(웃음) 내년에 열리는 종합선수권에서는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나이 제한 규정 때문에 박소연은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3위부터 6위까지 이름을 올린 최휘(14, 과천중), 변지현(13, 강일중), 박경원(13, 도장중), 김규은(13, 연화중) 등도 모두 어린 나이 때문에 4대륙선수권에 출전할 수 없다. 2위에 오른 김해진(1997년 4월23일생)과 7위를 기록한 박연준(1997년 1월8일생)은 이번 대회를 통해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 티켓을 확보했다.
박소연의 올 시즌 목표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는 것이다. 언제나 웃는 표정을 잃지 않는 그는 "랭킹 대회는 약간 인연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잘하는 동료들이 너무 많아서 더욱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 = 박소연, 김해진, 최휘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