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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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손연재, 어른들의 타협이 절실

기사입력 2012.10.19 01:06 / 기사수정 2012.10.19 09:3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평소보다 말이 없고 실망감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내색은 하지 않았어요. 공항까지 준비를 하고 갔는데 다시 돌아왔으니 선수의 심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겠죠."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 세종고)가 상심에 빠졌다. 선수 등록을 위해 이탈리아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비행기 표가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1시3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수속 준비를 하던 손연재와 IB스포츠 관계자는 대한체조협회로부터 불참 의사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대한체조협회와 손연재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의 관계는 골이 깊어지고 있다. 런던올림픽 이후 부쩍 커버린 손연재에 대한 '관리 문제' 때문이다. 가장 큰 계기가 됐던 것은 지난 9월28일 일본에서 열리는 이온컵 대회 출전 여부였다. 당시 대한체조협회는 손연재 측에 이 대회에 출전하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일본은 리듬체조에도 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 중 하나다. 매년 국제대회인 이온컵 대회를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초청해 리듬체조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대한체조협회는 손연재 측에 이 대회 갈라쇼에 출연하라고 제의했다.

당시 추석 연휴 중이던 손연재는 갈라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또한 독도 문제로 인해 한일간의 정치적인 상황도 민감하던 와중이었다. 또한 이 시점에는 국내에서 열리는 갈라쇼도 준비하고 있었다.

갈라쇼를 진행하던 상황에서도 협회와 IB스포츠의 관계는 편치 않았다. 한 협회 관계자는 "이제 손연재는 협회의 관리가 필요하다. 연예인의 이미지를 벗어나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손연재 측의 입장은 다르다. IB스포츠의 관계자는 "지금까지 협회에서 요구한 모든 요청과 행사에 충실하게 응해왔다. 그러나 협회 쪽에서 요구하는 것들 중 모든 것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되면 (손)연재는 훈련을 할 시간도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수로서의 민감한 문제 때문에 연재가 도저히 참석할 수 없는 행사도 있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빡빡한 일정 속에서 협회가 요구한 대부분의 요청에 따랐다"며 "협회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면 고맙게 생각하면서 따를 예정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상황에 따라 도저히 불가피한 일정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아니라면 협회의 요구에 응할 것"이라고 덧붙었다.



한국 스포츠는 훌쩍 커버린 선수와 협회가 갈등을 겪는 사례들을 수없이 경험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고의 성과를 올린 손연재도 이러한 길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협회 측은 "손연재는 아직 절정에 다다른 선수가 아니다. 지금은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IB스포츠 측은 "런던올림픽 이후 새로운 후원계약은 단 하나도 없었다. 기존의 스폰과 재계약을 했을 뿐이다. 선수로서의 손연재가 언제나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권위주의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선수의 입장을 반영해야 하는 풍토가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공항까지 간 선수가 늦은 통보로 인해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했던 사건은 분명 재고되어야할 문제다.  

한국 리듬체조의 위상을 높인 인재를 살리려면 화해와 타협이 절실하다. 손연재의 '비상'을 위해서는 어른들이 한 걸음씩 물러나 협력을 도모해야할 시점이다.

[사진 = 손연재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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