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손연재와 친구들'은 이틀 동안 신명나는 '한판 굿'을 펼쳤다. 리듬체조란 종목으로 한 울타리에 모인 이들은 치열한 경쟁의식을 버리고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발휘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갈라쇼에 출연한 손연재(18, 세종고)의 위상은 달라져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손연재는 초청 선수들에게 한수 배우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에 열린 2012 런던올림픽 5위에 오르면서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신관 특설무대에서 열린 'LG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2012'에 출연한 이들 중 올림픽에서 손연재보다 앞선 선수는 다리아 드미트리예바(19, 러시아, 런던올림픽 은메달)와 리부우 차카시나(25, 벨라루스, 런던올림픽 동메달) 밖에 없었다.(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안나 베소노바는 은퇴)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이들은 이번 무대에서 '리듬체조의 진수'를 보여줬다. 드미트리예바는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여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2, 러시아)의 후계자로 평가받고 있다. 런던올림픽에서 카나예바와 금메달 경쟁을 펼친 그는 차원이 다른 난도와 연기력을 보여줬다.
25세의 나이에 올림픽 메달 획득에 성공한 차카시나도 노련한 연기를 펼쳤다. 우크라이나의 에이스인 알리나 막시멘코(21, 우크라이나)와 안나 알리브에바(19, 카자흐스탄)는 손연재의 경쟁자들이다. 긴팔과 큰 신장을 갖춘 이들은 뛰어난 표현력과 기술을 지녔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범하고 기복이 심한 단점이 있다.
손연재는 자신의 장점인 정확한 기술을 발휘해 올림픽 5위에 오를 수 있었다. 곤봉에서 수구를 놓치는 큰 실수를 범했지만 후프, 볼, 리본 등에서 28점이 넘는 고른 점수를 받으며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기량 향상은 갈라쇼에서 나타났다. 1회 공연에서는 'My Destiny'에서 실수를 범했지만 2회 공연에서 이를 만회했다. 170cm가 넘는 막시멘코와 알리브에바는 스케일이 큰 동작을 보여줬지만 정교함과 기복이 없는 점에서는 손연재가 앞서고 있다.
리듬체조는 우선적으로 자신이 준비한 것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경쟁자들의 연기와 시즌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점수 경쟁'인 이 종목의 특징을 생각할 때 다른 점수의 기술 구성요소와 점수대를 파악해 자신의 작품을 짜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런던올림픽을 향해 타지에서 비지땀을 쏟은 손연재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지 않겠다는 것이 손연재의 의지다.
2회 공연을 마친 손연재는 "일반적인 경기와는 달리 갈라쇼는 낯선 점이 많다. 하지만 연습을 하면서 적응했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음주에 열리는 전국체전도 있다. 10월 말에는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출국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일정을 밝혔다.
손연재는 다음 달 초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리에A 국제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 대회는 한 시즌동안 좋은 성적을 올린 상위권 선수들이 출전하는 초청대회다. 손연재는 11월 초에 열리는 2차대회부터 연기를 펼친다.
이 대회가 끝나면 차기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절대 강자'인 카나예바가 매트를 떠나는 내년 시즌은 리듬체조 요정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손연재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