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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특집 ①] 손연재,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이유

기사입력 2012.09.12 00:08 / 기사수정 2012.09.12 11:2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변방에 있었던 한국 리듬체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인 손연재(18, 세종고)는 기대주를 넘어서 세계 상위권 도약에 성공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획득했고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시리즈에서도 동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그리고 역대 한국 리듬체조 올림픽 최고 성적인 5위를 달성하면서 '불가능'을 '현실'로 바꿔놓았다.

차상은 MBC 리듬체조 해설위원은 "오래전 일본 선수가 월드컵대회에서 7위에 오른 것이 극동선수가 이룩한 최고 성적이었다. 손연재의 올림픽 5위는 실로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손연재는 최근 3년 동안 괄목하게 성장했다. 2년 동안 자신의 개인종합 점수를 무려 3점 이상이나 끌어올렸다. 현역 선수들 중 단기간에 이 정도로 점수를 끌어올린 이는 흔치 않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준 전체적인 밸런스와 기술 요소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능력. 그리고 뛰어난 표현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리듬체조는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진 대표적인 종목이었다. 긴 팔과 다리, 여기에 유연성과 표현력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아시아 선수들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손연재는 이러한 높은 벽을 조금씩 허물며 세계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손연재는 아직 정점을 향해 도약하고 있는 선수다. 런던올림픽에서 5위에 오르는 성과를 남겼지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6년에 열리는 리우올림픽을 남겨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선수로서의 진정성을 지키는 것과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손연재의 진가는 매트 위에 섰을 때 나타난다

지난 2009년 11월 국내 유망주였던 손연재는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국제체조연맹(FIG)이 주관하는 주니어대회인 '2009 슬로베니아 리듬체조 챌린지대회'에 출전한 그는 개인종합은 물론 후프와 줄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해 3관왕에 등극했다.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얼굴을 알린 손연재는 세계 리듬체조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특히 '리듬체조 최강국' 러시아의 리듬체조협회장인 이리나 비너르의 시선도 사로잡았다. 6살 때부터 리듬체조를 시작한 손연재는 기본기가 탄탄하고 모든 종목을 골고루 잘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성실함도 갖췄다.

이러한 점을 인정한 비너르는 지속적으로 손연재에 관심을 보였다. 결국 지난해부터 러시아 모스크바로 훈련장을 옮기게 됐고 ‘고속 성장’이 시작됐다. 2010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손연재는 그해 열린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때만해도 종목당 23~24점대의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모스크바 인근에 위치한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 둥지를 푼 뒤 비상하기 시작했다. '여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2)와 다리아 콘다코바(21, 이상 러시아)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잠재력이 폭발했다.

급격히 성장한 손연재는 아시아권의 강자인 안나 알야비예바(19, 카자흐스탄)와 율리아나 트리피모바(23, 우즈베키스탄) 등을 제쳤다.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거치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지킨 손연재는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 5위에 오르는 성과를 남겼다.

순수하게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손연재가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서 연습을 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CF 촬영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부가적인 일에 참여했다.

런던올림픽을 마친 손연재는 각종 행사와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올림픽을 통해 큰 인기를 얻은 만큼 대중들의 관심에 응해주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어리고 정상으로 가기 위해 노력 중인 손연재의 상황을 봤을 때 이러한 부분은 원만하게 조절돼야 한다.

한 협회 관계자는 "운동선수는 경기장에 있을 때가 가장 빛난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운동 외적인 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도가 너무 과하면 어린 선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체조 관계자는 "손연재는 아직 절정에 다다른 선수가 아니다. 어린 선수인 만큼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라고 충고했다.

한국 스포츠에 과도한 관심과 포장으로 서서히 잊혀져간 기대주들이 있었다. 운동선수의 진정성은 자신이 땀을 흘리는 경기장에서 시작과 끝을 맺는다. 손연재는 런던올림픽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갈채를 받을 수 있었다.

리듬체조의 가장 대표적인 대회는 월드컵시리즈와 세계선수권대회다. 일부 월드컵시리즈는 TV중계가 되지 않기 때문에 대중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매트에서 최선을 다하며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손연재의 모습이 자주 비쳐지는 부분도 필요하다.

지난 8일 손연재는 KBS배 전국리듬체조대회가 열린 강원도 양구군에서 팬사인회를 가졌다. 양구군은 인구 3만이 되지 않는 작은 지역이지만 무려 1000여명에 이르는 지역 주민들이 손연재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사인을 받으려는 이들 중 어린 유망주들도 많이 눈에 띠었다. 미래의 손연재를 꿈꾸는 유망주들은 "런던올림픽 때 연재 언니의 연기가 너무 멋있었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싶다"라고 입을 모았다.

유망주시절부터 손연재는 한결같은 길을 걸어왔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했고 자신은 물론 보는 이들을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펼치기 위해 초심을 품고 여기까지 왔다. 척박한 황토에서 자란 리듬체조의 '꽃'이 더욱 활짝 피도록 가꿀 시점이다.



[사진 = 손연재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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