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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런던] '묵직한 무게감' 대한민국 8,9번째 금메달

기사입력 2012.08.04 04:38 / 기사수정 2012.08.04 04:47

김덕중 기자


한국 선수단이 런던의 청아한 하늘에 8,9번째 태극기를 띄웠다. 8번째 주인공은 남자 양궁의 오진혁이요, 9번째 주인공은 남자 펜싱 에페 선수들이다. 어느 메달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러나 이번 메달은 무게감부터 뭔가 묵직하다.    

한국 양궁에 소외된 자리 없다

오진혁이 한국 남자 양궁의 28년 묵은 한을 풀었다. 오진혁은 4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로즈크리켓그라운드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타카하라 후루카와(일본)를 세트포인트 7-1(29-26 29-28 29-29 28-25)로 꺾고 감격적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진혁은 한국 남자 양궁 최초로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주인공이 됐다. 한국 여자 양궁이 1984 LA올림픽을 시작으로 단체전, 개인전 할 것 없이 금메달을 수집했던 것과 달리 한국 남자 양궁은 유독 개인전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오진혁의 금메달은 그만큼 가치가 있고 의미가 남다르다. 과거 '게으른 천재' 시절의 시련과 아픔까지 전해지면서 국민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줬다. 이날 오전 로이터 통신은 "한국 여궁사 기보배가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은 28년간 여자 양궁에 걸린 15개의 금메달 중 14개를 획득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진혁의 금메달 소식을 전할 외신 반응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아마도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한국 양궁에 소외된 자리는 없다고.



오진혁-기보배, 알고보니 '명궁 커플'

런던 하늘에 7,8번째 태극기를 올렸던 오진혁과 기보배가 연인 사이로 알려졌다. 오진혁은 이날 한국 양궁 사상 처음으로 남자 개인전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보배는 하루 앞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며 단체전을 포함해 대회 첫 2관왕에 올랐다. 오진혁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직후 기보배와 곧 결혼할 것이란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오진혁은 기자회견을 통해 아직은 연인 관계로 좋은 만남을 갖고 있는 단계라고 털어놨다. 기보배는 남자 양궁 개인전이 열린 런던로즈크리켓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 오진혁을 정성껏 응원했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남녀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던 박경모와 박성현이 연인 선언을 해 화제를 모았다. 박경모와 박성현 커플도 대회 기간 도중 연인 사이임을 밝혔고 결혼에 골인했다.



'신아람의 이름으로'…하나로 뭉친 한국 검객들

신아람의 눈물은 헛되지 않았다. 전 국민이 울분을 토했던 '마지막 1초' 사건 이후 펜싱 선수들이 힘을 냈다. 1일 최병철의 플뢰레 동메달을 시작으로 2일 김지연의 사브르 금메달과 정진선의 에페 동메달, 3일 여자단체전 플뢰레 동메달에 이르기까지 사흘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4일에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구본길, 원우영, 김정환, 오은석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영국 런던 엑셀 제1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루마니아를 상대로 45-26으로 승리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펜싱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이자 한국의 올림픽 출전 사상 100번째 금메달이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양정모가 첫 금메달을 따낸 이후 한국은 런던올림픽 이전까지 하계 및 동계 올림픽에서 91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편 펜싱은 이번 대회를 통해 효자 종목으로 거듭났다.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외로운 피스트에서 실력으로 아픔을 털어냈다. 또 보란듯이 위기를 극복했다. 



'마린보이' 박태환의 위대한 도전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게 아니라 은메달 획득에 성공한 것이다." 런던올림픽 대회 첫날 남자 수영 자유형 400m에서 부정출발 논란을 겪었던 박태환을 두고 국내의 한 수영 코치가 남긴 말이다. 그는 최상의 몸상태로 결선을 준비할 수 없었던 박태환이 은메달을 따낸 것은 기적같은 일이라고도 했다. '박태환 미라클'을 또 다시 기대할 수 있을까. 박태환이 자유형 1,500m 결선에 진출해 런던올림픽 마지막 역영을 펼친다. 박태환은 3일 영국 런던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남자 수영 자유형 1500m 예선 3조 경기에서 14분56초89의 기록으로 라이언 코크레인(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마지막 50m를 남겨놓고 코너 재거(미국) 추월에 성공해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박태환의 스피드가 레이스 막판 살아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태환은 과거 이 종목에서 경기 후반 체력 저하로 스피드가 급격히 떨어졌던 바 있다. 박태환은 자유형 1,500m 결선에서 7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이 종목 세계기록(14분34초14) 보유자이자 박태환의 '라이벌' 쑨양(중국)은 결선에서 4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박태환은 "1,500m는 쑨양의 주종목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태환의 런던올림픽 마지막이자 위대한 도전은 5일 오전 3시 36분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의 히어로 & 엑스맨

금녀의 벽을 뚫고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자 유도 선수 워잔 샤히르카니가 '오늘의 히어로'다. 샤히르카니는 3일 엑셀 런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유도 78㎏급 32강전에 출전했다. 그의 올림픽 출전은 며칠 전까지도 불투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협의 끝에 '변형 히잡'을 착용하고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의 도전은 82초 만에 한판 패로 끝이 났다. 그러나 이슬람 율법의 어려움을 뚫고 올림픽에 나선 샤히르카니에게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신아람의 '정지된 1초'가 '잔인한 1초'로 바뀌었다. 여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 출전했다 억울한 패배를 당한 신아람을 두 번 죽인 대한체육회가 '오늘의 엑스맨'이다. 대한체육회는 신아람에게 공동 은메달을 수여해달라고 IOC에 요청했다가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IOC가 역대 올림픽에서 공동 메달을 수여한 건 심판진이 매수 사실을 고백했던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이 유일하다.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는 애초 불가능한 일을 억지로 추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고 신아람은 원치 않게 또 한번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됐다.



미리보는 한국 경기(4~5일) - 축구 8강전, 여자 펜싱, 남자 경보 등

홍명보호가 5일 오전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영국 단일팀을 상대로 8강전을 펼친다. 1960년 로마올림픽 이후 5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단일팀으로 출전한 영국은 선수 이름값만 보면 쉽지 않은 상대가 분명하다.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즈가 경고했듯 열광적인 홈 관중들의 응원은 한국 선수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홍명보호의 '비틀즈 코드'가 주효한다면 못 넘을 상대는 아니다. 영국은 단일팀으로 발을 맞춘 지 오래되지 않아 조직력에 문제를 보이고 있다. 웨일즈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국가를 부르지 않는 등 안팎으로 시끄럽다. '정지된 1초' 신아람은 최인정, 정효정과 팀을 이뤄 여자 펜싱 에페 단체전에 나선다. 8강 상대는 세계 랭킹 1위 루마니아. 신아람의 개인전 준결승 상대였던 브리타 하이데만이 속한 독일과는 결승에 가야 만날 수 있는 대진이다. 이밖에 한국 육상은 김현섭이 남자경보 20㎞에 출전해 사상 첫 메달을 노린다. 미국 육상잡지 '트랙앤드필드 뉴스'는 김현섭이 이번 대회 경보 20㎞에서 동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국은 역대 올림픽에서 마라톤 이외의 경기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다.

*굿모닝런던은 다음 올림픽 특집페이지(http://sports.media.daum.net/london2012)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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