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백조는 죽을 때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예술가들의 최후의 걸작을 '백조의 노래(swan song)'라 칭한다. 스포츠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베테랑들에 팬들은 백조의 노래를 기다린다.
유로 2012를 통해 또 하나의 별이 그라운드와 이별을 고했다. 우크라이나의 전설 안드리 세브첸코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유로 2012 조별예선 D조 최종전 우크라이나와 잉글랜드의 경기가 0-1로 끝난 후 "마지막 경기였다"고 고백했다.
세브첸코는 "잉글랜드전이 내가 뛰는 마지막 A매치였다. 나를 응원해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 유로 2012를 준비하면서 온 힘을 다했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무척이나 행복했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밝다"며 은퇴 소감을 덧붙였다.
세브첸코는 축구변방 우크라이나가 낳은 불세출의 축구영웅이다. 지난 1995년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후 17년간 우크라이나의 상징이었던 그는 A매치 111경기에 출전해 48골을 터뜨렸다.
워낙에 대표팀의 전력이 약해 메이저대회서 빛을 보지 못했던 세브첸코였기에 안방에서 열리는 유로 2012를 내심 기대했다. 한국 나이로 37세의 노장은 대회 전 부상을 입었으나 포기하지 않고 재활에 성공하며 마지막 대회에 나섰다.
분명 몸놀림은 전성기 시절의 모습이 아니었다. 전반적인 활약은 날카롭기보다 무딘 느낌이었고 매 경기 90분을 소화하기도 벅찼다. 또 대회 중 무릎에 물이 차면서 최종전에는 20분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세브첸코가 3경기 동안 출전한 시간은 191분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세브첸코는 "이번 유로 2012는 내 축구인생에 있어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 관중 앞에서 우크라이나 유나폼을 입고 플레이하는 것, 그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 밝혔듯 37세의 노구를 이끌고 한발 이라도 더 움직이려 애썼다.
그가 가슴 속에 품은 마지막 바람은 스웨덴 심장에 비수를 꽂으며 화려하게 불타올랐다. 비록 프랑스와 잉글랜드를 상대로 침묵하며 마지막 메이저대회서도 업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투혼을 발휘했던 2골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울려 퍼진 그의 백조의 노래였다.
[사진 = 셰브첸코 (C) Gettyimages/멀티비츠]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