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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어떻게 日 최고 스포츠가 됐나②

기사입력 2012.06.05 10:06 / 기사수정 2012.06.05 10:06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한국 프로야구 30년 역사의 ‘롤모델’은 일본 프로야구(NPB)다. 아픔의 역사를 싣고 있는 개항기에 도입된 야구가 1982년 프로야구원년을 맞이하기 까지 제도적, 스포츠적 '모티브'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장훈, 백인천 등 재일동포 출신 야구인들은 한국 프로야구 창설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선수 수급과 리그의 틀을 갖추는데 아낌없는 도움을 줘 지금의 프로야구 틀을 갖추는데 공헌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구단, 선수간 교류, 국제대회 활성화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한-일 프로야구는 이제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90년대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 등이 일본 무대를 밟는 것을 시작으로 서로간의 격차를 미약하나 줄이고 있다. 또 야구인들의 노력으로 일본식 용어를 줄이면서 한국적인 야구 색깔을 갖춰가고 있다.

최근 미디어의 활성화로 장훈부터 이대호까지, 또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한 교류의 대상인 일본 야구가 재조명되고 있다. 일본 구단의 사례, 역사 등이 한국에 소개되고 있다. 야구가 어떻게 일본 최고 스포츠가 됐는지, 역사적 특성과 야구의 ‘스토리’화와 함께 한국프로야구와 얼마나 닮았는지 알아봤다.




- 단계별 스토리 정착

아사히 신문이 만든 학생야구를 활용한 지역 거점 문화와 요미우리의 프로야구와 일본대표 이미지 형성은 일본야구 성장의 큰 기준을 만들었다. 이는 야구를 배우는 일본 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코시엔을 정복하고, 일본 제일을 달성한 뒤 메이저리그에 맞서겠다”는 '스토리 텔링'이 만들어 진 것이다.


일본 가노야 체육대학 교수인 고다마 미스오는 ‘야구천재 이치로’라는 책을 통해 일본 야구선수 이치로의 예를 들었다. “이치로가 인기 있는 이유는 선대에서 내려오는 스토리 텔링의 완성작이기 때문이다”라며 이치로가 영웅으로 칭송받는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야구 선수를 꿈꾸는 청소년 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인들에게 코시엔의 꿈, 일본시리즈의 꿈, 메이저리그의 꿈을 키우게 했다. 순수 아마추어 스포츠를 지향하는 코시엔은 지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유명인들도 코시엔에 깊은 관심을 줬다.

일본의 록그룹 '엑스재팬(X-Japan)'의 리더 요시키는 자신의 모교인 지바현 아와고교가 코시엔 본선 출전을 결정짓자 한화 1억 4천여만원의 후원금을 냈고 본인도 직접 응원에 나섰다. 유명인이 아닐지라도 자신의 지역 고교가 코시엔에 나가면 지역 축제의 부분이 되고 선수들 또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프로야구 역시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 졌다. 요미우리 중심으로 이뤄진 프로야구는 '반(反)요미우리' 전선을 형성시켜 ‘자이언트 킬링’이 하나의 이야기로 자리잡았다. 동시에 선수 개인은 자신의 지역 구단 입단을 꿈꾸며 프랜차이즈 스타의 탄생으로 연결되는 효과도 있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다. 특히 최근 좋지 않은 조건에도 진출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은 일본인의 메이저리그 정복 심리를 대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와다 츠요시, 가와사키 무네노리, 이와쿠마 히사시는 좋은 기량을 갖췄지만 연봉, 부수입을 포기하고 메이저리그 도전장을 냈으며 사이토 타카시, 쿠로다 히로키, 우에하라 고지는 전성기가 지났음에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우에하라는 “어릴 때부터 정복과 도전이 머릿 속에 자리잡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일본인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일본의 한 칼럼리스트는 “불과 몇 달전 일본시리즈 에이스 투수가 마이너리그 캠프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라며 싱숭생숭한 기분을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전체에 각인된 일본 야구의 ‘스토리텔링’은 현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파급효과를 낳았다.




- 야구의 문화적 파급효과

앞서 언급한 일본야구의 ‘스토리텔링’은 만화, 게임 산업까지 뿌리를 내렸다. 만화의 경우 대표적인 작품이 ‘메이저’다. 이 작품은 시즌 1부터 시즌6까지 구성됐고 한 야구 소년이 경식야구, 학생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미국의 괴물 타자들과 맞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메이저’ 뿐만 아니라 ‘터치’, ‘H2’, ‘다이아몬드 에이스’ 등 많은 야구 만화들이 있으며, 이 역시 만화 왕국의 일본인들이 야구에 대한 로망을 가지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게임 역시 다양한 종류로 발매됐다. 현실성을 추구한 ‘프로야구스피리츠’,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있는 ‘실황파워풀 프로야구’, 스스로 구단 운영을 하는 ‘프로야구 야큐츠쿠’까지 게임 역시 문화적 파급효과를 담당했다.

특히 이들 게임은 현재 한국 프로야구를 모티브로 한 게임에도 라이센스권 판매, 롤모델 제시 등으로 바다 건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형성된 인기와 스토리텔링은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자신과 연관된 팀에 관심을 갖는 문화를 만들었으며, 일본 야구의 인기 요인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스포츠를 넘은 놀이문화

오랜 시간 기틀이 다져진 일본 야구 문화는 한 팬의 입장에서 어린 시절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로 발전했다. 어린이 야구부터 고교야구 응원까지 일본인들은 성장하며 한 번씩 야구를 지켜본 기억이 있다.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미남선수, 응원을 위해 야구장을 찾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구단에선 여성의 날, 여고생 데이까지 활용하며 놀이 문화 만들기에도 열중이다.

일본야구의 인기는 TV프로그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 ‘스맙(SMAP)'의 나카이 마사히로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광팬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밖에 여러 연예인들이 공개적으로 특정 팀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나카이는 ‘코시엔’부터 WBC까지 선수들, 팬들과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 2009 WBC 직전에는 마쓰자카 다이스케, 나카지마 히로유키, 후쿠도메 고스케와 ‘일본대표를 이기자’라는 도전 프로그램으로 연예인 야구단을 이끌고 시청율 20%를 달성한 적도 있다.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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