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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V ④] '최고 세터' 최태웅에게 들어보는 韓배구의 미래

기사입력 2012.05.28 14:52 / 기사수정 2012.07.20 03:1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남자배구에 있어 2012년 런던올림픽 진출은 매우 중요하다. 2004년 아테네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연속으로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에 걸쳐 한국남자배구는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많은 원성들이 쏟아졌지만 세계 배구의 흐름에 뒤쳐진다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월드리그와 월드컵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남자배구는 세계 강호들의 빠른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광석화 같은 빠른 토스로 그들이 한 템포 앞서갈 때 우리는 예전의 플레이를 반복하고 있었다.

세계 배구의 추세를 따라가자는 자성의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반면 우리 몸에 맞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낫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올림픽 예선전 및 월드리그 등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배구는 중요한 과제를 풀어야한다. 올림픽에 출전하거나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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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V ④] '최고 세터' 최태웅에게 들어보는 韓배구의 미래

30년 가까이 세터의 외길을 걸어온 이가 있다. 수많은 국내대회와 국제무대를 뛰면서 그는 세계 배구의 변화와 한국 배구의 정체를 동시에 목격했다. 코트에서 셀 수 없을 만큼 영광도 누렸지만 암이란 복병과도 처절한 사투를 펼쳤다.

분명한 것은 그는 언제나 승자였다는 점이다. 불굴의 세터 최태웅(36, 현대캐피탈)은 누구보다 한국배구의 장점과 문제점을 알고 있는 선수였다. 삼성화재의 전성기는 물론 김세진-신진식(이상 전 삼성화재) 좌우 쌍포를 조율한 세터이기도 했다.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현재 최태웅은 마지막 꿈을 꾸고 있다. 공격형배구를 추구하는 새로운 팀에서 우승을 하는 것이 그의 의지였다.



'최고 세터' 최태웅에게 들어보는 韓배구의 미래


- 만나서 반갑습니다. 시즌이 끝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시즌을 마친 뒤 지금은 몸을 만드는 시기죠. 볼 운동은 안하고 간단한 웨이트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아들들과 많이 친해졌어요.(웃음)

- 2011~2012시즌에서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누구보다 아쉬움이 컸을 걸로 생각하는데요. 지난 시즌에 대해 평가해주시죠.

심리적으로 시즌초반 흔들렸던 점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려면 첫 시작부터가 중요한데 어수선하게 출발한 점이 문제였죠.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이제 3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계신데 혹시 선수생활은 언제까지 하실 예정인가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마흔까지는 하고 싶은 것이 제 의지입니다. 나중에는 주위에서 더 이상 선수생황을 하지 말라는 권유도 들어오겠죠. 팀에 누를 끼치면서까지 선수로 활동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흔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른 초반에는 워낙 부상도 많고 몸이 안 좋았었죠. 그 때는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습니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려고 했는데 후에 다시 복귀했죠. 나이가 들어서 국제대회에 출전하니 유스대표 시절에 만났던 선수들이 아직도 대표 선수로 뛰고 있었습니다. 외국 선수들은 오랫동안 대표 선수로 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솔직히 아직까지도 국가대표에 대한 의지가 남아있습니다.

나라에서 불러주면 언제든 다시 뛸 의사가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후배들이 너무 잘하기 때문에 기회가 올지 모르겠네요.(웃음)

지난 2010년 10월. 최태웅은 뜻하지 않은 불청객을 맞이했다. 피부암의 일종인 림프암이 찾아오면서 훈련과 암 치료를 동시에 병행해야했다. 혹독한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아픈 기색을 내지 않고 훈련에 전념했다.

선수생활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꿋꿋하게 암을 이겨낸 그는 여전히 선수생활은 물론 국가대표에 대한 의지까지 가지고 있었다.

- 최태웅 선수는 한 시대를 풍미한 세터이자 노련한 경기 운영에 있어서는 여전히 현역 최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세터의 중요성을 스스로 느끼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초등학교 시절 기초훈련을 받을 때 당시 선생님이 저만 따로 훈련을 시켰어요. 그것이 바로 세터 훈련이었죠. 그 이후로 계속 세터로 활약해 왔는데 프로에 들어오면서부터 세터의 중요성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세터가 어느 포지션보다 중요한 것을 느낀 나이는 28세 무렵이었죠.

- 최태웅 선수는 김세진-신진식 선수가 활약했던 시절, 주전 세터로 뛰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공격수 두 명을 조율하셨는데요. 지금도 이때가 최태웅 선수의 전성기라고 생각하시나요?

몸 상태로만 보면 그 때가 전성기였겠죠. 당시는 몸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련한 경기운영과 토스는 지금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최태웅이 밝히는 '스피드 배구'의 중요성과 한국배구의 미래

- 오랜 시간동안 코트에서 활약하시면서 한국배구는 물론 세계배구의 흐름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잘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과 비교해 최근 배구는 어떻게 변했는지 말씀해주시죠.

기본기가 강한 팀들이 우승을 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일례로 지난 시즌 브라질리그를 봤는데 기본기가 가장 탄탄한 팀이 우승을 차지했어요. 그 팀은 신장은 작아도 기본기와 조직력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배구는 현재 '빠른 배구'로 가기위한 과도기에 있어요. 세계의 흐름에 쫓아가야 하는데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죠.



- 최태웅 선수는 V리그 최고의 공격수였던 안젤코와 가빈 슈미트 등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외국 선수들은 아무래도 붕 띄워주는 높은 토스보다 낮고 빠른 토스에 익숙할 것 같은데 실제로 호흡을 맞춰보니 어땠나요?

외국 선수들은 전적으로 빠른 토스에 익숙했죠. 가빈은 처음에는 토스가 높아서 스텝도 밟지 못하고 볼도 제대로 치지 못했어요. 제가 좀 더 빨리 볼을 올려주고 계속 경기를 치르다보니 한국배구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 한국 공격수들 중 가장 스피드가 좋은 것으로 평가를 받는 이는 문성민(26, 현대캐피탈) 선수입니다. 문성민 선수와는 대표팀은 물론 소속팀에서도 호흡을 맞춰 보셨는데요.

(문)성민이와는 유럽리그에 가기 전과 다녀온 후에도 계속 호흡을 맞췄습니다. 성민이는 유럽리그 경험을 통해 세계배구가 추구하는 빠른 배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어요. 한국 선수도 시간을 투자하면 스피드 배구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죠.

- 의견이 다른 분도 계시지만 대체적으로 국내 지도자분들과 선수 대부분은 한국배구가 국제배구의 추세인 스피드배구를 늦게 시작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부분에 최태웅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많이 늦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국배구와의 접목도 이루어져야하죠. 빠른 플레이를 하려면 스피드 배구에 대한 '기초'가 필요해요. 그러나 이러한 점이 갖춰지지 않은 점이 한국배구의 문제죠. 스피드 배구를 재대로 완성하려면 어릴 때부터의 교육이 필요다고 생각합니다.

10대 시절부터 스피드 배구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죠. 이러한 플레이를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힌다면 성인 선수가 됐을 때 진정한 빠른 배구를 펼칠 수 있습니다. 배구 선수로서 최절정기의 나이를 저는 27~28세로 보고 있어요. 어린 선수가 17세부터 스피드 배구를 몸에 익히면 10년 뒤에 비로소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죠.

하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뒤늦은 나이에 시작하려다보니 쉽게 스피드 배구를 구사하기 어렵죠. 서른 살에 가까워지면 몸이 굳어지는데 이때가 되면 빠른 배구를 펼치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 일본도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빠른 배구를 접목했습니다. 유럽 선수들이 구사하는 것과 일본의 스피드 배구는 차이점이 있다고 하는데 이 점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일본이 스피드 배구를 추구한 것은 10년이 넘었어요. 처음에 일본은 빠른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4년 동안 실패했습니다. 당시 우리와 만나면 힘을 못 쓰고 패했죠. 갑자기 빠른 공격을 펼치다보니 공격수들의 폼이 다 무너졌어요. 하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들만의 스피드 배구를 완성했죠.

특히 빠른 토스를 구사하는 우사미 다이스케(일본 국가대표 주전 세터)는 정말 뛰어난 세터입니다. 처음에는 대표팀을 들락날락하던 수준이었는데 브라질로 유학을 다녀온 뒤 세계적인 세터로 급성장했어요. 같은 세터로서 우사미는 세계 ‘톱3’안에 들 수 있는 세터라고 평가합니다.

-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한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전 때 일본에 패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죠. 또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전 때도 일본에 무릎을 꿇었어요. 중요한 두 번의 대회에서 일본의 빠른 플레이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최태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전 때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당시 류중탁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전형적인 '한국식 배구'를 구사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우리가 답습해오던 배구를 그대로 했기 때문에 패했습니다. 올림픽 예선전에 나갔을 때 한국 팀만 우리식에 익숙한 배구를 하고 있었어요. 스피드 배구를 하지 못한 점이 패인이 원인이었죠.

그 때 올림픽에 출전하자는 선수들의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쉬는 시간도 줄여가면서 훈련할 만큼 분위기도 최고였어요. 정말 올림픽에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세계의 흐름에서 뒤쳐진 점이 아쉬운 부분이었죠.



- 현재 소속된 현대캐피탈은 공격적인 배구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레이에 희망을 걸고 계실 것 같은데요.

우리 팀의 장점은 공격형 배구를 한다는 점입니다. 저도 이 부분에 희망을 걸고 있어요. 공격력이 좋다는 점과 블로킹으로 적극적인 수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 팀의 장점이라고 봅니다.

은퇴하기 전에 공격형 배구를 추구하는 이 팀에서 반드시 우승을 하고 싶은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 오랫동안 배구 선수로 활동해오시면서 한국배구의 발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한국배구의 미래와 현재 런던올림픽 예선전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격려의 한 마디 남겨주시죠.

저는 개인적으로 선수들이 해외무대에 진출하는 점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엔 제도적으로 힘든 점이 많죠. 그리고 선수들 간의 트레이드도 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눈앞에 있는 결과 때문에 창의적인 배구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죠. 이러한 부분이 모두 보완되면서 한국배구도 우리 몸에 맞는 '빠른 배구'를 완성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 예선전은 쉽지 않은 여정이죠. 그래도 예선전에서 만나는 상대는 모두 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에 이루지 못한 것을 후배들이 꼭 이뤄주길 바랍니다.

[사진 = 최태웅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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