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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 ②] 박기원 감독이 제시한 韓배구의 3가지 과제

기사입력 2012.05.21 07:37 / 기사수정 2012.07.11 19:4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남자배구에 있어 2012년 런던올림픽 진출은 매우 중요하다. 2004년 아테네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연속으로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에 걸쳐 한국남자배구는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많은 원성들이 쏟아졌지만 세계 배구의 흐름에 뒤쳐진다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월드리그와 월드컵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남자배구는 세계 강호들의 빠른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광석화 같은 빠른 토스로 그들이 한 템포 앞서갈 때 우리는 예전의 플레이를 반복하고 있었다.

세계 배구의 추세를 따라가자는 자성의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반면 우리 몸에 맞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낫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올림픽 예선전 및 월드리그 등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배구는 중요한 과제를 풀어야한다. 올림픽에 출전하거나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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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와 이란에서 모두 명장으로 평가받은 지도자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그동안 수비 지향적인 배구를 펼쳐온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을 전면 쇄신하겠다는 의지는 월드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최정예 멤버들이 모두 모인 여자배표팀과 비교해 남자대표팀은 아쉬운 점이 많다. 박기원(61) 한국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은 "중요한 몇몇 선수들이 빠져서 고민이 많다. 또한 부상 선수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정면 돌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19일부터 21일(한국시간)까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2012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C조 1라운드'에서 한국은 3전 전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미국 프랑스 등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모두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경기내용만 놓고 보면 분명히 이긴 경기였다. 그러나 심판의 수준 이하의 판정이 이어지면서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월드리그를 앞두고 있지만 박기원 감독은 다음달 초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 예선전에 모든 것을 맞추고 있었다. 12년 만에 올림픽 티켓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한국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박기원 감독의 '의지'다.

박기원 감독이 제시한 韓배구의 3가지 과제

- 만나서 반갑습니다. 올림픽 세계예선전을 앞두고 고민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은 수비형 레프트 선수들이 없다는 점이에요. V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비형 레프트인 곽승석(대한항공)과 서재덕(KEPCO)이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레프트에서 뛰고 있는 전광인(성균관대)과 김학민(대한항공) 그리고 최홍석(드림식스)은 모두 팀에서 공격형 레프트로 뛰고 있죠. 이 선수들은 공격형 레프트이기 때문에 수비와 리시브의 비중이 적어요. 그러다보니 플로터 서브는 거의 받지 않죠. 팀에서는 이런 서브를 받지 않다가 대표팀에서 플로터 서브를 받아야하니 이런 점이 문제 거리죠.

- 부상 선수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선수들의 몸 상태는 어느 정도인가요?

V리그를 마치다보니 아무래도 부상 선수들이 많을 수 밖에 없죠. 선수들이 대부분 테이핑을 부상 부위에 감고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성민(현대캐피탈) 같은 선수가 없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죠.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남자배구 대표선수들은 대부분 몸에 테이핑을 감고 있었다. '주포'인 전광인은 허리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었고 김요한(LIG손해보험)도 양 쪽 발목을 감싸고 있는 테이핑을 발견할 수 있었다.



▲ 허리와 목 부위에 테이핑을 감고 있는 전광인. 김요한, 박철우와 함께 대표팀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전광인은 허리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 남자배구는 여자와 비교해 런던행이 훨씬 험난합니다. 이번 올림픽 예선전에 출전한 팀들 중 전체 1위와 아시아 1위 팀에게만 올림픽 티켓이 돌아가니까요. 우리가 상대할 이란, 호주, 중국, 일본 등의 전력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이들 네 팀을 상대로 전승을 거두는 것이 목표인데 쉽지 않죠.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일거예요. 전력상 우리와 이들 네 팀의 전력은 거의 비슷합니다. 누가 우위를 보인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죠.

일본은 신장은 작지만 아시아 팀들 중 스피드가 제일 좋습니다. 또한 홈에서 경기를 하는 점도 분명 장점이 되겠죠. 호주는 예전과 비교해 선수들이 많이 교체됐지만 국내리그가 없기 때문에 일 년 내내 합숙을 합니다. 그리고 신장도 이란보다 높아요. 이 팀을 이끄는 감독은 아르헨티나 출신인데 국제무대에서 인정을 받은 지도자죠. 호주도 분명히 조심해야할 팀입니다.

그리고 이란과는 첫 시합을 갖는데 우리도 까다롭겠지만 이란도 마찬가지일거예요. 한 경기한 경기가 모두 결승전이라고 생각해야 할 겁니다.

알찬 과정이 없는 스포츠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 부상 선수들이 많다는 점과 리시브를 해줄 레프트 보공 선수들이 부족한 점이 우리 팀의 약점인데요. 반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우리 팀만의 장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감독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공격력이 강하다는 점이 장점이죠. 그리고 서브의 강도도 뛰어납니다.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우리 팀의 서브가 강한 편이에요. 상대의 리시브를 흔들만한 강서브를 앞세워 공격배구를 펼칠 생각입니다.

- 지금은 무조건 올림픽 출전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계실 텐데요. 만약 올림픽 진출을 확정 짓는다면 본선에서의 목표는 어떻게 잡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올림픽은 굉장히 단순해요. 토너먼트로 경기가 치러지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에서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말하면 거짓말입니다.(웃음)

한국배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배구를 실험하고 싶어요. 또한 올림픽 1승의 값어치는 다른 대회에서 거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죠. 일단 올림픽에 진출하면 큰 부담이 없는 만큼 최대한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습니다.



▲ 올림픽 출전은 물론 한국남자배구의 발전에 깊은 열정을 가지고 있는 박기원 감독

저는 72년 뮌헨 올림픽과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출전했어요. 뮌헨에서는 7위에 올랐고 몬트리올에서는 6위를 했죠. 이때보다 더 잘하고 싶은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웃음)

7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센터였던 박기원 감독은 올림픽에 두 번 출전해 좋은 성적을 올렸다. 비록 메달권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세계의 강호들을 상대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

- 한국 배구가 세계 배구의 흐름인 '스피드 배구'를 늦게 시작했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시죠.

우리가 많이 늦게 출발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들은 개개인의 능력이 있기 때문에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어요. 스피드 배구를 하려면 변해야할 요소들이 많습니다. 체력 운동은 물론 공격배구에 대한 이념도 바뀌어야하죠.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입니다.

- 올림픽 출전은 물론 한국배구의 발전에 대해 고민이 깊으신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한국배구가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 째는 우리 선수들을 위한 체형 프로그램이 있어야 합니다. 외국 선수들과 우리 선수들은 체형이 다르기 때문이죠. 부상이 많은 선수들이 많은데 이런 점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프로그램은 꼭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과정을 중시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봐요. 좋은 과정이 없는 스포츠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늘 발등에 떨어진 계획만 가지고는 앞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행정력도 국제흐름에 맞춰서 발전해야겠지요. 국내 배구팬들의 열기는 매우 뜨겁습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도 만들어져야 합니다.

배구인으로서 고민은 유망주들의 저변이 안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수층이 역 피라미드 구조로 바뀌고 있고 유망주 저변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이 문제점이에요. 한국 배구의 발전을 위해 이런 문제는 깊은 고민을 하고 대책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한국배구의 대들보이자 세계적인 리베로인 여오현. 박기원 감독은 "여오현은 대표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보석이다"라고 칭찬했다.

[사진 = 박기원 감독, 한국남자배구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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