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 손연재(18, 세종고)의 발걸음이 거침이 없다. 상위권 진입이 좀처럼 쉽지 않은 리듬체조계에서 손연재는 지난 2년 간 급성장을 보였다.
손연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러시아 펜자에서 열린 2012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시리즈 펜자대회 개인종합 부분에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눈여겨 볼 점은 각 종목에 걸친 손연재의 점수다. 후프 27,900점, 볼 28,125점, 곤봉 27,675점, 리본 28,500점을 받은 손연재는 총점 112.200점을 기록했다. 개인통산 최고 점수를 받은 것이 이번 대회에서 올린 최고의 수확이었다.
또한, 정규 네 종목에서 모두 결선에 진출하는 성과도 올렸다. 손연재는 자신의 주 종목인 후프에서는 28.050점의 높은 점수를 받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월드컵시리즈에서 나온 최초의 메달이었다.
2년 전만해도 손연재의 점수는 24점에서 25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점수대를 1~2점 높이면서 27점대의 점수를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결과는 2011 몽펠리에 세계선수권대회 11위로 이어졌고 런던올림픽 출전으로 이어졌다.
올림픽이 열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손연재는 난도(리듬체조의 기술)의 레벨을 한층 높였다. 상위권으로 가기 위한 28점대의 점수를 얻기 위해서다.
올해 처음으로 출전한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에서는 실수를 범하며 아직 새로운 프로그램에 완전하게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새 작품에 더욱 녹아들었고 후프와 볼, 그리고 리본에서 모두 28점을 넘어섰다.
30점 만점인 리듬체조에서 28점대는 상위권 진입이 가능한 점수대다. ‘리듬체조의 여왕’인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2, 러시아)와 '2인자'인 다리아 콘다코바(21, 러시아) 등은 29점대의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리고 그 뒤를 쫓는 강자들이 28점대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카나예바는 컨디션 난조로 불참을 선언했고 이스라엘의 에이스인 네타 리브킨도 출전하지 않았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몇몇 선수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콘다코바와 '러시아의 신성'인 다리아 드미트리예바(19, 러시아)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의 에이스인 알리야 가라예바(24, 아제르바이잔)와 델핀 레덕스(프랑스), 벨라루스의 강자인 류보브 차칸시나(벨라루스) 등이 출전했다. 이들은 늘 손연재보다 높은 점수를 받으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이들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손연재는 레덕스는 물론, 차칸시나를 제치고 개인종합 4위에 올랐다.
손연재는 개인종합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콘다코바(115.875)와 2위에 오른 드미트리예바(113.525) 그리고 3위인 가라예바(112.750)의 뒤를 이었다. 112.200점을 기록한 손연재는 3위인 가라예바와 불과 0.55점의 점수 차에 불과했다. 대신 5위인 율라야 트리피모바(우즈베키스탄, 108.550) 3.65점 차로 점수 차를 벌렸다. 카나예바와 네타 등 몇몇 강자들이 출전해도 충분히 상위권에 머물 수 있는 점수였다.
이번 대회에 국제심판으로 참가한 서혜정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경기부위원장은 "현지 국제심판들도 (손)연재의 성장에 대해 놀라움을 나타냈다. 몇몇 심판들은 이번에 받은 점수보다 더욱 높은 점수를 받을 연기를 펼쳤다고 칭찬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손연재의 훈련 모습을 지켜본 서혜정 국제심판은 "러시아 현장에서 연재가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원래 열심히 하는 선수지만 정말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었고 실력적으로 더욱 향상돼있었다. 러시아 리듬체조 협회장인 이리나 비너르 회장은 연재의 성실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손연재는 개인종합 4위에 오른 것은 물론, 한국 리듬체조 사상 월드컵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도 남겼다. 이 부분에 대해 서혜정 국제심판은 "월드컵시리즈 메달은 한국 리듬체조계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염원이었다. 이런 날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마침내 연재가 해내고 말았다. 국내는 리듬체조 강국과 비교해 선수층이 워낙 열악한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러한 성과가 나온 것은 실로 값지다. 연재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손연재의 발전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서혜정 국제심판은 "올 시즌은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기 때문에 대회 일정이 빡빡하다. 대회가 촘촘히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상위권 선수들도 실수를 많이 범했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연재도 늘 방심하지 말고 새로운 마음으로 연기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손연재는 월드컵시리즈 최초의 메달 획득은 물론, 개인종합 4위를 달성했다. 이보다 더욱 의미가 있는 점은 상위권으로 갈 수 있는 28점대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성장하고 있는 손연재는 다음주 불가리아에서 열리는 소피아 월드컵시리즈에 출전할 예정이다.
[사진 = 손연재 (C) IB스포츠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