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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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준비된 자의 승리'

기사입력 2006.03.17 00:29 / 기사수정 2006.03.17 00:29

윤욱재 기자



꿈에 그리던 4강 진출. 그러나 결코 우연이라 말할 수 없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국 대표팀의 '파죽지세'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사실 대회 시작 전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던 대만, 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 손발을 맞춰 볼 시간이 짧았고 몇몇 주요 선수들의 불참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김인식 감독을 휘하로 구성된 최고의 코칭스태프와 미국, 일본에서 뛰고 있는 해외파 선수들이 총출동하며 나름대로 최선의 준비를 다했다.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 이번 대회 선전의 비결이다.

한국 선수들은 비록 짧은 시간 동안 합숙훈련을 가졌지만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며 급피치를 올린 것이 성공적이었다. 해외파 선수들은 조금 늦게 합류했지만 이미 개인 훈련이나 국내 프로팀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다져놓은 상태라 문제가 없었다.

반면 전원이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미국 대표팀 선수들은 WBC보다 정규시즌에 초점을 맞춰 훈련했기 때문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대회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정보력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대회 전부터 전력분석팀을 파견시켰고 코칭스태프도 정보 수집에 열을 올렸다. 이것은 완벽한 마운드 운용과 성공적인 대타 기용으로 이어졌다. 

멕시코와 미국을 연파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을 가장 잘 실천한 덕이었다. 이와 다르게 미국과 멕시코는 한국야구에 문외한이었다. 정밀한 분석을 하지않았고 결국 큰 코 다치고 말았다.

상대 투수들의 투구 패턴은 물론 상대 타자들의 타구 방향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원활한 경기 진행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상대 타자에 따라 수비 위치를 옮기며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던 한국은 환상적인 수비력이 뒤를 받치며 해외파들이 버티는 막강 투수력에 힘을 싣어주었다.

사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내야수들은 시소게임에서 작전에 능한 모습을 보여줬고 수비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 화려한 수비로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국내 최고의 글러브질을 자랑하는 유격수 박진만이 버티는 내야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를 선보였다.

외야에선 이진영이 발군이었다. 이진영은 1라운드 일본전에서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승리의 디딤돌을 마련하더니 2라운드 일본전에서도 강한 어깨를 이용한 정확한 홈송구로 실점 허용을 저지했다. MVP나 다름없는 활약이었다.

팀워크도 최고였다. 선수들은 하나된 모습을 보이며 최고의 결속력을 자랑했다. 대만전에서 김동주가 부상을 당해 남은 경기에서 빠지는 위기에 몰렸을 때도 오히려 똘똘 뭉치는 계기로 만들었다.

선수들의 병역혜택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신상우 KBO 총재의 발언도 선수들을 자극했음은 물론이다. 한국팀 주장 이종범은 후배들의 병역혜택을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나설 정도였다고 하니 경기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준비된 자의 당연한 승리'였다. 물론 4강 진출은 대회 최대의 이변으로 꼽힐 만큼 대단한 기적이지만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목표 달성엔 성공했지만 아직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한국 선수들. 과연 야구의 본토에서 태극마크의 위용을 계속 떨칠지 기대된다.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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