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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천국으로'…손연재, 런던 대비 보완점

기사입력 2012.02.27 08:11 / 기사수정 2012.02.27 08:1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 손연재(18, 세종고)가 또 한 번 일을 냈다.

손연재는 지난 2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2 리듬체조 모스크바 그랑프리'에 출전해 개인종합 18위, 그리고 종목별 결선 후프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랑프리 대회는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시리즈보다 한 단계 아래의 대회지만 올림픽 메달 후보들이 모두 출전한 대회다.

특히, 이번 대회는 '리듬체조의 여왕'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2)와 '2인자' 다리아 콘다코바(21), 그리고 '떠오르는 신성' 다리아 드미트리예바(19, 이상 러시아)등 세계적인 강자가 모두 명함을 내밀었다.

후프 결선에서 손연재는 이 종목 우승을 차지한 카나예바(29.000점)와 은메달을 획득한 드미트리예바(28.625점)의 뒤를 이었다. 개인종합 예선에서 손연재는 후프 종목에서 27.250점을 받아 전체 8위로 후프 종목 결선에 진출했다.

손연재보다 앞선 7명의 선수들은 지난해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2011 리듬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이들이다. 특히, 카나예바와 드미트리예바, 그리고 알리야 가라예바(25, 아제르바이잔)와 네타 리브킨(이스라엘) 등은 런던올림픽 메달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현장에 있던 국제심판인 서혜정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경기 부위원장은 "후프 결선에 진출한 다른 선수들은 큰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손연재는 개인종합에서 큰 실수를 해서 그런지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개인종합 예선보다 움직임도 좋았고 연기도 더욱 완벽했다"고 밝혔다.

손연재는 전날 열린 개인종합 예선에서 후프(27.250점), 볼(23.100점), 곤봉(26.400점), 리본(24.100점) 등 4종목 합계 100.850점을 받아 참가 선수 37명 중 18위에 머물렀다.

볼과 리본에서 큰 실수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볼은 손연재가 후프와 함께 평소 자신있어하는 종목이다. 하지만, 경기 도중, 볼을 놓치는 실책을 범했고 볼은 경기장 밖으로 굴러나가 점수가 대폭 떨어졌다.

리본에서도 예기치 못한 실수를 범했다. 올 시즌 첫 대회를 혹독하게 시작했지만 손연재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개인종합 예선전과는 달리 후프 종목 결선은 편한 기분으로 임했다. 이러한 점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 메달 획득으로 이어졌다.



쟁쟁한 상대 제치고 획득한 동메달로 자신감 회복


시즌 첫 대회는 실수가 많은 대회다. 이 대회에 출전한 상위권 선수들도 모두 크고 작은 실수를 범했다. 특히, '여제' 카나예바는 개인종합 경기 도중, 볼 종목에서 큰 실수를 범해 우승을 콘다코바에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26일 열린 종목별 결선에서는 자신이 출전한 종목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손연재는 런던 올림픽에서는 반복하지 말아야할 큰 경험을 치렀다. 런던 올림픽을 대비해 개인종합에서 나타난 실수를 약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서혜정 국제심판은 "이번 대회는 시즌 첫 대회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실수가 많은 대회였다. 손연재도 볼과 리본에서 실수를 범했는데 앞으로 좋은 약이 되리라고 본다"며, "개인종합에서 실수를 범한 것이 후프 결선을 하는데 좋은 자극이 된 것 같다. 다른 선수들이 큰 실수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경기를 펼쳐 메달을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가라예바(아제르바이잔)와 리브킨(이스라엘) 등은 그동안 넘어서기 힘든 강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실수를 하지 않으면 이들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냈다.

손연재의 후프 최고 점수는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서 열린 '2011 리듬체조 월드컵시리즈 타쉬켄트 대회' 후프 결선에서 받은 27.975점이다. 28점은 리듬체조에서 상위권에 도약할 수 있는 점수대다.

이번 대회에서도 28점에 근접하는 점수를 받으며 올림픽 메달 후보인 카나예바와 드미트리예바의 뒤를 이었다.

그랑프리 사상, 처음으로 종목별 결선에서 메달을 획득한 점은 값진 성과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손연재가 올림픽을 앞두고 보완해야할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서혜정 국제심판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완해야할 점도 드러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해결해야할 과제가 나타난 만큼,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의 말을 남겼다.

볼은 리듬체조 종목들 중, 가장 실수를 조심해야하는 종목이다. 둥글게 생긴 볼을 놓칠 경우, 다른 수구와는 다르게 매트 밖으로 굴러나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손연재는 볼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볼 종목의 실수가 얼마나 큰 점수 하락으로 나타나는 지를 체험했다.

손연재는 가장 어려워했던 종목인 곤봉 훈련에 집중적으로 매진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곤봉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리본 종목의 보완도 또 하나의 과제로 다가왔다.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조금씩 새롭게 작성하고 있다. 세계선수권 11위는 지금까지 한국 리듬체조 선수가 거둔 성과 중,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또한, 그랑프리 대회 종목별 결선에서 메달을 획득한 국내 선수는 손연재가 처음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값진 성과와 좋은 경험을 손연재는 동시에 얻었다. 시즌 첫 대회를 마친 그는 훈련장인 모스크바 노보고르스크에서 다시 연습에 매진할 예정이다.

[사진 = 손연재 (C) IB스포츠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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