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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스포츠탐방기①] 부러운 JFA 축구박물관, 그 속의 한국

기사입력 2012.02.21 07:56 / 기사수정 2012.02.21 07:56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도쿄 서영원기자] 무엇이든지 기념하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마니아들이 많아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습성은 스포츠에서도 드러난다.

일본프로축구에만 40~50명의 한국 선수가 활약하고 있고 일본프로야구에도 이대호, 임창용, 김무영 등이 올 한해 한국을 대표해 열도 정벌에 나설 전망이다. 축구박물관, 야구박물관, 국립체육박물관,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 탐방기를 통해 나날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일본스포츠를 조명해 봤다. 

일본축구 역사의 요람 축구박물관

공식적인 명칭은 '2002 피파 월드컵 메모리얼 뮤지엄(2002 FIFA World cup memorial museum)'이다. 즉 2002월드컵 기념관이며 도쿄대학 농학부 인근의 일본축구협회 건물 1층과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1921년 일본축구회관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명목상의 기념관일 뿐 마땅한 소장품이나 이렇다할 아이템이 없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축구협회가 재출범함에 따라 일본축구대표팀 경기를 중심으로, 경기 관련 물품들을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박물관이 된 원천이다.

전시 테마는 2002월드컵을 중심으로 근현대축구, 일본대표팀, 일왕배, 도요타 클럽월드컵으로 구성돼 있다. J리그 관련 전시물이 유독 부족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J리그 관련 전시는 각 팀들의 유니폼과 물품 전시가 전부다. 안내원에 따르면 J리그 팀들의 개별적 박물관 소유를 위해 배려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사진설명: J1과 J2를 구성하는 40개팀의 마스코트와 유니폼이 전시돼 있다.)

다양한 구성, 놀라운 소장품들

축구에 관심만 있다면 빠져들 수 있는 흥미거리가 많다. 일본축구 역사 연표부터 시작해 역대 월드컵과 올림픽, 아시안컵, 청소년월드컵 등 메이저급 대회의 일본대표팀 명단과 베스트 일레븐 등이 모두 현판에 표기돼 있다. 뿐만 아니라 각 대표팀들의 유니폼, 주요 선수들의 사인, 각종 트로피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FIFA 공인 인증서를 비롯해 각종 빅매치 기념품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축구팬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 전시품도 있다. 바로 1954년 월드컵예선 한일전 홍보 포스터다. 말로만 전해지던 그 역사적인 경기의 증거 앞에 숙연함과 함게 정체 모를 뭉클한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 당시 한일전에선 한국대표팀이 1,2차전에서 각각 1-1 무승부, 5-1 승리를 이끌어내며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사진설명: 1954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한국 vs 일본의 경기 홍보 포스터)

이밖에 한일전 때 교환한 페넌트, 매치볼, 안정환 선수의 2002 월드컵 대표팀 유니폼까지 한국과 관련된 소장품을 더러 찾아볼 수 있다. 

일본축구의 미래를 표현하는 박물관

일본축구의 크고 작은 업적을 기념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축구협회의 미래 구상인 ‘백년구상’ 역시 잘 드러나 있다. J리그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 각급 연령대별 선수 관리를 통해 A대표팀까지 성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 다만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에 위치한 'J빌리지(일본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의 무기한 사용 정지에 따라 프로그램에 일부 차질이 생겼다고 한다.

스타급 현역선수들의 메시지도 전시,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 취재진이 박물관을 찾았을 때 교복을 입은 학생 무리 4,5명이 체험학습의 일환으로 이곳을 방문해 남다른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의 박물관들은 교육청과 협력 관계를 통해 수업 대신 그룹 체험학습 등을 많이 실시한다.



영상체험관, 라커룸 구현 등 다양한 볼거리

일반적인 박물관 형태 외에도 영상체험관, 일본대표팀의 라커룸 재현 등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영상체험관에는 일본대표팀과 J리그 올스타가 오사카 엑스포구장에서 개최한 동일본 대지진 자선경기, 2010월드컵 조별예선과 결승전을 포함한 전 경기, 역대 일왕배 결승전 등을 관람객이 채널을 돌리며 지켜볼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전자제품 회사인 '소니'의 협력으로 3D로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등 스폰서십 관리도 철저히 하는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라 역대 일본대표팀의 월드컵 도전기를 하이라이트로 편집한 영상도 상영 중이었는데 한국대표팀의 '도하의 기적', 1997년 이민성의 중거리 슛으로 유명한 '도쿄대첩' 영상 등이 있어 뗄래야 뗄 수 없는 한일 양국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라커룸을 재현한 공간도 인기다. 여자월드컵 우승을 달성한 ‘나데시코 재팬’과 2010월드컵 남자대표팀의 라커룸을 구현, 관람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등 만족스런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이고 세세한 구성, 어떻게 했을까

'삿포로 참사'로 불리는 지난 해 한일전 매치볼과 양팀의 페넌트도 전시돼 있다. 지속적인 소장품 업데이트와 구성 작업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협회 차원의 남다른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안내원에 따르면 일본대표팀, 일본축구협회가 진행하는 행사에는 모두 박물관 코디네이터가 동행하며 각종 물품들을 수집, 관리한다. 일본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사용한 매치볼, 실제 착용 유니폼들은 FIFA와 대표팀 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해 기증받는 형식으로 박물관 전시가 가능해졌다고 한다. 

한국축구대표팀도 그렇지만 일본대표팀도 선수별로 경기당 3벌의 유니폼이 지급된다. 한 벌은 착용, 한 벌은 교환용, 한 벌은 예비용이다. 선수들은 경기 후 상대 선수와 유니폼을 교환하고 개인 소장을 위해 한 벌을 챙겨도 박물관측에 기부할 유니폼이 한 벌씩 남는 셈이다. 월드컵 매치볼은 스폰서십이나 FIFA에 문의하는 등 다방면으로 연락을 취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고 한다. 




(사진설명: 2010 월드컵에서 일본대표팀이 치른 4경기 매치볼)

연대기 및 각종 기록도 상시로 업데이트 된다. 이 경우 일본축구협회의 단독 기록이 아닌 일본체육회, 각 대학의 체육학 교수 자문단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거쳐 박물관에 등재된다고 한다.

안타까운 한국의 축구박물관

일본에 비하면 한국의 축구 박물관은 열악한 게 사실이다. 크게 축구회관의 대한축구협회 로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의 2002월드컵 기념관,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월드컵 기념관 등의 박물관이 있지만 구성품들이 자주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2002월드컵에 국한된 기념품들이 대부분이어서 다양성도 떨어진다. 축구팬들조차 월드컵경기장의 박물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설령 안다고 해도 시간을 따로 내서 방문할 매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사진설명: 2014년의 성과를 채워넣을 일본축구협회 박물관) 

일본 축구박물관의 마지막 섹션에는 2014라는 연표와 함께 빈 공란이 있다. 벌써부터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업적이 무엇이 될지 기다리는 눈치다. 우리도 이 땅에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 휘발성이 아닌 추억을 기록하고, 후세에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사진 = 일본축구협회 박물관과 각종 전시물들 ⓒ 엑스포츠뉴스DB]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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