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26일에 다음커뮤니티 축구토론방에 올렸던 글입니다.
축구공을 둥글었고 정말 둥글군요...
"레블뢰"의 창이 "헤파이토스의 방패"에 부러진 경기였습니다.
결국, "제우스 전사들"이 "레블뢰 군단"을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한수 이상의 차이가 나는 전력을 조직력과 수비력으로 대처한 그리스의 전술운용에 내심 결승전까지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드는군요...
★ 경기스코어 : 1-0. 그리스 승리(카리스테아스 골)
○ 체크포인트 1.
- 그리스 수비는 정말 견고하고, 군더더기 없는 확실한 크리어링, 골 에어리어 부근에서의 확실한 맨마킹, 수비시의 위치선정, 그리스 진영에서부터의 강력한 압박이 빛을 발했던 경기였습니다. 델라스(AS로마)가 이끄는 그리스의 4-Back은 "수비의 명가" 이탈리아보다 더욱 견고했고, 결승까지 오를 수 있는 전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후반 통틀어, 그리스는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맞아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유효슈팅수 등의 알짜배기 공격포인트도 프랑스와 대등했습니다.
후반 25분경으로 기억되는데, 프랑스 수비에서 어떻게 보면 실수라고 할만한 단 한번의 실수(비상테 리자라쥐(바이에른 뮌헨)-피레스가 그리스의 공격을 끊지 못한 것)를 자고라키스(AEK 아테네)가 잘 돌파해서 무너진 프랑스 수비진에서 정확한 크로싱으로 카리스테아스(베르더 브레멘-독일)가 결승골을 넣은 장면은 그리스의 "Economic Soccer(실리 축구)"가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체크포인트 2.
- 그리스는 수비에 역점을 두고, 역습이나 상대팀의 패스를 끊은 뒤, 날카로운 공격으로 연결하는 팀입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상대팀의 실수를 결국 골로 연결시키는 놀라운 골 결정력에 부럽기도 했습니다.
이에 반해, 프랑스의 골게터인 앙리의 결정적인 두차례의 골찬스를 날려버린 것은 프랑스에게 커다란 아픔이겠습니다.
주목할만한 것으로는 지단-피레스-트레제게-앙리의 주 득점루트를 철저하게 봉쇄했다는 것 역시 그리스의 수비력에 후한 점수를 주는 바입니다.
특히, 지단과 트레제게는 오늘 브라운관에 거의 얼굴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그리스의 수비진들이 철저하게 봉쇄했습니다.
○ 체크포인트 3.
- 현대축구에서는 위험지역인 골 에어리어 부근에서는 공격수든 수비수든 맨마킹을 합니다(주로, 코너킥 등의 세트플레이시 수비수들이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몸싸움이 대단하죠). 그 외의 공간은 지역방어(Zone Defence)로 바뀌는데, 여기서도 조직력의 수준을 볼 수 있습니다. 수비가 좋은 팀은 지역방어시 선수들끼리의 유기적인 압박과 동시에 협력플레이로 공격을 1차적으로 차단하게 됩니다. 여기에 상대진영에서도 공격진들의 압박이 가미된 것이 현대축구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내용에 비추어 봤을 때, 오늘 그리스의 수비진은 지단이라는 키플레이어를 완전히 봉쇄한 것을 승부의 또 다른 분수령이 아닐까 봅니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키플레이어 지단과 골게터 트레제게가 제 역할을 못해 준 것도 오늘의 패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감독의 용병술에서는 양팀 감독 모두 당연한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리스는 후반 중반부터 빗장을 더욱 걸어잠그기 위해 수비형 플레이어를 교체투입 시켰고, 프랑스는 수비형 플레이어를 빼고, 공격수나 공격성향이 강한 미드필더를 넣으면서 모험적인 용병술을 펼쳤습니다.
○ 체크포인트 4.
- 오늘 상티니 감독의 용병술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굳이 있다면, 프랑스의 공격수인 트레제게를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아웃 시키고, 루이스 사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를 더 일찍 기용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트레제게 선수는 활동반경이 적은 대신 탁월한 골결정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오늘같이 패스가 공격수에게 잘 연결되지 않는 경기에서는 활동반경이 적은 선수보다 많이 뛰는 공격수가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
경기운영에서는 그리스가 프랑스보다는 우위에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후반 중반부터 프랑스의 조급함을 부르는 여유로운 패스놀이(?)로 프랑스의 조급함을 불러내고, 결국 조급함은 프랑스의 정교하고 세밀한 패스연결을 방해하는 심리적인 승리까지 얻어냈습니다.
후반 종반에는 아예 수비진영에서 볼을 프랑스 골문까지 멀리 클리어닝 시키는 것은 더욱 프랑스를 조급하게 만들어냈고, 프랑스의 이전 공격력(화려하면서도, 빠르며 정확한 부분전술이나 개인전술)을 무디게 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 체크포인트 5.
- 축구에서도 심리전이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노련한 미드필더는 공수조율을 위해 이기고 있을 때에는 후방으로 볼을 돌리면서 상대팀을 끌어내거나 조급하게 만들게 합니다. 팽팽한 무승부 상황에서는 상대팀의 기세가 오르면 그 기세를 끊기 위해 상대팀 키플레이어에게 다소 거친 파울을 하거나 일부러 볼을 후방으로 돌리면서 숨고르기를 합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미드필더가 세계적인 공격수보다 더 많은 이적료나 연봉을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팀에서는 매우 중요한 위치이니까요...
따라서, 이런 점에서는 그리스의 완승이었다고 볼 수 있겠죠...
"제우스 전사들"의 반란은 결국 4강행이라는 티켓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유로 2004 이전까지의 스피디하면서 개인기가 가미된 화려한 공격축구로 승부를 내는 축구전술에서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의 주역인 그리스는 두둑한 보너스(이미 8강 진출로 300백만 유로의 상금을 받고, 4강 진출시 50만 유로(환화 350백만 유로 = 약 36억원)를 챙겼고, 그리스 선수들의 몸값도 어느 정도 폭등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2002 월드컵 당시의 태극전사처럼 그리스 선수들의 주가는 상향가를 치겠네요...
2006 독일 월드컵 예선을 한국이 무사히 통과한다면, 조별 예선에서 그리스라는 국가 역시 블랙리스트에 올려야겠군요... 만난다면, 그리스가 한국 국가대표팀을 집으로 돌려보낼 것 같군요(한국은 선 수비 후 공격 전술로 나온 팀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약팀에게 약한 것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여하튼 4강 진출한 그리스와 비록 패배했지만 프랑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다음 편에...
이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