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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KEPCO, 복병에서 '고개 숙인 팀'으로 전락

기사입력 2012.02.09 08:06 / 기사수정 2012.02.09 10:2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 밖에는…"

지난 시즌까지 '만년 하위'팀이었던 KEPCO는 올 시즌 최고의 다크호스였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을 통해 하경민(30)을 영입했고 '원조 괴물'인 안젤코 추크(29)도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대학 최고의 왼손잡이 공격수인 서재덕(23)까지 가세하면서 팀 전력은 한층 탄탄해졌다. 올 시즌 전반기에서 내내 상위권에 머무른 KEPCO는 지난해 11월19일에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4라운드에서 KEPCO는 3승3패를 기록하며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5위인 드림식스와 승점에서 큰 격차를 보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한걸음 다가섰다.

구단의 홍보도 그 어느 시즌보다 활기찼다. 상위권으로 도약한 KEPCO는 삼성화재와 대한항공, 그리고 현대캐피탈 등 전통의 강호들과 명승부를 펼치며 V리그의 새로운 흥행카드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곪은 상처는 끝내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 묵묵히 덮어두고 있었던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KEPCO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지난달 28일, 대구지검은 승부조작 혐의로 KEPCO의 전직 선수인 염모(30) 씨와 불법사이트에 배팅을 했던 강모(28)씨를 구속했다. 그리고 이번 달 3일에는 KEPCO의 전·현직 선수인 정모(32)씨와 김모(32)씨를 추가 구속했다.

이 사건은 8일 대중들 앞에 공개됐고 곧바로 KEPCO의 주전 선수인 임모(27) 씨와 박모(24)씨가 승부조작 사건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스포츠에서 가장 위험한 일 중 하나는 승부를 조작하는 일이다. 이 사건이 4대 구기 프로 종목 중, 가장 늦게 프로화를 시작한 배구에서 터진 점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이 사건에 연루된 혐의 선수들은 모두 KEPCO에서 나타났다. KEPCO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올 시즌, 만년 하위팀에서 '강팀'으로 변모하면서 남자 배구의 판도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1945년 남선전기(1961년부터 한국전력배구단으로 팀 명칭 변경)란 이름으로 창단된 KEPCO는 프로 배구 구단들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5년 프로리그 출범 이후, 한국전력은 초청 팀 자격으로 V리그에 출전했다. 그리고 2008년 5월부터 한국배구연맹(KOVO)에 준회원으로 가입하면서 'KEPCO45'라는 프로구단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010~2011 시즌에는 프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10승(20패)을 올리면서 5위에 올랐다. 상무신협과 함께 '승수 쌓기 팀'으로 여겨졌지만 올 시즌부터 환골탈태(換骨奪胎)해 꾸준히 상위권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KEPCO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 배구는 물론, 스포츠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팀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다. 8일 열린 상무신협과의 경기에서 주요 선수들이 줄줄이 빠진 KEPCO는 최약체인 상무신협에 1-3으로 패했다.

현재 KEPCO의 전현직 선수 3명과 1명의 브로커는 구속 상태에 있다. 여기에 신인왕 출신의 젊은 선수 두 명은 대구지검에 긴급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KEPCO는 오는 11일, 구미에서 LIG손해보험과 경기를 치른다. 신춘삼 KEPCO 감독은 "그저 죄송하다는 말 밖에는 없다"라고 사과를 한 뒤, "흔들리는 배의 키를 잡고 제대로 끌고 가는 것이 나의 소임이다. KEPCO가 잘돼야 한국배구도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선수들을 잘 지키면서 굳건히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지검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는 이번 달 말에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 = 신춘삼, KEPCO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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