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매거진·백정은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에 한류 붐이 정착한지 어느덧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2012년. 한류는 유학생과 재일교포들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많은 재일 한국인들이 "욘사마 이전과 이후의 일본인들의 대우가 전혀 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를 들어 90년대 일본 유학생들이 학비를 벌기 위해 대부분 음식점 아르바이트에 종사했던 것에 비해, 최근 유학생들은 실로 다양한 아르바이트에 종사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과거와 확연하게 다른 점으로 '한국어 과외' 아르바이트가 대폭 증가한 점을 들 수 있다. 현재 일본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아르바이트이기도 하다.
K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정민(21)씨는 '외국어 과외 소개 사이트'를 통해 한국어 과외를 시작했다. 이러한 소개 사이트에는 영어, 중국어 다음으로 한국어 메뉴가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김정민씨는 한류 팬인 30대 주부와 한국 출장 기회가 잦은 20대 후반 비즈니스맨, 두 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이색 아르바이트 역시 늘고 있다. W대학교에 재학 중인 L씨(24세)는 현재 모 일본 공중파 방송국에서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한국어 영상에 일본어 자막을 넣기 위한 번역 아르바이트다. L씨는 "하는 일도 보람 있고 연예인도 볼 수 있는 방송국 아르바이트라 즐겁다"고 감상을 전했다. 이러한 번역 아르바이트가 과거에 비해 급증 한 탓에 아르바이트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NHK 어학방송 홈페이지에 영어, 중국어 다음으로 링크되어 있는 '한글' 메뉴
한류 열풍은 유학생뿐 아니라 재일교포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그 동안 자신이 재일교포임을 숨기고 살았던 가계 각층의 교포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일본의 국민적 가수인 '와다 아키코' 등이 자신이 재일교포임을 커밍아웃한 계기도 한류 붐이었다.
재일교포 3세대인 임지혜(25)씨는 "솔직히 차별을 감수하고 교포임을 밝히는 게 쉽지 않았다"며 재일교포들이 겪어왔던 차별의 역사를 시사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랑스럽게 밝힐 수 있게 되었다"며 그 이유가 한국에 대한 사회 전체의 인식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세대 한류 붐의 주역인 배우들의 드라마와 영화가 한국의 문화를 알린 결과, 한국인의 이미지 자체의 향상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한류 이전에는 한국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했던 일본인들은 수년에 걸쳐 한국을 재발견해왔다.
또한 최지우, 김태희 등 여성 한류 스타들의 발군의 미모를 통해 '미의 왕국'이라는 이미지를 창출, 한국식 피부 관리법이 유행하고 한국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경제효과를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포스트 욘사마 '장근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장근석은 다소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던 한류 배우에 대비되는 색다른 이미지 어필로 젊은 여성 팬을 확보했다.
2세대 한류 붐의 주역은 가수들. 일본 현지 데뷔 가수 중 가장 먼저 성공을 거둔 보아는 한국을 넘어 일본의 국민 여동생의 지위를 확립, '한국인=실력파'라는 공식을 확립시킨 주역이다. 이후 '동방신기'의 대히트는 '욘사마 붐'에 필적할 만큼 사회적 붐을 일으켰다. 또한 '카라', '소녀시대' 등 걸그룹이 성공을 거둠으로 한류에 무관심했던 남성 팬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미 한류는 특정 팬 문화가 아닌 하나의 장르로 확립된 것이다.
덕분에 일본인들이 한국인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한국 남성들은 모두 키가 크고 '몸짱'이며 매너가 좋다, 한국 여성들은 모두 날씬한 '피부미인'이라는 식이다. 한 한국인 여학생은 "소녀시대의 누구누구를 닮았다거나 김연아를 닮았다며 칭찬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국인들은 모두 예쁘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좀 더 멋을 부려야 국위선양이겠구나 싶고 부끄럽기도 하다"고 웃음을 보였다.
[글] 백정은 통신원 (와세다대학교 문화구상학부 재학 중) //
[사진] 김태희, 신오쿠보 한류거리, NHK 어학방송 홈페이지 캡처, 장근석 ⓒ 엑스포츠뉴스DB, NHK (ww.nhk.or.jp/gogaku/hangeul)
백정은 기자 en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