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일반적으로 배구에서 ‘센터’는 라이트나 레프트 공격수보다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기 마련이다. 가빈(삼성화재)이나 안젤코(KEPCO)처럼 화려함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박철우(삼성화재), 문성민(현대캐피탈)처럼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는 포지션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센터는 고비마다 경기 흐름을 바꾸거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분위기를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화재가 최강자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고희진이라는 좋은 센터 자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1980년대 ‘백구의 대재전’ 시절에는 ‘라이트급 센터’가 실업배구를 호령했던 때가 있었다. 고려증권의 정의탁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장윤창, 이성희 등과 함께 고려증권의 전성시대를 논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정의탁은 ‘머리 쓰는 배구’를 할 줄 아는 두뇌 플레이어였다. 서브 하나를 넣더라도 상대의 빈 틈을 노릴 만큼 시야가 넓었다. 그래서 굳이 스파이크 서브가 아니더라도 ‘교묘한 빈틈’에 서브를 집어넣는 정의탁의 모습을 구경하기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 방법으로 여러 차례 서브득점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그의 또 다른 장점은 센터임에도 불구하고 점프력이 높이 웬만한 레프트/라이트 공격수 못지 않은 재능을 지녔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그는 국가대항전이나 슈퍼리그에서 좌, 우, 중앙을 가리지 않고 속공을 성공시켜 상대팀의 혼을 빼놓기도 했다. 이에 선수 시절 말년에는 주로 라이트로 기용되며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애 고려증권 배구단은 정의탁 합류 이후 총 5번의 우승(83-84시즌, 84-85시즌, 88-89시즌, 89-90시즌, 92-93시즌)을 차지했다.
은퇴 이후 평촌고등학교 등지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정의탁은 한때 청소년 배구 대표팀 수장으로 선임되면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 배구 연맹(KOVO) 경기 운영 위원으로 재직중이다.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