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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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대한민국 2-2 그리스

기사입력 2004.08.12 22:20 / 기사수정 2004.08.12 22:20

임회준 기자

전반 31분 김치곤 선수가 퇴장을 당했기 때문에 우리 전력에 대한 정확한 경기평을 하기 곤란한 경기입니다. 후반 78', 82'분 연속골을 허용해 동점으로 경기를 마친 것이 아쉽긴 하지만 10명의 선수로 2골을 먼저 넣고 또 패배하지 않은 것에 '절반의 성공'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 전반

경기 초반, 우리 선수들의 몸놀림은 가벼워 보였습니다. 미드필드에서의 패스도 좋았고 그리스 선수들 움직임이 그다지 위력적으로 보이지 않아 예상보다 쉬운 경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죠. 전반 6분경 우리 진영에서의 패스미스로 그리스에게 첫 슛을 허용했지만 이때부터 김영광 선수의 수퍼세이브는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미드필드 진영에서부터 적극적인 몸싸움을 통해 경기 주도권을 잡아갔으나 '고질적인' 공격 상황에서의 부정확한 패스로 인해 좋은 찬스를 얻는데 실패했습니다. 어제 경기의 최고 수훈선수 중 하나인 이천수 선수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는데 의욕이 앞선 탓인지 패스미스가 많았습니다. 

한편 첫 골을 넣은 김동진 선수의 공수가담이 활발했던 데 반해 우측의 박규선 선수의 돌파가 거의 없었던 점이 아쉽습니다. 수비에 치중했던 것이 벤치의 지시였는지 본인의 판단이었는지는 모르나 박규선 선수의 최대 장점은 빠른 돌파인데 그 모습은 전반 40분 넘어 두어 차례가 고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반면 그리스는 예상대로 미드필드에서의 잔패스를 생략한 채 공격수에게 직접 패스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4백과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하프라인을 넘어올 생각을 않은 채 수비를 견고히 하는 모습이었고 주로 우리 수비수 뒤 쪽으로 보내는 패스가 많았으나 그리스 역시 정확한 패스연결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패스가 스트라이커 파파도풀로스에게 집중되는 경향이었는데 김치곤 선수가 잘 막아냈습니다. 26', 31' 연속으로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하기는 했으나 그 때까지 김치곤 선수는 제 역할을 다 했다 봅니다. 파파도풀로스 또한 한 차례 경고를 받았는데 이 역시 김치곤 선수의 작품이며 김치곤 선수의 부상도 파파도풀로스를 막다가 당한 것입니다.

김치곤 선수의 두 번째 경고는 조금 억울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의성 여부를 떠나 발이 좀 높았던 것은 사실이므로 주심을 탓하기 보단 파울 관리 못한 김치곤 선수와 벤치에 책임이 있다고 봐야할 겁니다. 덧붙여 김치곤 선수를 좀 더 일찍 조병국 선수와 교체했더라면 퇴장 상황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긴 한데 이 역시 결과론일 뿐입니다. 김치곤 선수의 부상이나 2번의 경고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으니 말입니다.

김치곤 선수의 퇴장 후, 김동진 선수가 잠시 그 자리를 메우다 34분 공격수 최태욱 선수가 빠지고 조병국 선수가 김치곤 선수의 자리로 투입되어 한국은 3-4-3에서 3-4-2 포메이션으로 전환합니다. 한 명이 모자란 상태에서의 정확한 판단이었다고 봅니다.

------------조재진----------------
----------------이천수------------
---김동진-김두현-김정우-박규선---
-----조병국---유상철---박용호----
--------------김영광--------------

조병국 선수, 언제 부상을 당했나 싶게 파파도풀로스를 포함 그리스 선수들을 막아내더군요. 특히 김동진 선수의 골이 터지기 전, 미드필드 진영까지 올라가 파파도풀로스에게 위협적인 파울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제 컨디션이구나. 파파도풀로스에게 자신있나 보네'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치곤 선수의 퇴장과 부상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조병국 선수의 컴백은 역시 우리팀에게 큰 힘이란 생각입니다. 

다음 경기 또한 조병국-유상철-박용호의 3백 라인이겠군요. 김치곤-조병국-박용호 라인을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현 올림픽 대표팀 선수 구성으로는 유상철-김정우 선수가 더블 볼란치로 서는 3-4-1-2 시스템이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재진----최성국----------
---------------이천수---------------
--김동진--유상철---김정우--박규선--
------김치곤---조병국---박용호-----
---------------김영광---------------

다시 경기로 돌아와, 43분의 첫 골 상황에서도 조병국 선수의 역할(?)이 컸죠. 이천수 선수의 코너킥이 조금 낮게 골 가운데로 들어왔고 헤딩에 자신있는 조병국 선수는 다이빙 헤딩을 시도하며 돌진, 코너킥을 클리어하는 그리스 수비수와 볼을 따라 앞으로 나온 그리스 골키퍼를 동시에 쓰러뜨립니다. 그 순간 클리어 된 볼을 김동진 선수가 잡아 한 차례 박자를 늦춘 뒤 침착하게 슛, 첫 골을 성공시킵니다.

한 명이 모자란 상태에서 얻은 선취골의 의미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죠. 우리 선수들의 사기가 오른 상태에서 전반 종료. 김치곤 선수의 부상이 안타깝고 퇴장이 억울하기는 해도 좋은 리듬으로 전반을 마쳤다는 점에서 우리 선수들의 전반전은 훌륭했습니다. 



□ 후반

후반들어 그리스는 수비수 라고스[3]를 미드필더 미투르[10]로 교체해 미드필더를 5명으로 세우고 부진했던 포워드 아그리티스[7]를 살핀지디스[9]로 교체해 3-5-2 시스템의 공격지향으로 나섭니다. 이 때부터 그리스의 일방적인 공격이 시작되는데 우리 선수들은 기존의 3백에 김동진, 박규선 선수가 수시로 수비라인에 가담 4백 혹은 5백으로 그리스 공격을 막아냅니다. 조재진, 이천수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들이 수비 모드.

어제 우리 선수들의 수비를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보다 공중볼 다툼에 있습니다. 후반 막판 유상철 선수가 그리스 선수와 머리를 부딪히며 슛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위력적인 헤딩슛이 없었을 정도로 우리 선수들의 공중볼 점유는 대단했습니다. 공중볼 다툼만큼은 적어도 아시안컵의 A대표보다 나아 보이더군요.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클리어가 명확치 않았다는 것. 기왕 일방적인 수세에 몰렸다면 볼을 멀리 차내도 될텐데 패스를 염두에 둔 것인지 짧게 클리어하다 그리스에게 세컨드 찬스를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헤딩 클리어의 경우 더욱 그랬죠.

우리 선수들 얄미울 정도로 잘 했습니다. 라인아웃을 시킬 때도 대부분 우리 볼이 되었으며, 파울을 당하면 적당히 시간을 끄는 등 일방적인 수비 속에서도 상대에게 리듬을 완전히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결과를 보면 2-2 무승부지만 우리 선수들의 경기 운영은 나이에 비해 노련했습니다. 역시 프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함이겠죠.

김호곤 감독은 59분, 박규선 선수를 빼고 최원권 선수를 투입하는데 김호곤 감독은 박규선 선수보다 최원권 선수의 수비력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고 이 교체 또한 적절했다고 봅니다. 최원권 선수가 비록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그것은 최원권 선수의 미스라기 보다는 심판의 공이기 때문에 김호곤 감독의 교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최원권 선수, 몇 차례의 몸을 날리는 세이브도 있었습니다.

64분, 그리스 수비수 빈트라[16]의 자책골은 이천수 선수의 공이 큽니다. 미드필더까지 골에이리어 라인까지 내려가 수비를 하는 상황에서도 볼을 잡으면 특유의 스피드와 드리블로 그리스 수비진영을 농락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천수 선수의 활약은 김영광 선수의 수퍼 세이브와 함께 우리 선수들 최고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천수 선수의 움직임으로 인해 그리스 수비수 3백은 경기 종료까지 하프라인을 쉽게 넘어오지 못했습니다.



70분을 전후해 김정우, 김두현 선수의 체력 저하가 눈에 띄었습니다. 김정우 선수의 경우 몇 차례 쓰러지기도 했고 수비에 치중한 김두현 선수 역시 움직임이 많이 느려지더군요. 박지성, 김남일, 송종국 선수 등이 빠진 미드필더가 한국팀의 아킬레스 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스 아포스톨라키스 감독은 76분, 자책골을 넣은 빈트라를 빼고 타랄리디스[17]을 투입하는데 이 선수가 78분에 만회골을 성공시킵니다. 김정우 선수가 좌측 골에이리어 부근에서 클리어하려는 볼이 빗맞아 중앙 쪽으로 갔고, 타랄리디스는 이 볼을 논스톱으로 슛, 골 포스트 바로 옆을 뚫고 들어가고 맙니다. 김영광 선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

기세를 탄 그리스 선수들의 공세가 이어졌고, 관중들의 함성 또한 최고조에 올랐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당황하는 모습들이 보이고 그리스는 중앙에서 2대1 패스 돌파를 많이 시도했습니다. 후반 교체된 그리스의 미트루가 파파도풀로스의 패스를 받아 박용호 선수와 최원권 선수의 사이를 뚫고 돌파하는데 최원권 선수가 뒤에서 손을 씁니다. 그러나 그 정도로 파울을 불 상황이었나 싶고, 파울이라 해도 패널티 에이리어 밖입니다. 그리스 미트루의 헐리웃액션에 속은 수준낮은 심판을 탓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82분, 파파도풀로스가 패널티킥을 성공시켜 2-2 동점.

84분, 김두현-정경호 선수의 교체가 있었습니다. 지친 김두현 선수 대신 힘이 좋고 스피드가 있는 정경호 선수의 투입은 감독의 '현장판단'이니만큼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니라 봅니다. 엔트리 명단에는 최성국, 이정열, 남궁도, 김지혁 선수가 있었습니다.

최원권 선수에게 마지막 슛 기회가 있기도 했지만 바로 슛을 쏘지 않고 한 번 접다 기회를 놓쳤습니다. 경기 종료. 아쉽지만 10명이서 최선을 다한 경기였습니다.

□ Man of the Match, 김영광 선수

매 경기마다 한 두 차례의 선방을 보여주곤 하지만 어제는 정말 눈부신 활약이었습니다. 그리스의 슛이 여러차례 골 포스트나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왔는데 제 기억으로 골포스트 맞고 김영광 선수 등에 맞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슛이 김영광 선수의 손 끝을 스치고 골대에 맞았습니다. 운도 작용했지만 김영광 선수의 수훈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부폰스런'이란 형용사 대신 '영광스런'이란 표현을 써도 괜찮을 듯 합니다.

전남 팬들께는 죄송한 얘기지만, 김영광 선수가 아테네올림픽을 통해 유럽리그로 진출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병지, 이운재 선수를 뛰어넘어 한국축구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로 성장하고 있는 김영광 선수 모습을 보면 든든하기만 합니다.



□ 그리스 관중

프리뷰 당시, 가장 염려하던 부분이 그리스 관중의 응원이었는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78분 타랄리디스의 만회골 이전 까지만해도 그리스 관중의 응원은 그저그랬습니다. '괜한 기우였나', '유로2004 멤버가 아닌 올림픽대표 경기라 열기가 없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고 오히려 붉은악마와 교민들의 응원소리가 들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만회골 이후 그들의 응원은 대단했습니다. 화면에도 잠시 나온 몇몇의 리딩이 있는 듯 한데 관중 전체가 하나되어 손을 흔들며 내지르는 함성은 우리 선수들에게 큰 위압이 되었을 것입니다. 축구가 생활화된 유럽국가 답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경기 내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수준미달의 주심

Jorge LARRIONDA

국적 : 우루과이
1968년 3월 9일생, 177cm/74kg

아테네올림픽 홈페이지에 나온 어제 주심의 프로필입니다.

개최국의 개막경기(?)에 36세의 주심이 나온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모든 것을 차치해도 어제 주심의 수준은 형편없었습니다. 오프사이드 판정을 하는 선심의 콜을 놓치기도 했죠. 수준미달로 지적되는 아시아권 심판과 다를 게 없더군요.

경기를 보며, '저 심판 태클에는 관대하고 헐리웃액션을 구분 못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편파판정의 여부를 떠나 양 국 선수들의 헐리웃액션에 계속 파울을 불었습니다. 김치곤 선수의 퇴장 판정도 헐리웃액션으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고, 최원권 선수의 PK 파울의 경우는 아무리 양보해도 명백한 오심입니다.

최원권 선수가 그리스 미트루에게 두 차례 손을 썼는데 파울이라기 보다는 정당한 몸싸움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최원권 선수가 두 번째로 미트루에게 손을 쓰는 순간 미트루가 넘어집니다. 누가봐도 알 수 있는 헐리웃액션이기에 당연히 미트루에게 경고를 줬어야 하는 겁니다. 그랬다면 미트루가 92분 두 번의 경고로 퇴장을 당했겠죠. 설령 파울로 인정을 한다 해도 마트루가 넘어진 곳은 분명 패널티 라인 밖입니다.

어제 판정은 주최국 예우 차원을 감안하면 크게 기울지는 않았던 판정이었습니다. 편파 판정이라기 보다는 수준낮은 심판의 오심으로 보는 게 맞을 듯 합니다.


□ 멕시코 전을 준비하며...

멕시코와 말리가 0-0으로 비겨 일단은 그리스와 공동으로 다득점에서 앞서 조 1위입니다. 

아시안컵 때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기후와 부상, 경고가 변수로 작용할 듯 합니다. 10명이서 경기를 했기에 그만큼 체력 소모가 클 것이며 최태욱, 김치곤, 김정우 선수 등 크고작은 부상 선수들이 많습니다. 또한 최근 한국축구의 특징으로 부각된 퇴장과 경고의 문제인데 이는 코치진에서 분명히 지적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아테네로 이동해 15일(일) 새벽 2:30에 멕시코전을 준비하는 우리 선수들, 아쉬움은 어서 잊고 다음 경기 준비를 했음 합니다. 가장 어려운 경기로 예상되었던 개최국 그리스와의 경기를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 선수들은 '절반의 성공'을 이룬 것입니다.

멕시코전에서는 반드시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FORZA COREA!!!






사진출처 : 아테네올림픽 공식홈페이지 & 2006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임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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