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프로 출범 이후 V리그의 최대 화두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라이벌 맞대결이었다. 프로 원년에는 삼성화재가 우승을 차지하며, 슈퍼리그 연속 우승의 신화를 이어가는 듯싶었지만, 이듬해에는 현대캐피탈이 숀 루니를 앞세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는 삼성화재의 독주를 막았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 다음해에도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를 꺾고 2연속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신치용(삼성화재)와 김호철(현대캐피탈)로 대변되는 양 팀 감독의 자존심 대결도 좋은 볼거리 중 하나였다.
재미있는 것은 양 팀의 자존심 대결이 때로는 ‘대학 동문 대결’로 대변되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양 팀의 사령탑인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과 김호철 현대캐피탈 총감독은 각각 성균관대와 한양대를 졸업했다. ‘대학 배구의 최고 라이벌’이라 불렸던 양 교의 대결이 각 팀의 사령탑 대결로 연결된 셈이었다. 현재 현대캐피탈 사령탑을 맡고 있는 하종화 감독 역시 한양대 동문이다.
이렇듯, 성균관대와 한양대는 대학 배구 최고의 맞수로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김병선, 임도헌, 신진식, 김상우, 장병철, 신선호, 고희진(이상 성균관대 동문), 강성형, 김세진, 최태웅, 석진욱, 이경수, 이선규, 강동진, 한선수, 박준범(이상 한양대 동문)과 같은 유명 선수들이 배출되기도 했다.
양 교는 전국체전, 혹은 대학배구 대제전, 종별 선수권대회 등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번갈아 우승을 차지하며,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배나 슈퍼리그 등 ‘백구의 대제전’ 시절에는 고려증권과 현대자동차라는 ‘실업팀의 벽’에 막히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대학팀이 ‘딱 한 번’ 우승을 차지한 사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1991년도의 이야기였다.
1991년 대통령배 대회는 전년도 우승팀인 고려증권과 준우승팀인 현대자동차의 각축전이 될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을 보기 좋게 깨어버린 대학팀이 바로 한양대학교였다. 물론 당시 한양대에는 하종화, 윤종일, 강성형 등 추후 슈퍼리그를 꾸며나갔던 선수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그렇기에, ‘우승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라는 이야기를 제기할 만하다. 그러나 당시 이들은 20대 초반에 불과했다. 당연히 경험이나 기량면에서 실업팀에 한 수 아래 실력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특유의 패기로 실업팀 ‘형님’들을 제압했고, 챔프전에서는 서남원/이상열이 버티고 있는 럭키금성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공교롭게도 당시 한양대 우승을 이끌었던 이들은 전원 현대자동차 배구단 입단을 선택했다.
1984년 시작된 대통령배/슈퍼리그에서 대학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91년도 ‘한양대학교 사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 성균관대가 실업리그에서 간간이 3위를 차지하며 대학팀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두 번 다시 1991년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진=현대캐피탈 하종화 감독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