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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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시안컵,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사입력 2004.07.25 02:05 / 기사수정 2004.07.25 02:05

임회준 기자

■ 전반전

UAE를 맞은 우리 선수들은 전반 3-4-3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하였습니다. 예상대로 주전 수비수 최진철, 김태영 선수가 경고와 부상으로 결장하고 박재홍, 김진규 선수가 투입되었으나 언론의 예상과는 다른 3백이었죠. 수비의 불안을 막기 위해 더블 볼란치로 김남일, 이을용 선수가 3백 앞에 위치해 수비를 견고히 하려는 본프레레감독의 의중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우영표 보다 좌영표가 제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반가왔던 점은 '좌영표'. 제자리를 찾은 이영표 선수의 윙플레이가 기대되는 경기였고 이영표 선수는 그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차두리 선수 또한 예상과는 다른 우측에 위치함으로써 본인에게 익숙한 포지션 플레이를 기대케 했습니다.

-----설기현-----이동국-----차두리-----
--이영표----------------------박진섭--
-----------이을용----김남일-----------
-----박재홍-----이민성-----김진규-----
-----------------이운재----------------


전반 5분경, 이을용 선수의 패스미스로 인한 UAE 공격수 모하메드 라시드(10)의 슛을 이운재 선수가 선방한 뒤, 한국은 UAE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게 됩니다. 3백의 호흡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누구랄 것도 없이 모든 선수들의 패스미스가 이어졌습니다.

차두리 선수가 전방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주도권을 되찾으려 했으나 활동량에 비해 소득이 없었고, 이영표 선수의 좌측 돌파는 부정확한 크로스로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이운재 선수의 선방과 김남일 선수의 상대 흐름을 끊는 영리한 플레이가 위안거리라 할 수 있을 정도.

우리쪽 골 에이리어 중앙의 공간이 비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이는 UAE에게 슛이나 중앙돌파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이 허점은 경기 종료 때까지 이어지는데 다음 쿠웨이트전까지 분명 보완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러나 좌우욍백의 수비가담은 칭찬할만 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김남일-이을용 조합은 뭔가 삐걱인다는 느낌입니다.  ㅡ ㅡa

박진섭 선수는 공격가담을 자제하며 우측 공간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고, 이영표 선수는 부지런히 좌측을 오르내렸습니다. 공격과 수비전환 시 3백과 5백으로의 변화가 별 무리없이 진행되어 수세 시에도 UAE로 하여금 윙 돌파는 거의 허용치 않았습니다.

전반전 내내 답답한 플레이였습니다. 패스미스는 상대에게 역습의 기회가 되었고, 수비수들의 호흡 불일치는 결정적인 찬스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크로스의 부정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난감하게까지 만들더군요. 두 번인가 있었던 헤딩슛도 별 위력이 없었습니다.

과연 저들이 2002월드컵을 비롯 한국축구를 아시아 정상으로 만든 그 선수들이 맞는가 싶었습니다. UAE 공격수들의 어설픈 패스와 이운재선수의 선방이 없었다면 실점을 했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았을 전반이었습니다. 하프타임 때 나온 기록을 보면, 볼 점유율과 코너킥만이 앞섰을 뿐, 슛이나 패스 성공율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UAE에게 뒤졌습니다.

이렇게 전반을 마치는구나 하는 패배감이 들 무렵, 좌측 돌파를 시도하던 이영표 선수가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냅니다. 헐리웃액션이라고 뭐라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완벽한 돌파가 여의치 않을 때는 그렇게 프리킥을 얻어내는 것도 기술입니다.

'이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고 전반을 마치자'는 모두의 바램이 선수들에게 전해졌을까요? 이영표 선수의 프리킥 크로스가 정확한 궤도로 날아갔고, 달려나오는 UAE 골기퍼에 앞서 이동국 선수가 점프하며 감각적인 헤딩슛을 성공시킵니다.


이동국 선수의 골 세레머니. 둘째, 셋째 손가락을 모으고 입에 대는데 어찌나 예쁘던지^^;;;


크로스 한 이영표, 골을 넣은 이동국...^^



■ 후반전

'좌영표 우진섭'의 수비가담에 자신감이 생겼는지 본프레레 감독은 이을용 선수를 빼고 박지성 선수를 투입합니다. 중원에서의 싸움과 공격의 물꼬를 트기 위한 박지성 선수의 투입은 적절했습니다. 박지성 선수, 언제 부상이 있었나 싶게 경기장을 누비며 공수조율을 시작합니다. 23살의 어린 나이로 어느새  A매치 46경기를 출전,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한 박지성 선수를 보면 흐뭇하기만 합니다.

 
어린 나이로 A매치 두 번째 경기를 치른 김진규 선수

한편 전반에 한골을 넣었다고 수비모드로 경기를 진행하면 본프레레감독을 욕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박지성 선수를 투입하며 공격에 더 힘을 싣더군요. 적어도 어제 본프레레 감독의 선수교체 3번은 모두 적절했고 결과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설기현-----이동국-----차두리-----
-----------------박지성----------------
--이영표-----------------------박진섭--
-----------------김남일----------------
-----박재홍------이민성------김진규-----
-----------------이운재---------------

전반에 체력을 비축한 듯 우리 선수들은 후반 초반부터 UAE를 강하게 몰아붙입니다. 특히 김남일 선수의 두어 차례 정확하고도 날카로운 패스는 좋은 찬스를 만들어냈습니다. 차두리 선수의 골키퍼 1대1 찬스로 김남일 선수의 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기억하는데, 차두리 선수 좀 더 침착하고 자신감이 있어야 했습니다.  UAE 골키퍼가 나오지도 못할 만큼 좋은 패스였기 때문에 충분히 더 드리블하여 들어간 뒤 슛을 했어도 되었는데 옆에서 견제하던 수비수를 의식했는지 너무 일찍 슛을 쐈습니다.

그러나, 이 슛을 계기로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전반의 선취골 성공과 후반 박지성 선수의 투입은 팀전체에 활기를 가져와 '뭔가 해내겠구나' 싶은 기대를 갖게 되더군요.

반면 전반 34분 교체 투입된 UAE의 18번 이스마일 마타르 선수가 참 인상적이더군요. 83년생으로 21살의 어린 선수인데 스피드에 자신이 있는 듯 박재홍 선수를 등지고 있다가 돌아나오며 돌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이 선수로 인해 박재홍 선수가 퇴장당하게 되죠.

그 밖에 프리킥을 도맡아 차던 수비수 바시르 사이드(14) 역시 인상적인 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반 이운재 선수가 선방한 프리킥이나 박재홍 선수 퇴장으로 주어진 프리킥을 골대에 맞춘 선수가 바로 이 선수인데 낮으면서도 강하게 휘는 왼발 프리킥이 위력적이었습니다. 이 선수 역시 23살(81년생)로 어린 선수인데 UAE 대부분의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이라 이들이 성장하면 UAE의 전력이 한층 좋아질 것 같습니다.

박재홍 선수의 56분 두 번째 경고는 명백한 심판의 오심입니다. 박재홍 선수 뒤 쪽으로 달려오던 마타르를 보지 못했고, 박재홍 선수는 정상적으로 볼을 클리어 하기 위해 킥을 시도했을 뿐입니다. 반칙은 맞지만 고의성이 전혀 없는 플레이였으므로 경고를 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오심에 항의하던 이운재 선수에게도 경고를 주었죠. 수준미달의 심판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말았습니다. 주심은 우즈벡의 Ravshan Irmatov 였습니다.

위에 언급한 한국의 기분좋은 분위기는 박재홍 선수의 퇴장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맙니다. 김남일 선수가 박재홍 선수의 자리로 내려와 위기를 막았고, 이내 59분 본프레레 감독은 차두리 선수를 빼고 박요셉 선수를 교체하며 어쩔 수 없는 수비 축구를 구사하게 됩니다.

-----------------이동국---------------
----------설기현--------박지성--------
--이영표--------김남일--------박진섭--
-------박요셉---이민성---김진규-------
-----------------이운재---------------


위 그림과 같이 3백 위에 3명의 미드필더를 아래로 내리면서 한국은 수비를 견고히 하게 됩니다. 어제 경기에 대해 비난이 많은데 저는 후반 한국의 수비 축구를 보며 지난 월드컵 당시 우리 선수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두 명 혹은 세 명이 상대 공격을 압박하고 차단하는 모습, 비록 상대가 약체일지언정 끊임없이 뛰며 상대 공간을 막아내는 모습이야 말로 예전 한국 축구가 보여주던 토탈사커였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물론 전방의 설기현, 이동국 선수까지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습니다.

몇 차례 위험한 상황을 보이기는 했으나 개인기량과 노련함에서 앞서는 우리 선수들은 영리하게 UAE의 총공세를 잘 막아냈습니다. 다만 수비 시 클리어를 할 때는 확실히 클리어를 해야겠습니다. 어설프게 걷어낸 볼이 UAE 선수들에게 가 다시 찬스를 주는 경우가 종종 보였습니다.



이영표선수, UAE전의 베스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전반 포워드를 한 명만을 기용하고 미드필더를 셋, 수비수를 6명이나 기용한 UAE 아트 데 모스 감독은 62분 미드필더 라미 야슬람(12)을 빼고 스트라이커 살렘 사드(9)를 투입하고 다시 75분 수비수 살레 압둘라 오바이드(29)를 빼고 미드필더 나와프 무바라크(23)을 투입하여 총공세에 나섰으나 우리 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UAE선수들이 공격을 하다 지친 78분, 본프레레 감독은 지친 이동국 선수 대신 안정환 선수를 투입합니다. 우리 선수들에 비해 UAE 선수들이 더 지쳐보였고, 우리 선수 가운데는 이동국 선수와 설기현 선수가 유난히 지쳐보였습니다. 그래도 설기현 선수 볼을 잡으면 꾸준하게 UAE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는 플레이를 보이더군요. 느리기는 하나 침착한 그의 플레이가 믿음직스러웠습니다.


이제 시작이다. 득점왕도 가능할까...? ^^;;;

수비에 치중하면서도 안정환-설기현, 혹은 안정환-설기현-박지성 세 선수의 공격 조합은 지친 UAE 진영을 유린합니다. 한국은 위 3명의 선수 외에는 하프라인을 넘지 않으며 수비를 견고히 하다 간간이 역습을 시도했는데, 83분 설기현 선수가 절묘하게 공간패스를 넣어주고 안정환 선수는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게 됩니다. 달려나와 각도를 좁히는 UAE 골리 머리 위로 루프 슛을 시도했으나 제대로 떨어지지 않아 크로스바를 넘기고 맙니다. 차두리 선수에 이어 두 번째로 일대일 찬스를 놓친 장면.

그러나 안정환선수, 7분 뒤 기어이 골을 성공시키고 맙니다. 요르단이 예상을 깨고 쿠웨이트에게 2-0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골득실에서 뒤져 조 2위가 되겠다 생각할 즈음, 체력이 고갈되어 집중력이 떨어진 UAE 수비진영에서 박지성 선수가 우측의 설기현 선수에게 패스를 합니다. 원래 전진패스를 하려 했지만 패스가 짧았던 듯 박지성 선수가 아까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때, 설기현 선수가 골 에이리어 가운데로 패스를 넣어주고 안정환 선수 수비수를 제치며 반대편 포스트 쪽으로 낮게 슛을 쏴 성공을 시켰습니다.

자칫 10명으로 뛰어 체력만 허비했다 싶을 경기에서 터진 안정환 선수의 추가골은 의미가 큽니다. 한 명이 모자란 상태에서 상대의 공세를 잘 막아낸데다 오히려 골까지 넣었으니 말입니다. 경기 종료가 선언되고 우리 선수들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지더군요.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는 듯 환하게 웃고 얼싸안는 우리 선수들에게 '고작 UAR에게 이기고 저리 좋아하냐'고 핀잔을 주기 보다는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다. 힘내라'는 격려를 보냅니다.


'불안했지만 저력을 보이고 또 희망을 찾았습니다'

어제 경기에 대한 제 평가를 한 마디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선수들 간의 호흡이 맞지 않아 조직력이 흔들리고 특히 수비에서 많은 불안함을 자아냈지만, 한 명이 퇴장당하고서도 안정된 수비 위주의 경기를 보인 '기본'에 대한 저력을 보여줬고, 또 이후의 쿠웨이트전이나 8강 이후의 경기에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듯 하여 우승에 대한 희망을 다시 찾았습니다.

우리 선수들, 자신감은 어느 정도 찾았다는 판단입니다. 10명이서 뛰느라 체력 소모가 상당했을 텐데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하긴 축구팀 요리사도 올림픽 대표에 배정 된 마당에 쉽게 체력 회복이 되긴 힘들겠네요...

요르단이 쿠웨이트를 이기는 통에 마지막 대한민국vs쿠웨이트 경기는 혈전이 될 듯 합니다. 쿠웨이트에게 봐달라 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지만 어째 쉽게 가는 경기가 없습니다.


8강
진출 경우의 수 정리

[1] 한국이 쿠웨이트에게 승리할 경우

1-1 요르단이 UAE에게 승리
8강 진출은 확정이나 2승 1무로 요르단과 공동 1위가 되고 골 득실을 따져 순위를 따지게 될 것입니다. UAE가 8강 탈락이 확정되었기에 요르단으로서는 이제 조 1위도 노리게 되었습니다.

1-2 요르단이 UAE와 비기거나 질 경우
한국이 조 1위로 8강에 올라 D그룹 2위와 경기를 치룹니다. 지금으로선 이란 혹은 일본인데 둘 다 쉬운 상대는 아닙니다.


[2] 한국이 쿠웨이트와 비길 경우

2-1 요르단이 UAE에게 승리
요르단이 조 1위가 되고, 한국이 1승 2무 조 2위로 8강 진출. 쿠웨이트 1승 1무 1패.

2-2 요르단과 UAE가 무승부
르단과 한국이 1승 2무로 공동 1위가 되고 골득실이 같기 때문에 마지막 경기 다득점으로 조 1위가 갈릴 것입니다. 그마저 같은 경우엔 유로 2004 처럼 예선 성적으로 할 지, 추첨을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2-3 UAE가 요르단에게 승리
한국이 조 1위로 8강 진출. 요르단, 쿠웨이트 1승 1무 1패, 골득실로 조 2위 결정.

[3] 한국이 쿠웨이트에게 질 경우

한국과 쿠웨이트 1승 1무 1패로 동률이나 승자승에 따라 쿠웨이트 8강 진출
요르단이 UAE에게 패배할 경우 모두 1승 1무 1패가 되어 골 득실 따질 듯

이런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는 방법은 무조건 쿠웨이트에게 이기면 됩니다.
위 경우의 수 가운데 헷갈리는 부분이 몇 있습니다. 틀릴지도...


사족 1.

중국인들 '공한증'에 기인한 시기심으로 우리를 폄하하고 상대를 응원한다고들 하는데 원래 중국인들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과거 속국일 뿐입니다. 제 기억으로 중국인들이 우리 팀을 응원한 적은 오래 전부터 없습니다. 가까이 있는 나라라고 전부 이웃이고 친한 건 아닙니다. 

그네들이 우리 선수들에게 야유하고 상대를 응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화가 나는 건 사실입니다만 어찌보면 그네들이 우리를 응원하기 바라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우리 대표 선수들, 원정다운 원정 한번 치르지 못 했었는데 이 참에 제대로 경험한다고 여기면 될 듯 합니다. 다음 번, 한국에서 한중전이 열릴 경우, 그 때 모든 것을 갚아주겠습니다. 


◎ B조 2번째 게임 경기 결과

 

승점

대한민국

1

1

0

4

2

0

+2

요 르 단

1

1

0

4

2

0

+2

쿠웨이트

1

0

1

3

3

3

0

UAE

0

0

2

0

1

5

-4











사진출처 : 아시안컵 공식 홈페이지





임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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