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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전96기' 박희영, "우승을 향한 꿈, 끝까지 안버렸다"(인터뷰)

기사입력 2011.12.07 10:21 / 기사수정 2011.12.07 10:2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언젠가는 우승을 할 거라는 확신이 강했습니다. 4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해 속상했지만 제 인생이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신인왕을 수상했다. 순식간에 4승을 올리더니 Q스쿨(PGA나 LPGA 1부 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시드권을 획득하기 위한 2부 투어)을 통과했다. 그리고 20세의 나이에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LPGA)에 진출했다.

엘리트 코스를 탄탄히 밟아온 박희영(24, 하나금융그룹)의 앞날은 화창하게 보였다. 거침없는 여정을 걸어온 지난날을 생각할 때, LPGA 첫 승도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첫 승은 박희영의 손에 좁처럼 잡히지 않았다. 필드 위에서 우승트로피에 입맞춤을 할 때까지 무려 96번의 투어에 출전해야 했다.

박희영은 올 시즌 LPGA 마지막 투어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95전96기'에 성공한 그는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겪어야했던 우승의 갈증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선두인 상태에서 마지막라운드를 시작했어요.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습니다. 안전하게 경기를 이끄는 것보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맘껏 펼쳐보고 싶었어요. 다른 선수가 더 잘 쳐서 이긴다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발휘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일찍 시도한 LPGA 진출,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박희영은 "미국 진출은 원래의 목표였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국내 골퍼들에게 LPGA 진출은 최종 목표로 여겨지고 있다. 최고의 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모든 골퍼의 공통적인 목표다. 하지만, '빅리그'는 달콤한 성공과 함께 실패의 쓴 맛도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다.

"2008년 Q스쿨에 응시했는데 반드시 합격하자는 것보다 좋은 경험을 쌓아보자는 마음이 강했어요. 결국, 합격을 하면서 LPGA에 진출하게 됐죠. 미국에 가는 것은 원래의 목표였어요. 실패해도 어렸을 때 하면 다시 재도전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큰 무대에 가서 경험을 쌓고 배우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이른 나이에 미국행을 결정한 그는 골퍼인 동생에게도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 3살 아래인 박주영(21)은 KLPGA 시드 선발을 통과해 내년시즌부터 정규리그 투어에서 활약한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지만 동생은 저보다 더 잘했어요. 육상에도 소질이 있었고 달리기와 멀리뛰기 대회에 나가면 상을 받아왔죠. 골프는 중학교 3학년 때 시작해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비거리는 저보다 더 멀리 나가요.(웃음)"

박희영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260야드에 이른다. 세계적인 골퍼들과 비교해도 상위권에 오르는 비거리다. 하지만, 동생인 박주영은 언니를 능가하는 장타 실력을 갖췄다.

미국으로 건너온 박희영에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고된 시련이었다. 무엇보다 타지에서 생활해야 하는 외로움은 극복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고국에 있는 부모님과 동생이 박희영의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또한, 박희영에게 '가족'같은 지원군이 생겼다. 바로 3년 동안 동고동락한 캐디인 카일리 프렌트(호주)이다. 현재 박희영은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 정착한 가장 큰 이유는 캐디인 카일리가 올랜도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일리는 캐디이자 동료이고 언니 같은 존재에요. 주변에서는 여자보다 남자 캐디를 둬야 덜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어요. 결국, 남자 캐디로 교체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캐디와 마음이 맞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됐죠. 다시 카일리와 같이 일하게 됐는데 그 친구는 '우리는 이혼했다가 다시 재결합했다'고 말했어요.(웃음)"

외국인답지 않게 동양적인 정서를 지닌 카일리는 두터운 정으로 박희영을 위로했다. 영어로 인터뷰를 할 때, 단어와 어휘 선택도 캐디가 도움을 줬다. 박희영은 "지금처럼 영어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캐디의 도움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박희영 만의 특별한 심리치료 방법은 '일기와 편지 쓰기'

멘탈 스포츠인 골프에서 심리 치료도 중요한 요소다. 특히, 타지에서 생활해야 하는 박희영의 경우, 멘탈 관리는 매우 중요했다.

"전 제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는데 익숙하지 못해요. 오히려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편합니다. 특별하게 상담을 받거나 하는 것은 없고 글을 쓰는 것으로 극복해냈어요. 제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나 일기를 썼는데 항상 '괜찮아 질 거야'라고 제 자신을 응원했습니다."



운동선수답게 성격이 털털한 면도 있지만 섬세한 면도 많다. 집 꾸미기를 좋아하고 예쁜 공예품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의상도 화사하고 여성적인 옷을 선호한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파트에 등을 두 개 정도 갖다 놓았어요. 뭔가 허전한 것 같아서 가족사진도 걸어놓고 화분과 꽃들도 구입했죠. 접시도 좀 특이하고 예쁜 것들을 모아놓아서 집을 꾸몄습니다. 나중에 아버지가 오셔서 보시고는 아파트가 아니라 모델하우스같다고 말씀하셨어요.(웃음)"

편한 옷이 최고지만 화사하고 튈 수 있는 의상도 선호한다. 운동선수이다 보니 운동화가 편하지만 높은 힐도 좋아한다고 박희영은 밝혔다.

가장 좋아하는 골퍼로 박희영은 필 미켈슨(미국)을 손꼽았다. 이유는 쇼트게임을 너무나 잘하기 때문이다. 이번 동계훈련동안 쇼트게임 향상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그는 "은퇴 후에는 아버지처럼 교수가 돼 교편을 잡고 싶다"는 꿈도 공개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밝힌 박희영은 2주 후에 다시 올랜도로 돌아간다. 시즌 첫 승을 올린 기쁨을 뒤로 하고 내년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박희영은 지난 6일 열린 2011 KLPGA 시상식에 참여해 '해외 선수 특별상'을 수상했다.

"올랜도로 다시 돌아가 체력훈련과 쇼트 게임 향상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비시즌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목표가 남아있어요. 내년 시즌도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사진 = 박희영, 박주영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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