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상무신협은 V리그의 '동네북'이다. '반드시 져서는 안 될 상대'로 여겨지는 상무신협은 연패에 빠진 팀들이 만나기를 기대하는 '1순위' 팀이기도 하다.
상무신협 선수들은 대부분 신인드래프트 2~3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많다. 또한, 프로 구단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 후보 선수가 새로운 평가를 받는 팀이다.
상무신협이 넘기 힘겨워하는 벽이 있다. 바로 '높이'와 '힘'을 앞세운 외국인 선수들이다. 한국 V리그에서 맹위를 떨치는 공격수들은 모두 '높이'에 승부를 걸고 있다. 해외리그와 비교해 블로킹 높이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내 리그에서는 '스피드'보다 블로킹 위에서 때리는 '높이'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로 구단과 비교해 상무신협이 가장 밀리는 부분은 바로 '높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보다 타점이 높은 외국인 선수들이 공격을 할 때, 상무신협의 블로킹을 위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없는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높이가 비등해지면 상무신협은 절묘한 블로킹 타이밍으로 높이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
상무신협의 최삼환 감독은 "국내 선수들끼리 붙으면 우리는 4:6정도의 열세로 경기를 한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출전할 경우 2:8에서 1:9 정도로 격차가 벌어진다. 높은 공격은 우리의 블로킹으로 막아내기 힘들다. 하지만, 높이가 비슷해지면 어느 정도 해볼만하다"고 평가했다.
상무신협은 지난 4일, LIG손해보험을 꺾고 올 시즌 2승째를 올렸다. 지난달 22일, 대한항공을 상대로 첫 승을 올린 뒤, 12일 만에 값진 1승을 추가했다.
상무신협이 승리한 두 경기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외국인 선수 없이 '토종 선수'들만 출전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는 마틴 네메크(슬로바키아)가 유럽지역 올림픽예선전에 출전하기위해 자리를 비웠다. 상무신협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풀세트 접전 끝에 대한항공을 격침시켰다.
4일 열린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도 외국인 선수는 없었다. 부상 중인 밀란 페피치는 팀의 기둥인 이경수와 함께 코트에 서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요한은 홀로 40득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하지만, 팀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상무신협에 2-3으로 패했다.
이 경기에서 상무신협은 19개의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19-10으로 블로킹 싸움에서 승리하며 고공 권을 장악했다. 프로 팀을 상대로 높이에서 가장 열세를 보이는 상무신협은 이 부분을 극복해내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대형선수가 없는 약점을 상무신협은 빠른 속공과 세트플레이로 극복하고 있다. 최삼환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빠른 속공과 세트플레이 밖에 없다. 이러한 공격을 시도하기 위해 70~80%의 훈련을 서브리시브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는 높이 있는 공격과 함께 위력적인 강서브를 구사한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상무신협은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기 어렵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코트에 나서지 않으면 높은 공격과 함께 서브의 위력도 떨어지게 된다.
올 시즌 V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은 모두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좋아진 상황에서 가장 고전하는 팀이 상무신협이다. 외국인 선수의 고공폭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무신협은 시즌 10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빠졌을 때, 상무신협은 프로 팀들을 상대로 접전을 펼쳤다. 특히, 대한항공과 LIG손해보험을 잡으면서 상대 팀들의 자존심을 꺾었다.
상무신협은 4일 열린 LIG손보와의 경기를 통해 '동네북'이 아님을 증명했다. 국내 선수들끼리 맞붙을 경우, 상무신협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팀으로 변모한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그리고 KEPCO의 경우도 국내 선수들로만 경기를 펼친다면 상무신협과의 경기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상무신협의 목표 중 하나인 전 구단 상대 1승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상무신협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