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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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주적, 올리버 칸

기사입력 2005.02.04 16:46 / 기사수정 2005.02.04 16:46

이충연 기자
2000-2001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거칠것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이미 바르셀로나에서 피구를 영입했고 셀타비고에서 마켈레레까지 데려오면서 전력의 극대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한 팀의 스트라이커인 라울은 히바우도, 하비모레노와 함께 프리메라리가 득점 1위를 다툴 정도였다. 그리고 영입해온 피구는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어시스트1위를 기록중이었고 엘게라 역시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였음에도 불구하고 7골을 기록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여기에 맥나마만 - 마켈레레 - 엘게라 - 피구로 이어지는 미드필더 라인은 누가봐도 유럽최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팀은 99-2000시즌챔피언스리그 제패에 이어 2000-2001 시즌까지 2연패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비록 8강전 상대였던 갈라타사라이와의 원정 경기에서 2대0으로 이기다가 2대3으로 역전패를 당하면서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2차전인 홈경기에서 라울의 2골과 엘게라의 통렬한 헤딩슛으로 3대0으로 승리를 거두며 4강전에 진출했다.


칸이 있었다

4강전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그러나 이미 99-2000시즌에도 2대0으로 제압한 경력이 있었고 당시 기세가 오를대로 오른 마드리드 였기에 도박사들 또한 마드리드의 압승 예상했다. 그리고 드디어 양 팀의 1차전이 베르나베우에서 열린다. 그러나 이 날 8만명이 가득찬 가운데 펼쳐진 경기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라울도 피구도 그리고 엘게라도 아니었다. 바로 "올리버 칸" 이었다.

마드리드는 경기 내내 도합 18번의 슈팅을 날렸지만 모조리 칸의 선방에 막혔다. 그 시작은 전반전 10분경 피구가 정면에서 날린 땅볼슛을 막아내면서 부터다. 이후 수차례의 공격이 번번히 칸의 거미줄에 막힌다. 후반들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맥마나만이 피구의 크로싱을 받아 왼발로 가볍게 밀어넣으려고 한 슈팅도 어느새 반대편 포스트에 있던 칸이 잡아버린다. 또한 라울의 중거리슛, 페널티라인에서 날린 까를로스의 오버헤드킥까지 펀칭로 막아낸 것이다. 단 하나 전반 14분 마켈레레의 크로싱을 받은 라울의 슛이 축구장 티켓 정도의 차이로 골문을 벗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격이 칸의 신들린 손에 막힌 것이다.


신들린 칸, 패닉에 빠진 레알

이 날 레알마드리드의 분위기가 어떠했는지는 후반 20분경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당시 피구의 크로싱을 달려들던 엘게라가 갈라타사라이戰에서 보여준 똑같은 골장면을 연출하려는 듯이 강한 슛을 날리지만 상단 위 골대로 살짝 넘어가고 만다. 여기에 자신의 성질을 이기지 못한 그는 주심이 보는 앞에서 골대를 강하게 걷어차버리기도 했다. 반면 라울은 자신의 2차례에 걸친 중거리슛이 칸에게 막히자 오히려 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정도 되자 급기야 마드리드는 패닉상태에 빠지기 시작했고 오히려 후반전 15분경에 뮌헨의 스트라이커 엘베르의 기습적인 중거리슛을 허용하고 만다. 그리고 결국 모든이의 예상을 깨고 바이에른 뮌헨이 1대0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침몰시킨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끝이 아니었다. 마드리드의 악몽은 2차전에서도 계속된다.

2차전 역시 양 팀의 총 공세 끝에 뮌헨이 2대1로 앞서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다급해진 마드리드는 모든 공격력을 총동원해 파상공세로 나오지만 칸을 비롯해 안데르손, 쿠포르, 링케로 이뤄지는 2000-2001시즌 최고의 수비진들은 모든 공격을 막아낸다. 그리고 결국 마드리드는 뮌헨 3백라인의 위력에 무릎을 꿇으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다.


스페인의 주적, 발렌시아를 격침시키다

완벽하게 마드리드를 유린하며 결승전 진출한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상대는 스페인의 수문장 까니사레스가 버티고 있는 발렌시아였다. 그러나 양팀의 승부는 무승부로 돌아가면서 최종 페널티킥으로 우승자를 가리게 되었다. 따라서 관중들은 칸과 까니사레스의 대결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그리고 이어진 그들의 진검승부. 우선 까니사레스가 페널티킥을 두번이나 선방하며 기선 제압을 했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5번째 키커였던 페예그리노의 슈팅을 선방해내며 팀의 승리를 이끌어낸 칸이었다. 결국 팀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안긴 칸은 험악한 인상을 걷어내고 그 순간 만큼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까삐딴 "멘디에타"의 허탈한 표정을 뒤로 하고 말이다.

이렇게 챔피언스리그의 우승자가 된 바이에른 뮌헨. 물론 팀 최다득점을 기록한 엘베르나, 링케 - 쿠포르 - 안데르손으로 이뤄지는 3백라인, 수비형미드필더에서 엄청난 포스를 보여주었던 타이거 '에펜베르그'와 예레미스가 없었다면 우승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베르나베우에서 있었던 칸의 미친듯한 선방이 아니었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후 뮌헨은 마드리드와 가진 4차례의 경기에서 1승1무2패를 기록 했고 그 두번의 패배로 뮌헨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는 약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여전히 칸의 존재는 위압을 넘어 공포 그 자체로 남아 있다.


<사진 출처 - 동맥 기자님 뉴스클럽>


3부 '스페인만 만나면 골러시, 엘베르'로 계속...



이충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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