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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두산, '펜스 설전' 그 이후

기사입력 2007.09.28 23:11 / 기사수정 2007.09.28 23:11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지난 1월 29일 LG 트윈스의 김재박 감독은 잠실구장을 함께 쓰고 있는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에게 '잠실구장 펜스를 당기자.'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공격 야구'를 펼치며 잠실구장을 찾은 팬들을 즐겁게 하자는 의견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처음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두산 프런트의 반대로 '펜스 당기기'는 없던 일이 되었다.

두산은 전지훈련 당시 김동주 외에 믿을만한 거포 유망주가 최준석과 상무에서 갓 제대한 유재웅 외엔 없어 올 시즌 장타력으로 승부를 걸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다. 프런트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당연한 일.

그에 반해 LG는 2001'~2004' 시즌 다이에 호크스(현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활약하며 86홈런을 기록, 장타력을 과시했던 페드로 발데스를 영입, 장타력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게다가 전지훈련 당시 발데스는 비거리 140m짜리 아치를 그려내며 LG의 주포로 자리매김할 태세였다.

결국, 두산의 반대로 김재박 감독의 제안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페넌트레이스의 종착역을 향해 가는 28일 현재, LG와 두산의 공격을 비교해 보면 김재박 감독의 마음은 더욱 아쉽다.

LG는 믿었던 발데스가 확실한 장타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83 13홈런 72타점(28일 현재)의 성적은 나쁘지 않은 수준. 그러나 다이에 시절의 파워는 수그러든 지 오래였고 발도 느려져 뛰는 야구도 구사할 수 없었다.

여기에 '주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큰 관심을 모았던 박용택도 .275 13홈런 61타점을 기록, 팬들의 비난을 샀다. 14년차 노장 최동수가 .302 11홈런 56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LG가 필요로 했던 타자는 확실한 파워히터였다.

반면, 두산은 달랐다. 두산은 시즌 초 유재웅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일찌감치 이탈, 비상에 걸렸다. 잠실구장의 내야도 과거와는 달라져 내야 수비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최하위에 위치했던 고달픈 4월이었다.

그러나 4월 29일, SK 와이번스에서 걸출한 수비를 자랑하는 이대수를 영입하면서 내야 수비를 안정시켰다. 안정된 수비력 아래 두산의 타격도 불을 뿜기 시작했다.

두산 타선에서 가장 고무적인 성장을 한 선수들은 톱타자 이종욱과 2루수 고영민이다. 이종욱은 '똑딱이' 스타일이 아닌 '중장거리 타자'로 변신, 더욱 발전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호쾌한 홈런이 아닌 '쾌속 발'을 이용한 2,3루타를 양산하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종욱의 홈런 개수는 단 하나다. 그러나 그가 올 시즌 때려낸 2루타 개수는 20개, 3루타는 11개다. OPS(장타율+출루율)가 .795에 달하는 놀라운 발전상. LG의 중심타선에 포진했던 발데스의 OPS가 .788이고 박용택이 .756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톱타자로 대단한 활약을 펼친 것이다.

고영민은 90년대 초반 베어스의 '거포'로 활약했던 '헐랭이' 임형석과 유사한 외형으로 그에 필적하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비록 홈런 수는 그에 미치지 못했으나(12홈런) 29개의 2루타를 기록하며 적절한 타격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고영민은 임형석이 가지지 못했던 빠른 발로 35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고영민은 도루만 많이 한 것이 아니라 다른 타자주자들보다 한 루를 더 가는 기민함을 보여주며 상대 배터리를 더욱 흔들었다.
 
물론 LG가 발을 안 쓰는 플레이를 한 것은 아니다. 올 시즌 51도루로 도루왕이 유력시되는 이대형은 열심히 뛰었다. 그러나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과감함은 두산에 비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LG와 14시즌을 보냈던 최동수 또한 인터뷰에서 '분명히 무리하는 건데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능력을 자주 보여주며 창조적인 플레이를 펼쳤다.'라며 두산의 플레이를 평가했다. 두산은 장타력의 '상대적 미진함'을 발로 해결했다.

'홈런'과 '발야구'. 사람마다 기호가 다른 만큼 어느 것이 팀을 상위로 이끌고, 어느 것이 관중을 더 열광시키는가에 대해 확실한 해답을 제시할 순 없다.

그러나 페넌트레이스 2위로 가을 잔치 참가를 사실상 확정지은 두산과 5위를 달리며 '4강 진입'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LG의 성적을 비교하면 일단 '발야구'의 승리가 유력시된다.

만약, 두산이 김재박 감독의 제안에 찬성해 펜스를 5m가량 당겼다면 그들의 현재 성적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LG는 기적처럼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거머쥔 후 두산에 설욕전을 펼칠 수 있을까?

<사진=LG 트윈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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