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홈에서 강팀 리버풀에 초반부터 무너진 끝애 대패했다. 무려 6골을 내주면서 큰 망신을 당하고 홈팬들 야유 속에 경기장에서 물러났다.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23일(한국)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리버풀과의 홈 경기에서 전반에만 3골을 내주는 치욕의 졸전 끝에 3-6으로 크게 졌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승점 23(7승2무8패)을 유지하면서 11위에 머물렀다. 풀럼, 브라이턴(이상 승점 25)에도 뒤지게 됐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최근 7경기에서 2승 1무 4패를 부진에 빠졌다.
리버풀은 2위 첼시(승점 35)보다 한 경기 덜 치르고도 4점 앞선 단독 선두(12승3무1패·승점 39)를 질주했다.
손흥민과 토트넘 역사에 남을 패배였다. 리버풀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토트넘이 너무 맥없이 무너졌다.
손흥민도 뚜렷한 활약 없이 후반 막판 교체아웃됐다. 강팀과의 경기에서 주춤하는 모습이 최근 계속 나오고 있다. 이날 왼쪽 날개로 나선 손흥민은 지난 시즌 리버풀과의 2경기에서 모두 골 맛을 봤던 감각을 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별다른 활약 없이 후반 37분 티모 베르너와 교체아웃됐다.
손흥민은 지난 20일 리그컵 8강 맨유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막판 코너킥을 직접 골로 연결하는 환상적인 플레이로 홈 팬들을 열광시켰으나 이날은 리버풀의 강력한 수비 앞에 제 묷을 하지 못했다.
영국 매체 커트오프사이드는 손흥민에게 이날 3점을 줬다. 4~5점도 치욕적인 점수인데 3점이라면 너무 못했다는 뜻이다. 선발로 나선 토트넘 필드플레이어 중 최저점이다.
리버풀의 강한 공격에 센터백을 3명이나 잃은 토트넘이 와르르 무너진 날이 됐다.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프레이저 포스터가 골문을 지켰고, 페드로 포로, 라두 드라구신, 아치 그레이, 제드 스펜스가 수비를 구성했다.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가 허리를 받쳤고, 데얀 쿨루세브스키, 제임스 매디슨, 손흥민이 2선에서 호흡을 맞췄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도미니크 솔란케였다.
원정팀 리버풀도 같은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알리송이 골키퍼 장갑을 꼈고, 앤디 로버트슨, 버질 판데이크, 조 고메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백4를 이뤘다. 알렉시스 맥알리스터, 라이언 흐라벤베르흐가 중원을 지켰고, 코디 학포, 도미니크 소보슬러이, 모하메드 살라가 2선에 위치했다. 루이스 디아스가 최전방 원톱으로 나섰다.
리버풀이 초반부터 거세게 토트넘을 몰아붙였다. 전반 3분 토트넘 골키퍼 포스터의 패스가 살라에게 끊겼고, 살라가 박스 안 왼발 슈팅을 때려봤으나 옆그물로 향하면서 토트넘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리버풀은 1분 만에 다시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디아스가 오른발로 때린 슈팅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전반 10분에는 알렉산더아놀드가 올린 크로스를 살라가 지체없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포스터가 막아낸 공을 소보슬러이가 재차 때려봤으나 토트넘 수비가 몸으로 막아냈다.
전반 15분 리버풀이 날카로운 역습을 전개했다. 디아스가 포로를 제치고 학포에게 내줬다. 하지만 학포의 슈팅은 높게 떴다. 토트넘도 반격에 나섰다. 1분 뒤 쿨루세브스키의 패스를 받은 사르가 박스 밖에서 왼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유효슈팅이 되지 않았다.
리버풀의 공세가 이어졌다. 전반 17분 살라의 박스 안 슈팅이 스펜스에게 막혔다. 다시 살라가 공을 잡아 슈팅을 시도했으나 스펜스가 막아냈다. 전반 18분 살라의 오른발 슈팅은 골대를 강타했다.
기어이 리버풀이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전반 22분 알렉산더아놀드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디아스가 머리로 마무리해 1-0을 만들었다. 토트넘은 주전 센터백인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판 더 펜은 물론 베테랑 백업 수비수인 벤 데이비스까지 부상으로 잃어 18세 미드필더 그레이를 22세 드라구신과 함께 주전 센터백으로 세우고 있는데 이날도 전반 중반을 넘어가기 전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불안한 출발을 드러냈다.
기세를 탄 리버풀은 추가 득점에 성공하며 멀리 달아났다. 전반 36분 로버트슨이 크로스를 올렸고, 소보슬러이와 스펜스가 경합하는 과정에서 공이 흘렀다. 이를 맥알리스터가 달려들어 머리로 밀어넣어 추가골을 기록했다.
토트넘도 재빨리 추격했다. 직전 프리미어리그 경기인 사우샘프턴전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7득점을 기록, 토트넘 선수들 중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골이 가장 많은 매디슨이 또 해냈다. 미드필드 혼전 중 아크 정면으로 흘러들어간 골을 매디슨이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연결해 1-2로 쫓아가는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리버풀이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추가시간 소보슬러이가 알렉산더아놀드의 패스를 머리로 떨궈줬고, 살라가 받아 다시 소보슬러이에게 내줬다. 소보슬러이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깔끔하게 마무리하면서 3-1로 전반전이 종료됐다.
후반전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반 9분 리버풀이 공격에 나섰고, 아치 그레이가 막아보려고 했으나 살라의 슈팅까지 막을 순 없었다. 살라가 마무리하면서 4-1까지 벌어졌다.
리버풀이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후반 12분 알리송의 패스가 토트넘 수비를 그대로 허물었다. 소보슬러이가 잡아 포스터 골키퍼까지 제친 후 왼발로 때렸으나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하지만 후반 15분 리버풀이 다섯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로버트슨의 패스를 소보슬러이가 받아 페널티지역 왼쪽까지 치고 들어갔다. 소보슬러이 패스가 반대편 노마크 찬스로 있던 살라에게 배달됐다. 살라가 왼발로 가볍게 슛을 때려 리버풀에 5-1 리드를 안겼다. 이후 리버풀은 알렉산더아놀드, 디아스의 연속 슈팅으로 토트넘을 괴롭혔으나 포스터 선방에 막혔다.
토트넘이 추격에 나섰다. 취약한 방어선 탓에 강대강으로 나선 토트넘은 뒤늦게 두 골을 터트리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후반 27분 솔란케의 패스를 쿨루세브스키가 왼발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리버풀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후반 31분 교체 투입된 디오구 조타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살라가 반대편으로 연결했다. 공을 잡은 디아스가 골키퍼 키를 넘기는 로빙슛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살짝 넘어갔다.
후반 35분에는 알렉산더아놀드의 크로스가 그레이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들어갈 뻔했으나 포스터가 잘 잡아냈다.
후반 36분 공격진에서 아무런 영향력도 보여주지 못한 손흥민이 티모 베르너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손흥민이 빠진 직후 토트넘의 득점이 나왔다. 후반 38분 루카스 베리발의 크로스를 후반 중반 매디슨과 교체투입된 존슨이 헤더로 패스하자 솔란케가 넘어지며 왼발 슛을 날려 승부를 두 골 차까지 좁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리버풀은 마지막까지 공격을 감행하며 홈팀을 괴롭게 했다. 솔란케 득점 2분 뒤 살라의 패스를 디아스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반박자 빠른 오른발 터닝슛으로 연결해 6-3을 만들고 경기를 끝냈다.
토트넘은 지난해 여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한 뒤 한 경기 최다 실점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39골을 퍼부으면서 팀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실점도 25개나 허용하면서 중하위권 팀들과 큰 차이 없는 수비 구멍을 드러내고 있고 이게 10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귀결된다.
이날 손흥민은 공격진에서 유일하게 제몫을 하지 못했다. 82분을 뛰는 동안 슈팅 1회에 그쳤으나 그마저도 유효슈팅이 아니었다. 드리블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다른 세 명의 공격수들이 모두 득점에 성공하는 동안 유일하게 존재감이 없었다. 멀티골을 터뜨리며 날아다닌 1992년생 동갑내기 라이벌 살라와의 맞대결에서도 완패를 당했다.
축구통계매체 소파스코어는 손흥민에게 1~2선 공격수들 중 가장 낮은 6.3점을 매겼다. 또 다른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평점 6.3을 받아 공격진 꼴찌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월드는 "몇몇 순간은 훌륭해 보였으나 전반적으로 경기에 큰 영향을 주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평점 5점을 줬다.
치욕적인 참패에 손흥민은 경기 후 크게 낙담했다.
영국 중계 방송사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결과에 매우 실망했다. 6골을 실점한 건 정말 정말 고통스럽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축구 선수로서 항상 경기에 뛰고 싶지만 지금은 열심히 회복하고 노력해야 한다. 변명하고 싶지 않다"고 좌절하면서도 "의심할 여지 없이 리버풀이 왜 리그 1위인지 알 수 있었다. 최고의 선수, 최고의 규율 등 그들이 1위인 데는 이유가 있다. 실수를 하면 응징한다. 매우 좋은 팀이다"라고 상대 전력을 인정했다.
영국 매체 TBR풋볼은 "손흥민은 리버풀이 6골을 넣고 이기는 모습을 지켜봤다. 큰 패배를 겪은 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을 지었다"면서 "손흥민은 리버풀을 칭찬하고, 그들을 존경한다고 밝혔다"고 손흥민의 표정이 인터뷰 내내 좋지 않았다고 조명했다.
손흥민은 27일 0시에 열리는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원정 경기를 통해 시즌 프리미어리그 6호골에 도전한다.
사진=연합뉴스 / 스카이스포츠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