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2022 시즌을 앞두고 외야 펜스에 설치했던 보조 펜스를 철거한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홈 구장 사직야구장의 펜스 높이를 다시 낮춘다. 전략적인 부분은 물론 팬들을 위한 마케팅적 요소까지 고려된 결정이다.
롯데는 지난 2일부터 사직야구장 외야 보조펜스 철거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구단 내부적으로는 오는 16일까지 공사가 모두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2024 시즌을 마친 뒤 구단 내부적으로 보조펜스 부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최근 철거를 결정했다"며 "2022 시즌을 앞두고 홈 플레이트 위치를 옮기고 펜스를 높였을 때와 비교하면 이번 공사는 매우 단순하다.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 않고 이달 중 작업을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2021 시즌을 마친 뒤 대대적인 사직야구장 개보수를 진행했다. 성민규 전 롯데 단장은 2022 시즌을 앞두고 외야 펜스 높이를 4.8m에서 6m로 높였다. 홈 플레이트 위치도 뒤쪽으로 이동시켜 외야 펜스까지의 거리도 좌우 95m에서 95.8m, 센터는 118m에서 120.5m로 멀어졌다. 팬들은 성민규 전 단장의 주도로 높아진 사직야구장 펜스를 '성담장'으로 불렀다.
롯데 자이언츠가 2022 시즌을 앞두고 외야 펜스에 설치했던 보조 펜스를 철거한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롯데가 담장을 높였던 건 당시 팀 전력이 타선보다 투수진에 강점이 있었던 게 컸다. 슬러거 유형의 타자들이 적어 홈런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피홈런 숫자를 줄인다면 성적 상승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롯데는 2022 시즌 사직에서 타자들이 36개의 홈런을 치고 투수들이 40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2023 시즌은 팀 홈런은 36개로 동일했지만 피홈런은 27개로 크게 줄었다. 2024 시즌의 경우 팀 홈런과 피홈런 모두 49개로 동일했다.
하지만 롯데의 펜스 높이 증가는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18 시즌부터 시작된 '암흑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쓴맛을 봤다.
롯데는 수비 시 종종 '성담장'에 맞는 타구가 나오면서 피홈런이 2루타로 바뀌는 상황이 나오기도 했지만 반대로 공격 상황에서 홈런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었던 타구가 2루타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
롯데는 결국 2025 시즌 준비 과정에서 1.2m짜리 '성담장'을 과감하게 없애기로 했다. 올해 10개 구단에서도 손꼽히는 막강한 타선 구축에 성공한 데다 팬들의 관람 시야 확보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롯데 자이언츠가 2022 시즌을 앞두고 외야 펜스에 설치했던 보조 펜스를 철거한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롯데는 올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내야수 손호영이 102경기만 뛰고도 18홈런을 쏘아 올렸다. 리그 최정상급 2루수로 성장한 고승민과 주전 중견수 윤동희 14홈런, 맏형 전준우 17홈런,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 15홈런 등을 쳐냈다.
롯데는 중장거리 타자들이 중심 타선에 배치되면서 공격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을 내렸다. 김태형 감독도 펜스 높이를 낮추는 데 동의했다.
롯데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을 당시 화끈한 공격야구가 밑바탕이 됐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났던 2012 시즌을 제외하면 한 점을 덜 주는 야구보다 더 내는 야구로 승부를 봤다.
롯데 관계자는 "올해 젊은 야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손호영,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을 비롯해 중장거리형 타자들이 포진해 있고 전준우 선수도 있다"며 "주전들의 홈런 숫자가 1~2개씩만 더 늘어나더라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올 시즌 중에는 펜스 높이 변경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지만 정규리그 종료 후 심도 있게 논의가 이뤄졌다"며 "외야석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의 시야 확보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롯데 자이언츠가 2022 시즌을 앞두고 외야 펜스에 설치했던 보조 펜스를 철거한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