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김환 기자) 38세 미드필더 이용래는 이제 한 달만 지나면 39세가 된다. 당장 내일 은퇴를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이용래는 불혹이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싶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경기력을 통해 충분히 증명했다고도 생각했다.
대구FC는 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충남아산FC와의 '2024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홈 경기에서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세징야, 에드가, 이찬동의 골을 묶어 3-1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28일 중립 구장인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충남아산에 3-4로 패했던 대구는 홈에서 합산 스코어 역전에 성공, 극적으로 K리그1에 잔류했다.
대구 잔류의 주역은 1, 2차전 도합 세 골을 터트린 '대구의 왕' 세징야였다. 세징야는 1차전에서 대구가 1-4로 뒤지던 경기 막바지 순식간에 멀티골을 터트리며 희망의 불씨를 지폈고, 2차전에서는 전반전 막바지 합산 스코어를 4-4로 맞추는 선제골을 뽑아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세징야처럼 돋보인 것은 아니지만, 뒤에서 묵묵하게 팀을 지원하며 중원에 안정감을 더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베테랑 미드필더 이용래다.
경남FC, 수원 삼성, 치앙라이 유나이티드(태국) 등을 거치고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이용래는 지난 2020년 플레잉 코치 임무를 받고 대구에 합류했다.
이용래의 경험은 대구에 큰 도움이 됐다. 이용래는 경기장 안팎에서 후배 선수들과 교감하면서 한편으로는 팀이 필요할 때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등 베테랑 선수의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주며 대구의 '큰형님'으로 자리잡았다.
대구가 위기로 내몰린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용래는 빛났다. 홈에서 열린 2차전에 선발 출전한 이용래는 이찬동과 교체되기 전까지 미드필드에서 박세진과 호흡하며 90분을 소화하면서 대구 중원에 힘을 더했는데, 특히 후반 38분경 에드가의 추가골로 이어지는 강력한 중거리포를 쏘기도 했다.
경기 후 박창현 감독은 "(이용래가) 선수로 더 뛰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나에게 결정을 해달라고 해서 선수를 더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본인도 '축구가 보인다'고 했다. 오늘 너무 잘해줬다"며 이용래를 칭찬했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용래는 "이렇게 잘 마무리해서 기쁘다. 1차전에서 아쉬운 경기를 했는데 미팅을 통해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경기장에서 보여줬다. 고생한 모든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용래는 현역 생활 연장 여부 및 의지에 대해 "감독님께서 '내년에 계획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결정해 주셔야 한다, 감독님의 구상에 제가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구상에 있다면 할 의향이 있다. 감독님께서 결정해 달라'고 말씀드렸다"며 "나는 오늘 경기로서 충분히 어필했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이용래는 이어 "이 경기는 사실 내가 뛰고 싶었다. 팀이 힘들 때 내가 중심이 돼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2차전을 준비하면서 감독님께서 '자신 있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내가 뛰게 해달라, 내가 하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결과를 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이 말한 '축구가 보인다'는 표현에 대해 묻자 이용래는 웃으며 "20대 때는 열심히 뛰어다니기만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나이를 먹고 공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게 많이 느껴져셔 가볍게 말씀을 드렸다"면서 "요즘 축구가 재밌다. 훈련이나 연습 때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데, 감독님께서 기회를 안 주시더라. 미팅 때 몸이 좋다고 하셔서 기대를 하는데 출전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한 경기로 여러모로 어필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한번 자신의 활약을 강조했다.
이용래가 40에 가까운 나이에도 현역 생활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나이 먹으면 훈련을 조절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나는 오히려 운동을 더 해야 젊은 선수들의 컨디션에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훈련을 다 따라가려고 한다. 그래야 템포를 따라갈 수 있다. 최대한 팀 훈련에 거의 빠지지 않고 하는 것이 내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에드가의 득점 장면도 돌아봤다. 당시 대구의 득점은 이용래의 중거리슛이 그대로 골망을 가른 줄 알았으나, 그 공을 뒷발로 방향을 바꾼 에드가의 슈팅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용래는 "영상을 돌려봤는데 (에드가가 건드리지 않았다면) 막혔을 것 같다. 오른발로 찼기 때문"이라며 "그 골이 들어가고 눈물이 조금 났다. 너무 행복했다. 세징야, 에드가, (김)진혁이, (정)치인이처럼 대구를 1부로 올려놓은 선수들이 있지 않나. 그 선수들이 고생해서 승격시켰는데, 이 경기로 강등이 되면 많이 속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뛰었다"고 밝혔다.
박창현 감독은 잔류에 성공한 대구가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갔다가 이번 시즌 반등에 성공한 시도민 구단인 수원FC와 강원FC를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동계 기간 동안 대구의 방향성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용래는 "대구의 스타일 자체가 내려섰다가 카운터 어택을 하는 팀인데, 감독님께서는 이 스타일을 기본적으로 가져가되 더 공격적인 축구를 구상하시는 것 같다"며 "그 변화는 선수들이 잘 따라가야 한다. 이번 시즌처럼 힘든 시기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동계 때부터 잘 준비해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했다.
새로워질 대구와 함께 하고 싶은 이용래의 목표는 대구 소속 100경기 출전이다. 올해 K리그 300경기 대기록을 세웠꼬,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대구 유니폼을 입고 99번째 경기를 소화한 이용래는 이제 한 경기만 더 출전하면 100경기를 달성하게 된다.
이용래는 "올해 목표도 300경기 출전이었다. 99경기를 뛴 것은 몰랐다. 지금 알았다"며 "감독님께서 선수 커리어를 연장해 주신다면 대구에서의 100경기를 목표로 잡고 뛰겠다. 감독님께서는 물어만 보셔서 결정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이야기했다.
사진=대구, 김환 기자/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