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신동' 김해진(14, 과천중)이 국내 대회를 넘어 세계 대회에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김해진은 24일(한국시각) 루마니아 브라쇼브에서 열린 '2011~201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4차대회'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99.83점을 받았다. 전날 기록한 쇼트프로그램 점수인 44.78점과 합산한 최종 합계 144.61점으로 3위에 올랐다.
이 점수는 '피겨 여왕' 김연아(21, 고려대)가 200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세운 148.55점 다음으로 높은 점수다. 김연아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김해진은 이번 대회에서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해진은 지난해 처음으로 주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종아리 봉합 수술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올해 초부터 부상을 털어낸 그는 주니어 그랑프리를 착실히 준비해왔다.
부상도 없을뿐더러 컨디션도 좋았지만 다른 문제가 김해진을 괴롭혔다. 바로 스케이터에게 '생명'과도 같은 부츠 문제였다.
김해진의 지도자인 신혜숙 코치는 "이번 대회를 앞둔 김해진은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몸 상태도 좋았고 준비도 착실히 했다. 하지만, 새로 교체한 부츠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신 코치는 "8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환태평양 대회 이후 부츠를 교체했다. 하지만, 이 부츠가 (김)해진이의 발과 맞지 않아 고생을 했다. 되도록 발에 맞추려고 수리까지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새 부츠 적응 문제로 고생한 김해진은 호주 브리스번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2차대회에서 5위에 머물렀다. 결국, 이번 대회를 나흘 앞둔 상황에서 부츠를 교체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김해진은 발에 익숙하지 않은 새 부츠를 신고 나흘만 연습을 한 뒤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부츠가 아직 딱딱하기 때문에 점프는 물론, 스핀도 제대로 구사할 수 없었다.
결국, 김해진은 트리플 플립 + 트리플 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신 코치는 "이번 대회에서 3+3 점프를 뛰지않기로 결정할 때, 해진이는 매우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김해진은 이번 대회에서 트리플 플립 +트리플 룹 점프 대신 트리플 플립 + 더블 토룹을 구사했다. 만약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켰다면 지금보다 더욱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3+2 점프로 대체했다.
신 코치는 "부츠 문제로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새 부츠의 발목 부분은 잘 꺾이지 않기 때문에 점프는 물론, 앉아서 회전하는 스핀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쇼트프로그램에서 플라잉 싯 스핀이 레벨0이 된 점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신 코치는 스케이터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츠 문제를 극복한 김해진의 강한 정신력을 칭찬했다. 신 코치는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아직 도전할 기회는 충분하다. 새 부츠를 신고 불과 나흘 밖에 연습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진이는 매우 잘해줬다"고 평가했다.
[사진 = 김해진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