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캡틴' 손흥민이 허벅지 상태가 좋지 않아 결장한 가운데 그의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는 난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원정 경기에서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을 아끼면서 대어를 잡은 것이다.
그런 가운데 토트넘을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과 출전 시간을 상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손흥민에 대한 배려보다는 동료들과의 경쟁을 주문할 것임을 시사했다.
토트넘은 30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24-2025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맨유를 3-0으로 완파했다. 두 팀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4강 후보로 꼽히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선 우승컵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날 토트넘의 승리를 손흥민이 빠진 상황에서 일궈냈다는 의미가 있다.
직전 경기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에 이상이 생긴 캡틴 손흥민은 이날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손흥민이 몸 상태 때문에 결장한 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안와골절로 수술을 받아 카타르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해졌던 2022-2023시즌 이후 처음이다.
손흥민은 지난 27일 유로파리그 가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홈 경기에서 도미니크 솔란케의 이날 토트넘 3번째골을 어시스트한 직후인 후반 26분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를 나갔다. 손흥민은 당시 벤치에 앉지도 않고 아예 라커룸으로 들어가 걱정을 샀는데 결국 맨유전에서 출전 명단에도 들지 못하고 결장했다.
손흥민은 없었지만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리그 2경기와 리그컵(카라바오컵) 1경기, 유로파리그 1경기를 합쳐 최근 공식전 4연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EPL에서는 3승 1무 2패로 승점 10을 쌓아 8위로 두 계단 올라서고 상위권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3분 브레넌 존슨의 선제골로 일찌감치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맨유 공격수 마커스 래시퍼드 역습을 차단한 센터백 미키 판더펜이 60여m를 폭발적으로 드리블한 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반대편으로 내준 패스를 존슨이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전반 42분 상대 간판 스타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제임스 매디슨에 거친 태클을 하다가 퇴장 당하면서 수적 우위에 놓인 맨유는 후반 2분 데얀 쿨루세브스키, 후반 32분 솔란케가 연속골을 넣어 맨유를 때려눕혔다. 홈 관중은 0-3으로 크게 뒤지자 하나 둘씩 경기장을 떠났다.
경기 뒤 회견에서 최대 화제는 이날 맨체스터에 아예 오지 않은 손흥민이었다. 경기 전 영국 언론이 손흥민의 결장을 크게 다룬 만큼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도 손흥민과 관련된 적지 않은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32살이 넘은 손흥민의 출전 시간을 관리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놓고 관심이 쏠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그는 "손흥민과 출전시간을 논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 한다. 난 합의로 결정을 내리지 않는 편이다"며 "손흥민 같은 선수와 예전에도 같이 일을 해봤다. 손흥민은 늘 뛰고 싶어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손흥민과 차 한 잔 하면서 '출전시간을 이렇게 조정하면 너도 좋고 나도 좋다'는 말로 팀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과 출전 시간 논의 안하고 손흥민이 차라리 내게 실망하는 게 낫다. 내 결정이고 내 책임이다. 결정하고 나서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다"라고 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