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와 재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현지 언론이 손흥민은 돈을 보고 움직이는 선수가 아니라며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을 일축했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 소속 기자로 토트넘을 전담하는 알레스데어 골드는 8일(한국시간) 팬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손흥민의 계약 연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토트넘과 관련된 여러 질문에 답한 골드는는 손흥민의 계약 연장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나도 그러길 바란다. 토트넘은 자신들에게 손흥민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알고 있다. 그는 여전히 30대에 환상적인 선수이며 가장 큰 스타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주장이 된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구단은 1년 연장 옵션이 있지만, 양측이 모두 (재계약을) 원한다면 확실해질 수 있는 계약이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 활약했다. 10년 가까이 토트넘에서 뛰며 리빙 레전드로 거듭났다.
시작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었다. 이적 첫 시즌 에릭 라멜라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출전 시간 부족으로 1년 만에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해 독일 복귀를 원하기도 했다.
이 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붙잡았다. 포체티노의 설득에 토트넘에 잔류한 손흥민은 이후 조금씩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며 주전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입단 첫 시즌을 제외하고 8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핵심으로 떠올랐다.
지난 2021-2022시즌엔 리그 23골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을 차지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타이틀도 얻었다.
지난 시즌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으로부터 주장으로 임명되며 구단 최초의 비유럽 출신 주장 완장을 달게 됐다. 이미 2018년부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아왔던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도 주장을 맡으며 친구같은 리더십으로 토트넘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손흥민은 직전 시즌 부진을 딛고 리그에서 17골을 넣었고,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10호 도움을 올리며 단일 시즌 10-10을 통산 3회 기록하게 됐다. 첼시 레전드 디디에 드로그바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통산 4회는 에릭 칸토나(리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랭크 램파드(첼시) 등 2명이며, 웨인 루니(맨유),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통산 5회로 최다 10-10을 달성했다.
9년 동안 토트넘에서 활약한 손흥민은 토트넘 통산 득점 5위(164골)를 기록했고 토트넘 역대 14번째 400경기 출전(410경기)을 달성해 구단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토트넘 레전드의 길을 걷고 있는 손흥민이지만 정작 계약 만료까지 1년을 남겨두고 재계약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손흥민은 최근 토트넘과 재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약 만료까지 1년 남겨두고 재계약이냐 1년 연장 옵션 발동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심지어 시즌이 개막하고나서도 재계약 관련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1년 연장 옵션은커녕 내년 여름 공짜로 떠날 수 있는 상황이다.
곧 32세가 되는 손흥민의 기량이 언제 급락할지 예상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토트넘은 무리하게 재계약을 맺는 것보다 우선 1년 연장 옵션을 발동시킨 후 내년 여름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팔 가능성이 높다. 연장할 경우에는 2년 뒤 여름에 공짜로 풀어줘야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벤 제이콥스는 토트넘이 연장 옵션만 발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토트넘은 이번 여름 손흥민을 2026년까지 지키기 위해 계약 기간을 1년 연장하는 옵션을 발동할 것"이라며 "현재 계약은 2025년 만료되지만 토트넘 캡틴은 1년 더 연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트넘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지난해 여름 등장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분위기다.
지난 6일 영국 매체 '커트오프사이드'는 "사우디 프로리그 구단들이 손흥민이 FA로 풀릴 경우 그를 영입하길 기대하고 있다"라며 "토트넘과 손흥민의 계약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의 개인 의지에 달린 문제겠지만, 2년 뒤 그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른 영국 매체 '스포츠몰'은 심지어 카림 벤제마, 은골로 캉테 등이 소속된 알 이티하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디오 마네가 소속된 알 나스르, 알 아흘리, 네이마르의 알 힐랄까지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소유한 4개 구단이 펀드의 지원을 받아 손흥민 영입을 노릴 거라고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가 될 수도 있는 손흥민을 이적료 없이 영입하기 위해 손흥민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선수인 손흥민을 영입한다면 구단 입장에서도 상당한 마케팅적 이익을 기대할 만하기 때문에 구단들은 손흥민을 무료로 영입하길 바라고 있다.
손흥민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끝나려면 결국 재계약이 필요하다. 토트넘이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골드 기자는 손흥민과 토트넘이 모두 원해야 재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는데, 일단 손흥민은 토트넘에 더 남고 싶어 하는 생각이 커 보인다.
손흥민은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10년 동안 한 팀에서 뛰는 건 훌륭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나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팀에 무언가를 돌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내가 토트넘에 온 이유는 우승을 위해서다"라며 토트넘에서 우승을 차지해 구단의 레전드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영국 스퍼스웹도 손흥민이 사우디로 갈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매체는 10일 "손흥민은 토트넘의 캡틴, 리더, 레전드다. 팀에서 가장 오랫동안 활약한 선수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토트넘 대표 선수로 여겨지고 있다. 해리 케인이 떠난 지 1년 후 그는 클럽의 얼굴이 됐다"고 했다.
이어 "32세의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여전히 매우 중요한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토트넘은 그들의 위대한 야망을 이루기 위해 손흥민이 훌륭한 시즌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손흥민의 계약은 내년 여름 만료되지만 토트넘은 계약에 1년 연장 옵션을 포함시켰다"고 토트넘이 손흥민의 잔류를 원할 거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돈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선수가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손흥민은 최고 수준에서 몇 년 더 활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토트넘과 새 계약을 맺을 거라고 본다"고 손흥민이 돈 대신 토트넘 잔류를 택할 거라고 기대했다.
토트넘은 이적료 없이 베테랑들과 작별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다. 손흥민 역시 이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여름 팀을 떠난 위고 요리스, 이전에 팀을 떠난 루카스 모우라, 토비 알더베이럴트, 얀 베르통언 등과 상황이 비슷하다. 손흥민의 미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