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영원한 리베로' 여오현 IBK기업은행 수석코치가 선수 시절 완성하지 못한 10번째 우승의 꿈을 지도자가 돼 이루고자 한다.
여오현 코치는 V-리그 출범 원년인 2005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20시즌 동안 빠짐없이 남자배구 코트를 누볐다. 개인 통산 정규리그 600경기 이상(625경기)을 소화한 유일한 선수로, 2015년부터는 플레잉 코치로 선수와 지도자의 경계선에 있었다. 여 코치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여자배구의 '새내기 코치'로 변신했다.
여오현 코치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스승'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이었다. 여 코치는 "선수 생활을 더 할지 고민하던 상황이었는데, 감독님께서 '지도자를 할 거면 함께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영광이었다. 하지만 바로 대답은 드리지는 못했다. 선수 계약 제의가 와서 선수 생활 연장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감독님께 일주일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단장님, 감독님께서 계속 전화를 주셨다. 고심 끝에 이왕 지도자 길을 들어서는 거면 한국 최고 지도자께 배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섰고, 본격적인 제2의 지도자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여오현 코치의 열정은 변함이 없다. 이제는 IBK기업은행 선수단 전지훈련장에서 그의 힘찬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섭섭할 정도다. 목소리도 선수 때처럼 여전히 걸걸하다. 여 코치는 "소리를 안 지르면 운동을 안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여전히 목이 쉬어있다.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를 잘 따라와 준다. 덕분에 요즘 훈련이나 연습경기 분위기도 파이팅이 넘친다"고 미소 지었다.
여자부 선수들과 처음 호흡하는 만큼 어려움도 있었다. 여오현 코치는 "여자부 선수들을 대할 때 더 많이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화를 냈을 상황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한다"며 "내 지적이 너무 직설적일 때도 많은 것 같다. 훈련을 마친 뒤 하루를 돌아보면서 후회하기도 한다. 순간순간 지적하는 상황을 부드럽게 풀어가는 부분을 더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여오현 코치가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건 크게 두 가지, 기본기와 태도다. 그는 "기술을 잘 가르치는 코치보다 기본에 충실한 코치가 되고 싶다. 선수들에게도 제일 중요한 건 기본기라고 강조한다. 기본기를 잘 다져야만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배구는 혼자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훈련과 경기에서 태도가 안 좋은 선수가 있다면 주변 선수들에게도 악영향이 미친다"며 "분위기를 흐리는 선수가 되면 안 된다. 선수들이 당장 힘들다고 얼굴 찌푸리고 자신이 힘든 것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오현 코치는 현역 시절 숱한 우승을 경험했다. 삼성화재에서 7번, 현대캐피탈에서 2번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를 손에 꼈다. 하지만 현역 생활을 마감하기 전 목표로 했던 10번째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한 건 아쉽다.
여 코치는 "선수를 할 때나 지도자를 할 때나 우승은 바라는 것은 똑같다. 지도자 신분으로 저의 10번째 우승 반지를 끼게 된다면 이것 또한 특별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여 코치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10번째 우승을 꿈꾼다. "강력한 서브와 안정적인 리시브가 갖춰지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이 전체적인 부분을 봤을 때 봄 배구는 무난히 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것보다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목표다. 선수들과 함께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IBK기업은행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