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잉글랜드 3부리그 클럽 버밍엄 시티가 승격을 위해 중원의 핵심인 백승호를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영국 매체 '풋볼 리그 월드'는 30일(한국시간) "이적시장 마감일에 백승호를 잃는다면 이는 버밍엄 시티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한민국 미드필더 백승호는 2024 여름 이적시장 마감을 앞두고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클럽 리즈 유나이티드와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에 대해 영국 '버밍엄 월드'는 "리즈 유나이티드와 셰필드 유나이티드가 버밍엄 시티의 스타 백승호 영입에 실패했다"라며 "버밍엄은 리즈와 셰필드의 여러 제안을 거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버밍엄은 미드필더 백승호에 대한 챔피언십 클럽 여러 팀이 이적시장 마감일에 보낸 제안을 즉시 거절했다. 리즈와 셰필드의 관심은 진지했다"라며 리즈와 셰필드 두 팀이 진지하게 백승호 영입을 노렸으나 버밍엄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겨울 이적시장 때 백승호를 영입했던 버밍엄 시티는 2023-24시즌 챔피언십을 2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23위 허더스필드와 24위 로더럼 유나이티드와 함께 강등이 확정된 버밍엄은 2024-25시즌을 잉글랜드 3부리그인 리그1에서 보내게 됐다.
버밍엄이 강등된 후 백승호의 활약상을 눈여겨 본 몇몇 챔피언십 클럽들이 최소 1시즌을 리그1에서 보내게 된 백승호에게 관심을 표해 영입 제안까지 보냈지만, 2부 승격을 위해선 백승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버밍엄은 백승호에 대한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결국 한국시간으로 2024 여름 이적시장 마감 시한인 8월 31일 오전 7시가 지나면서 백승호는 잔류가 확정돼 올시즌을 버밍엄과 함께 리그1에서 보내게 됐다.
백승호의 잔류가 확정되자 버밍엄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백승호가 버밍엄에서 뛴 기간은 불과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팬들이 백승호를 팀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선수로 여기고 있다.
풋볼 리그 월드는 "백승호는 리그1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팬들은 이적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랐다"라며 "그는 버밍엄이 1년 만에 챔피언십으로 복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매체에 따르면 버밍엄 시티 팬 전문가 마이크 깁스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건 바로 백승호를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번 시즌 백승호를 봤을 때 그는 경기장에서 거의 모든 선수들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이다"라며 "백승호 자리는 메우기 힘든 포지션 중 하나이고, 우리 선수층은 두껍지 않다. 백승호가 떠나는 건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매체도 "백승호는 버밍엄 시티의 훌륭한 영입이었다"라며 "그는 지난 시즌 클럽이 2부리그에서 강등되는 걸 막지 못했지만 이적한 후 영국 축구에 잘 적응했고, 아마 리그1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백승호는 개막 리그 3경기 모두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뛰었고, 팀은 3경기에서 승점 7을 따냈다"라며 "백승호를 잃는다면 이는 버밍엄 시티에 재앙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1997년생 미드필더 백승호는 지난 1월 30일 겨울 이적시장이 닫히기 전에 K리그1 전북현대를 떠나 버밍엄으로 이적하면서 다시 유럽으로 진출했다.
백승호는 지난 2010년 스페인의 명문 구단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바르셀로나는 백승호와 5년 계약을 맺으며 백승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살 터울인 이승우(수원FC)와 함께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성장한 백승호는 2014-15시즌 바르셀로나 B팀으로 월반하는 등 뚜렷한 재능을 보였다.
위기도 있었다. 2014년 바르셀로나가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징계를 받은 뒤 백승호의 앞날이 막히는 듯했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전 세계 유망주들을 영입할 때 FIFA의 18세 미만 선수 영입 규정을 위반했고, FIFA는 여기에 포함된 이승우, 백승호 등에게 FIFA 주관 경기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정식 경기를 뛸 수 없게 된 건 백승호한테 큰 타격이 됐다. 바르셀로나B로 월반하고 스페인 영주권을 획득한 후에는 공식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지만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백승호는 2017년 지로나 FC로 이적하며 새 도전에 나섰다.
한 시즌 동안 지로나 2군인 CF 페랄라다에서 30경기 이상을 소화한 백승호는 능력을 인정받아 이듬해 1군으로 콜업됐다. 그렇게 백승호는 지로나에 정착하는 듯했으나, 분데스리가의 다름슈타트 이적으로 다시 한번 도전을 선택했다.
다름슈타트에서의 첫 시즌은 좋았다. 백승호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30경기 가까이 소화하는 등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두 번째 시즌에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후 백승호의 선택은 국내 복귀였다. 백승호는 K리그 정상급 구단인 전북 현대로 이적하며 K리그 무대를 밟았다. 비록 다름슈타트에서는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백승호는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자리잡으며 맹활약을 펼쳤다. 2021시즌 전북의 K리그1 우승을 도왔고, 2022시즌엔 FA컵 우승과 리그 준우승에도 기여했다.
백승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유럽 재진출의 문을 스스로 열었다. 한때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중국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이적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백승호의 선택은 유럽이었다. 2023시즌을 끝으로 전북과 계약이 만료된 백승호는 새 팀을 물색하다 버밍엄과 손을 잡았다.
버밍엄 시티에 입단한 백승호는 빠르게 팀의 핵심 멤버로 자리를 잡았다.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많이 출전한 백승호는 2023-24시즌 리그 18경기를 뛰면서 1322분을 소화했다. 출전한 18경기 중 선발 출전 횟수는 15번이나 됐다.
백승호는 챔피언십 최종전인 노리치 시티와의 홈경기에서 버밍엄 시티 데뷔골을 터트리며 1-0 승리를 이끌면서 팀의 잔류를 돕는가 싶었지만 함께 잔류 경쟁을 펼치던 팀들이 모두 승리를 거둬 버밍엄 최종 순위가 22위로 확정돼 3부로 강등되게 됐다.
시즌 종료 후 챔피언십 클럽들이 백승호 영입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가 3부리그에서 뛰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면서 국내 축구 팬들의 백승호의 이적을 기대했다.
백승호는 2024-25시즌 개막 후 리그 3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을 분만 아니라 좋은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백승호 활약에 힘입어 버밍엄은 3경기에서 2승 1무를 거두는 등 기분 좋게 시즌을 출발했다.
승격이 목표인 버밍엄은 백승호를 타팀에 내주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고, 팬들도 클럽이 백승호를 지킬 수 있기를 바랐다. 결국 버밍엄이 챔피언십 클럽들의 제의를 단칼에 거절하면서 백승호는 올시즌 3부리거로 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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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