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말 2사 1,2루 LG 박동원이 끝내기 안타를 날린 뒤 구본혁과 기뻐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대전, 유준상 기자)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코칭스태프의 지시가 없어도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고참 선수들의 리더십에 박수를 보냈다.
염 감독은 13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10차전을 앞두고 "오늘(13일)은 선수들을 칭찬하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칭찬 타임'을 마련한 염경엽 감독은 이틀 전 기억을 떠올렸다. LG는 11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9회말 박동원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4-3으로 승리하면서 4연승을 질주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두 팀이 1-1로 맞선 9회초 2사 2·3루에서 3루수 구본혁이 김성욱의 땅볼 타구를 뒤로 흘리면서 3루주자 박영빈, 2루주자 권희동의 득점을 지켜봐야 했다.
2점 차 열세에서 9회말을 맞은 LG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오스틴 딘의 솔로포로 2-3까지 따라붙었고, 이어진 2사 1·2루에서 박동원의 2루타가 터졌다. 그 사이 2루주자 최승민, 1루주자 최원영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그대로 경기가 종료됐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말 2사 1,2루 LG 박동원이 끝내기 안타를 날린 뒤 구본혁과 기뻐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령탑이 주목한 건 실책 이후 더그아웃 분위기였다. 염경엽 감독은 "(구)본혁이가 실수를 범하고 들어온 뒤 어떻게 선수를 위로해야 할지, 또 어떻게 멘털을 무너지지 않게끔 도울 수 있는지 고민 중이었는데, (김)현수와 (오)지환이를 중심으로 해서 (박)동원이, (박)해민이, (홍)창기 등 코칭스태프가 해야 할 역할을 해줬다. 가장 중요한 건 '이길 수 있어', '뒤집을 수 있어'와 같은 말이다. 실제로 팀이 역전하지 않았나. 그 생각이 중요한 것"이라고 돌아봤다.
2019년 2차 6라운드 55순위로 LG에 입단한 구본혁은 세 시즌 동안 부진을 이어가다가 2022년 5월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뒤 지난해 11월 전역했다. 14일 현재 시즌 성적 100경기 262타수 69안타 타율 0.263 2홈런 3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62를 기록 중으로, 입대 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주전 1루수 오스틴 딘이 무릎 부상으로 인해 지명타자를 소화하면서 핫코너를 책임지던 문보경이 1루를 맡았고, 자연스럽게 구본혁에게 3루수로 선발 출전할 기회가 주어졌다. 구본혁은 13일 경기에서도 9번타자 겸 3루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염 감독은 "어차피 본혁이는 우리가 활용해야 하는 선수다. 멘털적으로 큰 데미지를 받을 수 있는 실수를 범했기 때문에 어떻게 회복시킬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참 선수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팀이 정말 생각했던 대로 잘 가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이런 것들이 결국 팀의 힘이 되는 것이고, 또 (어린 선수가) 고참이 되면 그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5회초 1사 LG 박해민이 솔로 홈런을 날린 후 더그아웃에서 축하를 받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문화가 조금씩 정착되고 있다는 게 사령탑의 이야기다. 염경엽 감독은 "누군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그걸 극복하기 위해 서로 도와주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는데, (고참 선수들이) 너무나 그런 것들을 잘해주고 있어서 고맙다"고 전했다.
이어 "훈련 방식, 리더십 문화 같은 것들이 잘 이뤄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형성되면 10년은 계속 이어진다. 이전의 팀 문화와 완전히 다른 팀 문화로 바뀌고 있다. 팀이 실력 이외의 부분에서 더 강해질 수 있고, 또 기술적으로도 늘 수 있다. 서로 해야 할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으니까 감독으로선 엄청 좋다"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