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는 세계 최강 중국 탁구가 또 한 번 한국을 울렸다. 우리 입장에서는 뼈아프고 아쉬운 결과지만 상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강해도 너무 강했다.
신유빈, 전지희, 이은혜가 호흡을 맞춘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은 8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에서 중국에게 게임 스코어 0-3으로 졌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 개막 후 신유빈-임종훈 조가 혼합 복식에서 수확한 동메달이 이번 대회 유일한 메달이었다. 남자 대표팀은 단식과 단체전에서 준결승 무대를 밟지조차 못하고 탈락했다.
여자 대표팀은 단식 준결승에서 신유빈이 중국의 천멍에게 완패를 당한 데 이어 단체전까지 만리장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 탁구는 파리 올림픽을 '노골드'로 마치게 됐다.
한국 여자 탁구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중국에게 명백한 열세였다. 중국은 파리 올림픽에서 현재 세계랭킹 1위 쑨잉사, 3위 천멍, 4위 왕만위의 초호화 라인업을 자랑했다. 쑨잉사는 혼합 복식, 천멍은 여자 단식 금메달을 이번 대회에서 차지했다. 왕만위도 3년 전 2020 도쿄(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1년 개최) 대회 때 단체전 우승 멤버였다.
한국이 그려볼 수 있는 중국과의 단체전 준결승 최상의 시나리오는 일단 첫 매치인 여자 복식에서 신유빈-전지희 조가 중국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었다. 이변을 일으키기 위한 필수 조건은 여자 복식을 우리가 무조건 이겨야 했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2023 더반 세계선수권 여자 복식 은메달리스트다. 이 종목은 확실한 '월드 클래스'로 중국과 붙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천멍-왕만위가 짝을 맞춘 준결승 첫 번째 복식 매치에서 신유빈-전지희를 압도했다. 첫 번째 단식 매치 1게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4-11이라는 큰 점수 차로 패하면서 초반 주도권을 뺏겼다. 2게임도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천멍과 왕만위의 맹공에 당황한 신유빈-전지희가 실수를 연발하면서 5-11로 2게임을 내리 중국에 내줬다.
신유빈-전지희는 일단 3게임을 11-9로 따내면서 한숨을 돌렸다. 초반 5-0 리드를 잡으면서 중국의 기세를 한풀 꺾어놨다. 중간에 점수 차가 좁혀지기도 했지만 10-9에서 신유빈의 강력한 스매시 공격 시도가 성공하면서 3게임을 챙길 수 있었다.
신유빈-전지희는 4게임에서도 중국과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7-9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연속 2득점으로 동점을 만들고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에 연이어 2점을 헌납하면서 단체전 첫 번째 복식 매치 승점은 중국의 차지가 됐다.
한국은 이후 이은혜가 쑨잉사와 맞선 두 번째 단식 매치, 전지희가 왕만위와 격돌한 세 번째 단식 매치까지 연거푸 패하면서 게임 스코어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우리 선수들은 준결승 종료 후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했다. 중국 선수들의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걸 치켜세우면서 스스로의 실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신유빈은 "첫 번째 복식 때는 우리가 긴장했디가보다는 중국 선수들이 워낙 초반에 좀 탄탄하게 준비를 하고 들어온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한발 늦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전지희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게임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상대방은 못하게 해야 되는데 실력도 그렇고 준비도 그렇고 우리가 많이 밀렸다. 그래서 이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 여자 탁구는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단식, 혼합 복식, 단체전까지 모두 준결승 무대까지는 올랐지만 결승 진출은 불발됐다. 세 종목 모두 4강에서 만난 중국을 넘지 못한 탓이었다.
신유빈, 전지희, 이은혜의 경기력이 기대에 못 미쳤다기보다는 중국 선수들의 경기력이 워낙 빼어났다. 게임을 지켜보는 그 누구라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퍼포먼스였다.
한국은 이제 단체전 결승 진출 실패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동메달 결정전을 준비한다. 한국 시간으로 8월 10일 오후 5시 일본 혹은 독일과 동메달을 다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