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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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처럼 멋진 '한 페이지' 만든 박태준…金 목에 걸고 웃었다 [파리 인터뷰]

기사입력 2024.08.08 10:43 / 기사수정 2024.08.08 10:43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즐겨 듣는 노래의 가사 내용처럼 박태준(20·경희대)은 대한민국 태권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직접 만들었다. 

박태준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태권도 58kg급 결승에서 아제르바이젠의 마데고메도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코어 2-0(9-0 13-1)으로 앞서던 가운데 상대 선수의 부상 속에 기권승을 따냈다.

한국 태권도는 3년 전 2020 도쿄 대회(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1년 개최)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태권도가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처음으로 단 한 명의 금메달리스트도 배출하지 못했다. 

한국 태권도의 암흑기는 길지 않았다. 박태준의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종목 첫 날부터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12번째 금메달을 획득한 주인공이 됐다.



한국 남자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도 2008 베이징 대회 손태진(68kg급), 차동민(80kg 초과급) 이후 16년 만의 쾌거다. 만 20살의 소년이 대선배들이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에서 이루지 못한 위업을 달성했다. 

박태준은 시상식 종료 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림픽 금메달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터라 오늘 꿈을 이룬 게 너무 뜻깊게 느껴진다"며 "2012 런던 대회부터 올림픽을 보기 시작했다. 튀르키예의 세레베트 타제굴 선수의 경기를 TV로 시청하면서 태권도가 멋지게 느껴졌고 이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내가 태권도 선수의 꿈을 키운 시작점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태준은 초등학교 5학년 시절 태권도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뒤 이대훈 현 대전시청 코치를 롤모델로 정했다. 이대훈 코치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어 고등학교 진학 역시 이대훈 코치의 모교인 한성고를 택했다. 



이대훈 코치는 현역 시절 2012 런던 대회 남자 58kg급 은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68kg급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박태준은 자신의 우상도 오르지 못했던 올림픽 포디움 가장 높은 곳을 밟았다.


박태준은 "이제 한성고등학교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박태준은 한성고 3학년 시절이던 2022년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해 10월 월드그랑프리 시리즈 우승으로 국제무대에서도 자신의 기량이 통한다는 걸 입증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54kg급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 남자 태권도를 이끌어갈 차기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박태준은 지난 2월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사고'를 쳤다. 54kg급 세계랭킹 3위 장준을 제치고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상대인 장준을 이기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섰다.



박태준은 "장준 형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적이 있는 세계적인 선수였다"며 "장준 형을 올림픽 선발전에서 이긴 뒤 '할 수 있다'라는 다짐과 각오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박태준은 올림픽 무대 데뷔전을 치른 이번 대회에서 '강심장' 기질을 보여줬다.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게 오히려 편했다"고 말할 정도로 떨지 않았다.

긴장감을 다스리는 자신만의 루틴도 확고했다. 대기실에서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흥겨운 팝송을, 경기 직전에는 차분한 노래를 들으면서 마인드 컨트롤했다.



박태준이 이날 결승전에 앞서 선곡한 노래는 가수 데이식스의 '한 페이기자 될 수 있게'였다. '아무 걱정도 하지는 마. 나에게 다 맡겨 봐.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흥얼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박태준은 "항상 경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편이다"라며 "결승전 때는 시합장에 들어서면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들었다. 가사처럼 오늘 (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또 "내가 살아온 21년이라는 시간은 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 태권도 대표팀 선수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했다. 다른 선수들도 잘할 거라고 믿고 열심히 응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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