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0점 쏠게!"…이우석의 언행일치, 남자 양궁 3연속 '금' 이끌다 [파리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남자 양궁 국가대표 이우석(26·코오롱)이 생애 처음으로 밟은 올림픽 무대에서 당당히 세계 정상에 섰다. 단체전 3회 연속 금메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고 파리 하늘 아래서 그 어느 때보다 기쁘게 애국가를 불렀다.

이우석, 김제덕(20·예천군청), 김우진(32·청주시청)이 호흡을 맞춘 대한민국 남자 양궁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개최국 프랑스를 세트 스코어 5-1(57-57 59-58 59-56)로 눌렀다.

한국 남자 양궁은 이날 승리로 통산 7번째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2020 도쿄(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2021년 개최) 대회에 이어 이 종목 사상 두 번째 3연패 역사를 썼다.

이날 남자 단체전 금메달로 한국의 양궁 종목 올림픽 누적 금메달은 29개까지 늘어났다. 아울러 같은 날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반효진의 한국 하계올림픽 사상 100번째 금메달에 이어 남자 양궁 대표팀이 101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이우석은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선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 인터뷰에서 "결승전을 딱 시작해서 첫 발을 쏘는데 긴장이 되지 않았다. '즐기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은 뒤 "김우진 선수, 김제덕 선수에게 '무조건 이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내가 10점 쏠게'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면서 게임에 임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우석은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완벽한 '언행일치'를 보여줬다. 1세트부터 3세트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6발 모두 10점 과녁에 꽂으면서 프랑스를 침몰시켰다.

이우석은 김우진, 김제덕과 달리 올림픽 출전이 이번 파리 대회가 처음이다. 2016 리우데자데이루 올림픽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를 기록, 3위까지 주어지는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2020 도쿄 올림픽 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발목을 잡았다.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선발전이 다시 치러졌고 3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이우석은 낙담 대신 의지를 불태웠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혼성 및 남자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면서 김제덕, 김우진과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이우석은 이번 파리 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마지막 화살을 쏠 때 3년 전 도쿄행이 무산됐던 아픔을 떠올렸다. 이 한 발로 금메달을 확정한다는 마음으로 시위를 당겼다.

이우석은 "(3년 전) 어머니와 울었던 기억을 이제 이 한 발로 (아픔을) 끝냈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발을 쐈다"며 "안 좋았던 기억들을 덮고 출전한 올림픽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홀가분하게 게임을 치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내가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해서) 김제덕 선수가 2관왕을 했던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내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운명이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우석은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유니버시아드에 이어 올림픽 무대 정상까지 밟으면서 선수 커리어에 부족했던 마지막 퍼즐을 채우게 됐다. 이제 다음 목표는 파리 올림픽 2관왕이다. 내친김에 이번 대회 개인전 우승까지 겨냥한다.

한국은 지난 25일 치러진 남자 양궁 랭킹 라운드에서 김우진이 686점으로 1위, 김제덕이 682점으로 2위, 이우석이 681점으로 5위에 올랐다. 대진표상으로 준결승 전까지 한국 선수들간 맞대결은 없다.

다만 이우석과 김우진이 8강까지 통과한다면 결승 진출을 놓고 4강에서 격돌하게 된다. 현재 컨디션과 경기력이라면 파리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준결승은 한국의 집안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우석은 "김우진 선수와 개인전 4강에서 만나는 대진표로 알고 있는데 저는 뭐 봐주지 않는다. 한국 양궁이 그렇다"고 농담을 던진 뒤 "김우진 선수와 4강에서 붙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와 함께 "김우진, 김제덕 선수는 팀원이자 가족 같은 존재다. 함께 악착 같이 준비를 많이 했고 원팀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파리,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