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의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으나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고 있다. 축구협회는 모든 지도자에게 똑같은 방식을 적용해 뽑을 수 없다며 홍 감독 선정 '프리패스' 논란을 정면 돌파했으나 이 대목이 오히려 축구팬들과 국민들 반발을 부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적극 해명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편파 선정 의혹을 더욱 키운 꼴이되면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등 3명에 대한 비판 및 책임론만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된 모든 절차를 공개하고 질의응답까지 자체적으로 만들어 세밀한 대응에 나섰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드립니다'란 글과 '대표팀 감독 선임과정 관련 Q&A'가 해당 글들이다. 두 글을 합치면 총 8200자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축구협회가 이례적인 장문의 글까지 띄우며 해명에 나선 이유는 홍 감독 선임과 관련한 의혹과 비판, 그리고 축구협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감독 선임 절차에서 다른 후보들처럼 제대로 된 면접을 거치지 않고 홍 감독을 뽑았다는 '특혜 시비'가 의혹 및 불신의 핵심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감독을 뽑는 지난 5개월간 몇몇 특정 인사들끼리 '짜고 치는 장난'을 한 것 아니냐는 뜻이다.
이후 선배 축구인들이 축구인들 화합과 축구협회 및 홍 감독 두둔하는 발언을 하면서 축구협회는 시대적 흐름에도 부응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꼰대' 집단이 됐다. 이런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 축구협회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A매치 흥행이나 스폰서 유치 등에서도,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테지만 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의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으나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고 있다. 축구협회는 모든 지도자에게 똑같은 방식을 적용해 뽑을 수 없다며 홍 감독 선정 '프리패스' 논란을 정면 돌파했으나 이 대목이 오히려 축구팬들과 국민들 반발을 부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이미 축구협회는 21세기 레전드 축구인들에게 외면을 받은 상태다. 지난 7일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홍 감독을 전격 내정하자 유럽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던 박주호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이 선임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자신도 전력위 위원을 사임하겠다는 내부 고발을 했기 때문이다.
이어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조원희, 구자철 등이 감독 선임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문제점 혹은 박주호 위원에 대한 축구협회의 법적 대응 강경 조치 천명에 강력 반발했다. 최근엔 국민 여론에 공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축구협회 감사를 실시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팬들은 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내정하자 외국인 감독을 상당수 포함한 100여명의 후보군을 놓고 고민하다 홍 감독을 선택한 것이 미리 짜인 각본이었다고 반발하는 중이다.
뭔가 괜찮은 감독을 뽑을 것처럼 제스처를 취하다가 협상 실패 등을 이유로 질질 끌었고 결국 오는 9월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이 다가오면서 임박하면서 홍 감독을 공정한 면접 없이 그의 자택에 찾아가 부탁하는 방식으로 대표팀 감독에 선발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의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으나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고 있다. 축구협회는 모든 지도자에게 똑같은 방식을 적용해 뽑을 수 없다며 홍 감독 선정 '프리패스' 논란을 정면 돌파했으나 이 대목이 오히려 축구팬들과 국민들 반발을 부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축구협회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사령탑 선임 과정을 이날 시간 순서에 따라 설명하며 사령탑 선임의 절차에 문제점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 감독이 제대로 된 평가 과정 없이 '프리패스'로 사령탑에 선정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집중 해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축구협회 해명을 깔끔하지 못했고 설득력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정당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오히려 가르치려고 들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외국인 후보들과 면담 뒤 두 명의 외국인 후보 우선순위도 결정하고 계약 조건에 대해 조율도 했다"라며 "다만 이임생 이사가 후보자들이 설명하는 게임 모델 검증이나 전술적 선택들이 대한축구협회의 기술철학과 접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며 이 이사 독단적으로 이들에 대한 자격 미달 판정 내렸음을 시인했다.
이 이사는 결국 지난 5일 귀국 직후 홍 감독 자택을 찾아가 여러 시간 설득 끝에 대표팀 감독 합의를 이끌어냈다.
축구협회는 "(이 이사가) 마지막으로 홍 감독을 만났는데, (홍 감독과)면담이 진행되지 않으면 외국인 지도자 중 우선순위 감독과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며 "이 이사는 홍 감독과 면담을 통해 대표팀 운영 방안, 한국축구 기술철학 각급 대표팀 연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그에 대한 협력과 실행 의지 등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이 이사가 홍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의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의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으나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고 있다. 축구협회는 모든 지도자에게 똑같은 방식을 적용해 뽑을 수 없다며 홍 감독 선정 '프리패스' 논란을 정면 돌파했으나 이 대목이 오히려 축구팬들과 국민들 반발을 부르고 있다. 사진은 감독 선임 과정 내부폭로를 한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 엑스포츠뉴스DB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은 장문의 분석 자료를 제시했으나 홍 감독은 그렇지 않아 특혜라는 세간의 주장도 반박했다.
"(외국인)한 감독은 22페이지의 자료와 경기 영상 16개, 다른 감독은 16페이지 자료를 제시했다. 하지만 자료의 양이 감독의 능력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근거는 아니다"라고 뚜렷한 논리 없이 단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홍 감독에 대해선 다 아는 감독인데 뭐가 더 필요하느냐는 식의 논리를 내세웠다. 아울러 홍 감독이 그간 수 차례 고사로 간주되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전력위는 대표팀 감독 후보 국내 지도자 1순위에 계속 올려놨음을 시인했다. 뭔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축구협회는 "전력강화위 1차 회의 때부터 위원들이 국내 감독들의 철학과 경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자료를 제출받지 않았다"면서 "초창기부터 국내 사령탑 가운데 1순위는 홍명보 감독이었다. 홍 감독은 울산 HD를 4년간 맡으면서 K리그1 2연패를 하는 등의 업적이 있다. 전력강화위원들도 국내 감독을 뽑는다면 홍 감독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 것만 갖고는 홍 감독 선임 과정 논리성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는지 축구협회는 맨 마지막에 비논리적인 단서를 달고 말았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의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으나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고 있다. 축구협회는 모든 지도자에게 똑같은 방식을 적용해 뽑을 수 없다며 홍 감독 선정 '프리패스' 논란을 정면 돌파했으나 이 대목이 오히려 축구팬들과 국민들 반발을 부르고 있다. 사진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엑스포츠뉴스DB
"한 나라의 대표팀 이끄는 감독을 뽑으면서 모든 후보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걸 묻고 요구하는 면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주장은 축구협회가 자리잡은 축구회관이나 제 3의 장소에서 면접에서 동일한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홍 감독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특혜 의혹을 오히려 키운 꼴이 됐다.
이에 축구팬들은 강력 반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상대 외국인 후보들이 이를 알았으면 크게 화를 냈을 일이다", "결국 후보 집 앞에 찾아가 부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사실임이 확인한 꼴이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축구협회 해명은 면접 방식과 자료 제출 등에서 후보마다 다른 방식을 적용했으나 특정 후보에 대한 특혜는 아니었다는 뜻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식과 뭐가 다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불신은 오히려 더욱 커졌다. 축구협회의 카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