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잉글랜드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대표팀 감독이 스위스와의 8강 경기에서 쓰라고 조언한 4-4-2 포메이션을 쓰지 않고 3-4-2-1 포메이션을 기용해 승리를 거뒀다.
잉글랜드는 7일(한국시간) 독일 뒤셀도르프 아레나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8강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잉글랜드는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16강까지 4경기를 치르는 동안 경기력이 매우 좋지 않았다. 유럽의 최고 골잡이에게 주는 유러피언 골든슈의 주인공 해리 케인, 레알 마드리드 다관왕의 주역 주드 벨링엄 등이 공격진에 있었으나 4경기에서 4골밖에 넣지 못했다.
슬로바키아와의 16강 경기는 탈락 위기에 놓였다. 잉글랜드는 16강에서 전반 25분에 선제골을 허용하고 패배 위기에 몰렸다. 후반 추가시간 벨링엄이 극적인 오버헤드킥으로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 전반 1분 케인이 역전골을 넣으며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4경기 동안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고집했다. 경기력이 좋지 않음에도 그가 전술을 바꾸지 않자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포메이션과 전술을 바꾸라는 것이었다.
영국 매체 '더선'의 글을 기고하는 클린스만도 거들었다. 클린스만은 스위스와의 8강 경기에서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도움을 기록한 아이반 토니와 케인을 투톱으로 기용하라는 것이었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포메이션을 바꾸라고 말했다.
클린스만의 4-4-2 포메이션 조언은 황당했다. 그는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4-4-2 포메이션을 계속 사용했으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요르단과의 4강에서 충격적인 0-2 패배라는 참혹한 결말을 맞이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클린스만의 조언이 아닌 자신이 과거 즐겨 사용한 스리백을 들고나왔다. 그는 케인 원톱을 고집하며 3-4-2-1 포메이션을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사용했다.
스리백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었다. 조별 예선과 16강에서 존 스톤스와 센터백 호흡을 맞춘 마크 게히가 경고 누적으로 8강에 뛸 수 없었다. 스톤스의 파트너가 마땅치 않아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애즈리 콘사, 카일 워커를 스톤스 옆에 두고 수비력을 강화한 스리백을 선택했다.
클린스만의 조언을 듣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 잉글랜드는 이전보다 나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스위스를 몰아붙였다. 전반 내내 주도했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스위스를 슈팅 2개로 틀어막고 점유율과 슈팅 모두 앞섰다.
잉글랜드의 포메이션 변화는 무난한 승리로 이어지는 듯했으나 오히려 선제골을 허용했다. 후반 30분 스위스의 공격 상황에서 우측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스톤스의 발에 맞고 공격수 브릴 엠볼로에 향했고 엠볼로가 발만 갖다 대며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다행히 잉글랜드의 동점골도 순식간에 나왔다. 후반 35분 데클란 라이스의 패스를 받은 부카요 사카가 오른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드리블 돌파를 통해 슈팅 기회를 찾았고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다. 이 슈팅이 골대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가며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양 팀의 승부는 연장 무득점에 그치며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의 조던 픽퍼드 골키퍼가 스위스의 1번 키커인 마누엘 아칸지의 슈팅을 막아내며 승기를 잡았고 잉글랜드는 5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해 5-3으로 승리했다.
클린스만을 비롯해 여러 전문가가 투톱의 기용을 주장했지만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뚝심 있게 케인 원톱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는 스리백을 사용해 그나마 나아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는 우승에 목말라 있다. 1966년 월드컵 이후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58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임과 동시에 유로 대회 첫 우승이다.
잉글랜드는 오는 11일 네덜란드와 결승 진출을 두고 준결승을 치른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어떤 포메이션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DB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