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아시아 육상의 자존심' 류샹(중국)이 고개를 떨궜으나 아쉬움 없는 명승부를 보여줬다.
류샹은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 허들 결승서 마지막 10번째 허들에 왼쪽 뒷허벅지가 걸리면서 중심을 잃어 13초27의 기록으로 3위에 그쳤다.
비록 3위에 머물긴 했지만 그러나 류샹의 투혼은 대단했다. 마지막 허들에 허벅지가 걸리지만 않았다면 우승을 차지한 로블레스를 추월하는 것도 가능했을 만큼 마지막 스퍼트는 빛났다.
사실 대회 직전부터 류샹이 이번 대회서 선전을 펼칠 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 부호를 붙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아킬레스건 부상과 햄스트링 염증으로 이듬해 베를린 세계선수권 불참 등의 공백기를 가졌기 때문. 그 사이 라이벌인 데이런 로블레스와 데이비드 올리버 등은 각종 대회서 활약을 펼치면서 류샹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도 류샹은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 참가해 다시금 정상 탈환을 노렸다.
29일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던 남자 110m 허들 결승. 6번 레인에 들어선 류샹의 표정은 비교적 담담했다. 그러나 류샹은 출전 선수 소개 때 긴장을 풀기 위해서인지 양손을 치켜 올리며 관중들의 응원을 유도했고 큰 한숨을 내쉬며 기합을 넣었다.
긴장감 속에 결승선을 향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류샹은 입술을 꽉 깨문 채 힘껏 내달리기 시작했다. 스타트에서 경쟁자 로블레스에게 약간 뒤쳐지는 듯했지만 이내 6번째 허들부터 점차 속도를 내면서 선두와의 간격을 좁혔다. 가속도가 붙은 류샹은 그대로 로블레스를 추월할 기세였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류샹이 아닌 로블레스의 편이었다. 류샹은 10번째 허들을 넘는 순간 왼쪽 뒷허벅지가 걸리면서 순간적으로 밸런스를 잃었다. 스피드가 급감했고 기대했던 막판 역전극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류샹은 로블레스와 리처드슨에 이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류샹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질주였을 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서 아시아 스프린터의 저력은 유감없이 보여줬다.
[사진 류시앙 (C) 엑스포츠뉴스DB]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