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서 '최악의 심판'으로 꼽혔던 앙헬 에르난데스가 은퇴를 선언했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28일(한국시간) "야구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선수들과 감독들, 팬들의 분노를 일으켰던 베테랑 심판 에르난데스가 은퇴한다"고 보도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10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이후 한동안 경기에 투입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에르난데스는 지난 2주간 은퇴 조건을 놓고 협상을 진행했고, 주말 사이에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명을 통해 자신의 은퇴 사실을 알린 에르난데스는 "1991년을 시작으로 어린 시절 메이저리그 심판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경험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다. 그 과정에서 동료들과 쌓은 우정을 소중히 여겼다"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야구계에 발을 내딛은 뒤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고, 야구인으로서 그 목표에 기여할 수 있었던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쿠바 출신 에르난데스는 1981년부터 심판으로 활동했으며, 1991년 메이저리그 심판으로 데뷔했다. 경력만 놓고 보면 '베테랑' 심판이지만, 숱한 판정 논란으로 팬들과 선수들 사이에선 '최악의 심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선 1루심으로 나와 연달아 오심을 범하기도 했다. 당시 해설을 맡은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끔찍하다. 리그에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양키스 투수였던 C.C. 사바시아도 "왜 에르난데스가 계속 심판을 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해 허리 부상으로 10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이 기간 무려 161차례나 오심을 범했다. 지난해 9월엔 체크스윙 여부를 놓고 항의한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를 퇴장 조치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인종차별 문제 때문에 승진에서 제외됐고 월드시리즈에 나서지 못했다는 게 에르난데스의 주장이었다. 그는 2005년을 끝으로 10년 넘게 월드시리즈 심판진에 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백인 심판과 소수민족 심판의 유의미한 통계적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고, 결국 해당 소송은 2021년 미국 지방법원에서 기각됐다.
USA투데이스포츠는 "MLB의 통계 연구와 보고서에 따르면, 에르난데스는 MLB 최악의 심판으로 간주되지 않았으나 여론 법정에선 그보다 홈플레이트 심판으로 더 많은 오심을 한 심판은 없다"며 "이제 그는 오랫동안 따라다녔던 조롱에서 벗어나 은퇴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AP,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