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경질이 임박한 에릭 텐하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팀을 떠나기 전 팬들에게 '팩트 폭행'을 가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6일(한국시간) "텐하흐는 FA컵 우승 직후 자신이 맨유에 막 도착했을 때 맨유가 완전히 엉망인 상태였다고 주장했다"라며 "텐하흐는 자신이 경질되면 다른 곳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고 말했다"라고 텐하흐의 발언을 조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텐하흐는 "내가 부임했을 때 맨유는 엉망이었다. 지금 맨유는 발전해가고 있으며 중요한 건 트로피를 따는 것"이라며 "2년 동안 2회 우승은 결코 나쁘지 않은 결과다. 2년간 3번의 결승전 역시 나쁘지 않았다"라고 엉망진창이었던 맨유를 2시즌 연속 우승으로 이끈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맨유는 25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2023-24시즌 FA컵 결승전을 펼쳐 2-1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FA컵 결승전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한 맨유는 FA컵 우승으로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출전권까지 손에 넣었다. 리그 8위에 그치며 UEFA 클럽대항전 진출 가능성이 굉장히 낮았으나 마지막 희망이었던 FA컵 우승에 성공하며 반전을 이뤘다. 맨유가 우승하면서 6위 첼시는 유로파리그가 아닌 유로파 컨퍼런스리그에 출전하게 됐다.
이날 맨유는 맨시티에게 주도권을 내줬으나 날카로운 역습으로 비수를 꽂았다.
전반 30분 디오구 달롯의 긴 패스를 처리하기 위해 슈테판 오르테가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나왔고, 반대로 이 공을 헤더로 연결하려던 수비수 요슈코 그바르디올과의 사인이 맞지 않아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에게 공이 향했다. 가르나초는 이를 놓치지 않고 침착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맨시티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맨유가 더 달아났다. 전반 39분 선수들의 연계 플레이로 완벽한 추가골을 뽑아냈다. 가르나초와 브루누 페르난데스를 거쳐 코비 마이누에게 공이 향했고, 마이누가 지체하지 않고 슈팅을 시도해 맨시티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맨유는 후반전 막바지 제레미 도쿠에게 추격골을 허용하며 위기에 빠지는 듯했으나 남은 시간 동안 1점 차 리드를 지켜내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번 FA컵 우승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이후 맨유가 텐하흐 감독 체제에서 차지한 두 번째 우승이다. 맨유는 지난 시즌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꺾고 리그컵 정상에 오르며 2016-17시즌 유로파리그 우승 이후 6년 만의 무관 탈출에 성공했다. 이어 이번 시즌 FA컵까지 거머쥐며 2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텐하흐는 자신이 부임하기 전까지 무관의 늪에 빠져있었던 맨유가 엉망이었다고 직설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텐하흐는 곧 맨유를 떠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미 맨유가 FA컵 결과에 상관 없이 텐하흐 경질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결승전이 열리기 하루 전날이었던 25일 "맨유는 FA컵 결과와 관계 없이 텐하흐를 경질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이번 결정은 짐 랫클리프 구단주를 비롯해 그의 동료들이 내릴 가장 중요한 결정이다. 맨유는 1990년 이후 리그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라고 독점 보도했다.
가디언은 "2016년 루이 판할 때와 마찬가지로 웸블리에서 맨시티를 꺾어도 텐하흐는 감독직을 유지할 수 없다. 이 무자비한 결정은 짐 랫클리프 구단주의 가장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라며 "맨유는 1990년 이후 리그 최저 순위를 기록한 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라고 맨유가 텐하흐 경질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텐하흐는 시즌 내내 궁지에 몰렸다. 감독 능력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전술은 비판을 받았으며 그가 영입한 많은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라면서 "텐하흐는 부상자가 너무 많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번 시즌 많은 치욕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텐하흐 후임으로는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첼시 감독, 키어런 맥케나 입스위치 타운 감독이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도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 그레이엄 포터 전 첼시 감독, 토마스 프랭크 브렌트퍼드 감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