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이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엑스포츠뉴스 창원, 박정현 기자) 43년 역사를 자랑하는 KBO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 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쏟아졌다. 창원NC파크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는 23일 창원NC파크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렀다. 이날 양 팀은 개막전답게 1선발을 투입해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NC는 KBO 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카일 하트를, 이에 맞서는 두산은 경력직 라울 알칸타라를 내세웠다.
경기 초반 흐름은 NC가 밀리는 형세이었다. 2회초 2사 1,3루에서 하트가 박준영에게 좌중간 담장을 직접 때리는 큼지막한 2타점 3루타를 헌납해 0-2로 끌려갔다. 경기 중후반 잠자던 NC 방망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7회말 무사 만루에서 김성욱의 유격수 땅볼로 한 점 따라가 1-2, 2사 만루에서는 김주원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3-3 살얼음판 승부가 이어지던 8회에는 서로 한 점씩 주고받았다. NC는 2사 3루에서 양의지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해 2-3이 됐다. 이후 NC는 대포 한 방으로 맞불을 놨다. 선두타자 권희동이 풀카운트에서 김명신의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5m 동점포(시즌 1호)를 쳐 3-3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분위기를 살려가던 NC는 9회말 2사 만루에서 4번타자 맷 데이비슨이 상대 마무리 투수 정철원을 공략해 1타점 적시타를 때려 4-3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챙겼다.
개막전에서 끝내기 승리를 챙긴 뒤 기뻐하는 NC 선수단. NC 다이노스
경기 후 흥미로운 기록이 여럿 나왔다. 이날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이용찬은 공을 단 하나도 던지지 않고 승리 투수가 되는 신기록을 세웠다. KBO 리그 43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3-3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9회초 NC는 구원 투수 류진욱을 앞세워 아웃카운트 2개를 빠르게 올렸다. 그러나 이후 허경민이 우전 안타로 출루해 누상에 주자가 나갔다. NC는 8회초부터 나와 1이닝 24구를 던진 류진욱을 교체하려 했고, 마무리 투수 이용찬을 올려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마운드에 오른 이용찬은 대주자 이유찬을 저격했다. 재빠르게 1루로 견제했고, 1루수 데이비슨이 이유찬의 손이 베이스에 닿기 전 태그해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이후 NC는 9회말 데이비슨이 끝내기 안타를 쳤고, 팀의 마지막 투수 이용찬은 투구수 0개를 기록하고도 승리 투수가 됐다. 그는 경기 뒤 "(0구 승리 투수) 기록은 경기 후 알게 됐다. 그 기록보다는 개막전에서 승리할 수 있어 기뻤다"라고 2024시즌 팀의 첫 승리 투수가 된 소감을 밝혔다.
NC 다이노스 투수 이용찬의 견제 장면. 이용찬은 KBO 리그 43년 역사 최초로 투구수 0개 승리 투수가 됐다. NC 다이노스
끝내기 안타를 친 데이비슨도 이색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KBO 리그 데뷔전을 개막전에서 치르며 때려낸 리그 첫 안타가 끝내기였기 때문. 1982년 KBO 리그가 출범한 뒤 9명이 데뷔 첫 안타를 끝내기 안타로 기록했다. 그 중 4명이 데뷔전에서 친 첫 안타로 끝내기 안타를 쳤고, 그중 시즌 개막전이 데뷔전이었던 선수 중 끝내기 안타를 친 건 데이비슨이 유일했다.
경기 뒤 데이비슨은 "정말 좋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잘해야 하니 부담되고 긴장된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해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가 직구가 좋은 걸 알고 있었고, 많이 던진다는 것도 알았기에 높은 쪽 직구를 노림수로 두고 나섰다. 개막전에는 당연히 긴장도 되고, 잘하려는 욕심도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준비를 열심히 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며 웃어 보였다.
한편 NC는 이날 여러 신기록을 만들며 기분 좋은 개막전 승리를 챙겼다. 개막전 승리는 지난해(2023년 4월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어 2년 연속.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찬 홈 경기장에서 승전보를 알리며 2024시즌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KBO 역대 투구수 0개 승리 투수
이용찬(NC)-2024. 03 23 VS 창원 두산전
◆KBO 리그 첫 안타를 끝내기 안타로 기록한 선수
이광길(당시 삼미)-1983. 04. 27 VS 인천 OB전
김홍기(당시 태평양)-1991. 08. 31 VS 인천 해태전
송진우(당시 한화)-2001. 06. 03 VS 청주 LG전
송원국(당시 두산)-2001. 06. 23 VS 잠실 SK전
조평호(당시 우리)-2008. 04. 01 VS 목동 한화전
박으뜸(당시 NC)-2013. 04. 14 VS 마산 SK전
김성욱(당시 NC)-2013. 08. 08 VS 마산 KIA전
김준태(당시 롯데)-2013. 10. 01 VS 사직 LG전
루이스 히메네스(당시 롯데)-2014. 04. 10 VS 사직 LG전
데이비슨(NC)-2024. 03. 23 VS 창원 두산전
◆KBO 데뷔전에서 리그 첫 안타를 끝내기 안타로 기록한 선수
송원국, 김준태, 히메네스, 데이비슨
◆KBO 데뷔전을 개막전에서 치르며 리그 첫 안타를 끝내기 안타로 기록한 선수
데이비슨
사진=NC 다이노스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