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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사격 황제'…권총 내려놓은 진종오 "후배들 위해 물러나야 할 때"

기사입력 2024.03.05 00:10

한국 사격 황제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꽃다발과 케이크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사격 황제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꽃다발과 케이크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사격 황제' 진종오가 권총을 내려놓는다.

진종오는 4일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 본사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2020 도쿄 올림픽(2021년 개최)을 마치고 은퇴를 결심했다. 후배들을 위해 (권총을)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올림픽에서 경기를 치르며 '더는 자리를 차지하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한국 사격의 영웅이었던 진종오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 4개를 거머쥐었다. 진종오가 올림픽 무대에서 낸 성적은 양궁 김수녕(금4·은1·동1)과 함께 한국 선수의 하계 올림픽 개인 최다 금메달(4개) 및 최다 메달(6개) 타이기록으로 남아있다. 동계 올림픽 최다 메달은 스피드 스케이팅 이승훈(금2·은3·동1)의 6개다.

진종오가 특히 대단한 것은 한국 스포츠사 유일의 올림픽 단일 종목 3연패 선수라는 점에서다. 또 사격 종목에서도 유일하게 같은 종목을 올림픽에서 3회 연속 제패한, 그야말로 세계 사격의 레전드로 이름을 남겼다.



진종오는 2004 아테네 올림픽 권총 5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권총 50m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2 런던 대회 때는 권총 50m와 공기 권총 10m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권총 50m 3연패에 성공하며 이름을 떨쳤다. 남자 50m 권총을 통해 올림픽 사격 역사상 단일 종목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그러나 진종오의 주종목인 남자 50m 권총이 올림픽 종목에서 빠지다보니 공기권총, 혼성 단체 등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진종오는 시상대에 올라가지 못했다. 이날 은퇴 회견에서 진종오는 "사격 선수에게 치명적인 노안이나 수전증은 없었지만 이제 물러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당초 진종오는 도쿄 올림픽을 마친 뒤 2024 파리 올림픽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그는 "사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하면 스스로 부담을 추가하게 될 것 같았다. 시한부 선고를 하는 느낌이라 제대로 말씀 못 드렸다"며 "사과드린다. 솔직히 마음은 내려놨었다"고 돌아봤다.

한국 사격 황제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가족과 지인들의 영상 메시지를 본 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사격 황제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가족과 지인들의 영상 메시지를 본 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 올림픽을 마무리한 뒤에도 서울시청 유니폼을 입고 실업 선수로 활동했다.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경기에 출전한 것은 지난해 9월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였다. 당시 본선 21위로 결선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진종오는 처음 선수 생활을 시작한 1995년부터 자신만의 '사격 일기'를 써왔다. 그는 "(지난해) 나만의 은퇴 경기를 치른 뒤 '은퇴 일기'를 썼다. 이제 더는 선수로 뛸 수 없는 몸이라는 생각에 슬픈 일기를 적었다"며 "첫 발부터 마지막 발까지 정말 소중하게 한 발 한 발 쐈다. 이제 현역 선수로 무대를 밟지 못한다는 생각에 더 소중하게 임했다. 마지막 발은 10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손에 넣은 뒤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체육학 석사 학위를 딴 뒤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로 일하며 행정가 수업도 받았다.



'빙상 여제' 이상화와 함께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진종오는 "또 다른 인생의 변곡점"이라 표현했다. 그는 "우리 미래 세대가 체력적으로 약해져 있다. 아이들이 많이 뛰어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게 내 역할이라 여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종오와 함께 런던 올림픽에서 2관왕에 등극했던 기보배(양궁)는 최근 은퇴식에서 "다시 태어나도 양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종오는 "난 다시 태어나도 사격하고 싶다. 지금도 사격장만 가면 설렌다"고 전했다.

자녀가 권총을 잡는 것은 어떨까. 진종오는 "내 아이가 스포츠를 한다고 하면 뭐든 시켜주고 싶다. 매주 아이를 사격장에 데려가 스트레스 풀게 하고, 총기 안전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또 다른 도전의 길에 들어섰다. 진종오는 지난달 국민의힘에 입당해 정계에서 인생의 다음 챕터를 시작하기로 했다. 관련 질문에 그는 "오늘(4일)은 '선수 진종오'의 모습만 말씀드리고 싶다. 내일(5일)부터는 얼마든지 답해 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 사격 황제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사격 황제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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