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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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우승 상금→후배들 뱃속으로…벤자민 "내리사랑 전하고파" [오키나와 스토리]

기사입력 2024.03.04 17:45

KT 위즈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투수진 내기에서 승리한 뒤 상금에 사비를 얹어 젊은 투수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KT 위즈 제공
KT 위즈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투수진 내기에서 승리한 뒤 상금에 사비를 얹어 젊은 투수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KT 위즈 제공


(엑스포츠뉴스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마음씨가 곱다.

KT 위즈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은 지난달 29일 투수들 질투를 한몸에 받았다. 당시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투수조와 트레이닝 파트는 각 1000엔(약 9000원)씩 돈을 모았다. 간단하게 제비뽑기 게임을 진행해 우승자를 가렸는데, 벤자민이 당첨됐다. 상금 2만6000엔(약 23만원)가량을 수령했다.

투수들은 모두 "역시 될 사람은 된다"며 벤자민을 부러워했다. 엄상백은 "난 이런 게임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며 허탈하게 웃었고, 윌리엄 쿠에바스는 벤자민을 향해 "빅 머니(Big Money)"를 외쳤다.

벤자민은 내기 상금에 사비를 더해 동료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2일 스프링캠프 마지막 휴식일을 맞아 젊은 투수들을 불러모았다.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어린 선수들이 오키나와에서 꼭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초밥집으로 향했다. 80만원가량의 식사비를 계산하며 미소 지었다.

만화에서 가끔 나오는, 투수들이 일본 초밥집에서 그릇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는다는 그 장면이 실화가 됐다.

투수 조장 고영표에 이어 훈훈한 소식이다. 고영표는 지난달 26일 훈련을 마친 뒤 투수들을 전부 소집해 단체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야끼니꾸(일본식 고기구이)를 대접했고, 식사 비용만 200만원가량 나왔다. 당시 고영표는 투수 조장이자 구단 최초 비FA(자유계약) 다년계약 선수로서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통 크게 지갑을 열었다. 예비 FA였던 고영표는 올 시즌을 앞두고 KT와 5년 총액 107억원(보장액 95억원·옵션 12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KT 위즈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투수진 내기에서 승리한 뒤 상금에 사비를 얹어 젊은 투수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KT 위즈 제공
KT 위즈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투수진 내기에서 승리한 뒤 상금에 사비를 얹어 젊은 투수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KT 위즈 제공


벤자민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벤자민은 "투수들끼리 재밌는 게임을 했는데 솔직히 이기기 싫었다. 어린 선수들의 돈을 가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며 "그래서 당첨 후 내 돈을 보태 저연차 투수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만들자고 마음먹었다"고 입을 열었다.

벤자민은 "우리 팀엔 베테랑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며 후배를 챙겨주는 문화가 잘 잡혀있다. 나도 투수조에서는 고참에 속하는 만큼 그런 문화에 동참해 후배들에게 내리사랑을 전하고 싶었다"며 "불펜투수들은 내가 선발일 때 항상 잘 던져줬고, 늘 고생하고 있다. 고영표에 이어 나도 챙겨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2022년부터 KT와 동행을 시작해 올해로 3년째다. 벤자민은 "KT는 신구 조화가 좋은 팀이다. 어린 선수들이 베테랑들을 보면서 조화롭게 어울리는 문화가 인상적이다"며 "젊은 선수들 중 좋은 투수들이 많다. 슈퍼스타로서 자질을 가지고 있으니 경험을 쌓아 빛을 발하도록 나도 돕겠다. 모두 부상 없이 한 시즌 파이팅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새 마무리투수로 거듭난 박영현은 "외국인 투수가 이렇게 우리를 챙겨주니 감회가 새롭고 고맙다. 벤자민을 통해 투수로서의 마음가짐,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모습들을 많이 배우려 한다"며 "나도 (고)영표 형이나 벤자민처럼 후배들을 자연스럽게 챙겨줄 수 있고, 후배들이 다가올 수 있는 선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팔꿈치 재활 중인 선발투수 소형준은 "벤자민이 자리를 마련해준 덕분에 비슷한 연차의 투수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다. 또 불펜 포수들까지도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여러가지를 느꼈다"며 "이런 좋은 분위기를 시즌 마칠 때까지 이어가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한다"고 미소 지었다.

KT 위즈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KT 위즈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사진=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 KT 위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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