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니면 어때…'홍콩 노쇼' →투어 취소 아르헨, 미국서 3월 A매치 진행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의 홍콩 노쇼 사태로 피해를 입은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이 메시가 뛰는 미국에서 친선 경기 일정을 다시 잡았다. 

아르헨티나 라디오 기자 에스테반 에둘이 19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의 3월 A매치 개최 장소가 미국으로 변경됐다고 전했다. 

기자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3월 A매치 친선 경기가 변경된다. 중국 개최가 불가능해지면서 아르헨티나는 미국에서 나이지리아, 엘살바도르와 경기를 치를 것이다"라며 "오늘 내일 중으로 경기장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매체 '스포츠 바이블'은 앞서 9일 3월에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간의 친선경기는 리오넬 메시에 대한 분노로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메시는 지난 4일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마이애미와 홍콩 올스타 간의 친선 경기 때 예고 없이 결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마이애미는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던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를 영입해 전 세계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투어를 통해 홍콩 팬들에게도 인사할 기회를 잡았으나 팬들이 경기 출전을 가장 원했던 메시는 수아레스와 함께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끝내 출전하지 않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AFP 통신에 따르면 홍콩 스타디움에는 아르헨티나를 상징하는 하늘색-흰색 줄무늬 유니폼과 인터 마이애미 홈 유니폼인 연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4만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이들은 후반전 중반 이후로도 메시가 출전하지 않자, 야유를 퍼부었고, 환불을 외치기도 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에는 팬들의 항의가 최고조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베컴 구단주가 경기 후 홍콩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을 때도 팬들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하게 한 채 거센 야유를 보냈다.



헤라르도 마르티노 인터 마이애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많은 팬이 실망했다는 걸 알지만 용서를 구한다. 잠깐이라도 뛰게 하려고 했지만, 부상 위험성이 너무 컸다"라면서 "구단 의료팀으로부터 메시와 수아레스가 경기에 출전한다면 부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소견을 들었다"라고 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메시가 뒤에 이어진 일본 일정에선 모습을 드러내면서 홍콩 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메시는 7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비셀 고베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해 일본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중국축구협회가 메시 보이콧에 나섰다. 중국축구협회는 10일 "아르헨티나와 3월 두 차례 A매치 일정을 취소한다"라고 밝혔다. 



당초 아르헨티나는 오는 3월 18일과 26일,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중국 항저우와 베이징에서 각각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와 친선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홍콩에서의 사태로 인해 이 친선 경기 일정을 취소한 것이다. 

다만 중국 본토 팬들은 억울할 수 있다. 메시가 홍콩 자치구에서 노쇼를 했는데 애꿎은 본토 팬들도 같이 피해를 본 것이다. 

정치적으로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외치며 홍콩을 영국으로부터 반환받은 뒤, 2010년대 들어 시진핑 주석이 정권을 잡으면서 홍콩 독립 의지를 꺾어버리고 민주화가 아닌 중국처럼 공산화 작업에 들어갔다. 홍콩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국가연주 때 중국 국가를 쓴다. 



다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여전히 홍콩축구협회를 인정하고 있다. 정치와 무관하게 홍콩 대표팀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고 홍콩축구협회도 중국축구협회와는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콩 축구대표팀은 1월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전 열린 중국과의 친선 경기에서 1985년 이후 39년 만에 승리하기도 했다. 

홍콩 축구 팬들이 메시에게 피해를 봤는데 애꿎은 중국 항저우, 베이징 축구 팬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같이 피해를 보는 억울한 상황이 됐다. 

당시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 남미 지역 기자인 펠리페 카르데나스는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중국과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친선 경기를 취소할 계획이 없으며 다른 곳에서 이들과 친선 경기를 치르기 위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결과적으로 미국을 택했다. 미국은 오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개최) 월드컵 개최국이면서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2024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개최국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 입장에선 메이저 대회 전에 개최국에서 친선 경기를 치르며 현지 점검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