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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정몽규 설명과 다르다?…클린스만 "내가 먼저 농담처럼 제안, 진지하게 듣더라"

기사입력 2024.02.19 11:43 / 기사수정 2024.02.19 11:43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탈락으로 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내려온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의 제안을 받아 감독직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졸전 속에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다. 이어 손흥민, 이강인을 중심으로 한 내분 등으로 비판받은 끝에 지난 16일 경질됐다.

15일 KFA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선수단 내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이 더욱 들끓었고, 정 회장도 경질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한국을 떠난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가 언론 기고를 통해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이 대회 탈락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축구가 어지러운 국면에서 한 달가량 전 독일 탐사보도 매체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이 자신을 내친 정 회장과 돈독한 관계를 언급한 사실이 밝혀졌다.



매체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재임 기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우군'이자 자신을 지탱해줄 지지 기반으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컵이 한창이던 지난달 21일 슈피겔이 공개한 심층 인터뷰 기사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은 정 회장과 한국 대표 기업 중 한 곳인 현대가 영향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거다. 엄청난 일"이라고 표현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정 회장을 어떤 존재로 보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등지에서 여러 차례 클린스만 전 감독과 만난 마르크 후여 기자는 "클린스만은 현대가와 정 회장에 대해 열광적인 태도를 보였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곧장 정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직접 대면한다"라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대표팀 감독 시절 서울 용산역 인근 호텔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피겔은 "클린스만은 '정 회장의 사무실이 용산역에 있다'며 자신의 숙소에서 '5분 거리'라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용산역에 있다.

십수 년간 클린스만 전 감독과 수 차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후여 기자는 독일을 지휘할 때도 그가 대표팀 일정이 끝나면 캘리포니아의 자택으로 돌아가 비판이 거셌다고 전했다.

당시 클린스만 전 감독의 '우군'은 독일 현대사의 거인으로 평가받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로 알려졌다. 실제로 메르켈 전 총리는 최근까지도 클린스만 전 감독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첫 동독 출신 여성 총리로 16년을 재임한 메르켈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특별공로 대십자 훈장 수여식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초청했다.

당시 메르켈 전 총리는 "클린스만 감독이 너무 자주 캘리포니아에 간다고 알려졌던 초창기부터 격의 없이 함께했고, 한 번도 서로 연락이 끊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메르켈 전 총리가 처음 취임한 당시 독일 대표팀 감독이었다.

슈피겔은 "어려운 시기에는 곁을 지켜줄 동맹이 필요하다"고 서술하며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정 회장이 이런 존재라고 강조했다.



또한 매체에 따르면 클린스만 전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맡게된 배경에는 정 회장의 지분이 컸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이를 두고 '우연적'이라고 표현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과 정 회장의 첫 만남은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부터였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아들이 미국 대표로 이 대회에 참가했고, 정 회장과 안면을 텄다.

이후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중 한 경기장의 VIP 구역에서 정 회장을 다시 만났다. 한국-브라질의 16강전(1-4 패)이 끝난 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였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월드컵에 참여하고 있던 클린스만 전 감독은 정 회장에게 "감독을 찾고 있냐"고 물었다. 오랜만에 만난 정 회장에게 농담조로 건넨 말이었다.

그러나 슈피겔은 정 회장이 클린스만의 말을 다소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어 다음날 두 사람은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와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클린스만 전 감독은 "스트레스 받지 말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달라"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런데 실제로 몇 주가 지나자 정 회장에게 연락이 왔다. 그 이후로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보였다는 게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설명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대표팀 감독에 부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던 지난해 3월 국내 취재진에 이와 유사한 부임 과정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정 회장 측으로부터 연락받은 과정 등 세부 경위는 따로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슈피겔과의 인터뷰를 통해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직접 선임 과정을 공개하면서 정 회장의 거짓말이 들통났다.



정 회장은 지난 16일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며 '오해'를 바로 잡겠다며 감독 선임 과정을 일부 밝혔다.

취재진으로부터 '사퇴 의사'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정 회장은 갑자기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여러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파울루 벤투 감독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벤투 감독의 경우에도 1순위, 2순위 후보들이 답을 미루면서 다른 후보를 선임한 것이었다. 클린스만 감독 때도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졌고, 최종적으로 5명까지 좁힌 후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후 1∼2위와 2차 면접을 진행했고, 클린스만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임 의사를 묻는 질문에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밝히며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 전 감독이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선임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슈피겔의 보도에 따르면 클린스만은 정 회장이 데려온 인물이 맞았다.

전력강화위원회가 감독 선임 절차를 밟기 시작한 건 지난해 1월 11일이다. 카타르 월드컵이 종료되고 한참 뒤에 이뤄졌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말대로라면 이미 감독 선임 절차를 밟기 전부터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은 서로 한국 감독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전력강화위원회가 61명부터 23명, 5명까지 후보를 줄여나갈 때 정 회장의 마음 속에는 클린스만이 자리하고 있던 셈이다. 감독 선임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리가 없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슈피겔에 "내 노트북이 내 사무실"이라며 재택근무 논란을 둘러싼 소신도 밝혔다.

스스로를 자유롭게 날아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 비유한 클린스만 전 감독은 한국에서만 감독직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슈피겔은 "클린스만은 한국 최고의 선수들도 한국이 아닌 유럽에서 뛰는데, 한국이든 어디든 특정한 곳에 머물며 감독으로 일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 전 감독은 "내가 며칠 동안 보이지 않으면 한국 언론들은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 언론으로부터 압력이 커지면 KFA 측에서 연락이 와 '비행편이 언제냐'고 묻는다"라며 여론의 압박이 거셌다고 돌아봤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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