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가 13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 2조에서 역영하고 있다. 황선우는 준결승 전체 2위로 결승에 올라 생애 3번째 세계선수권 메달이자 첫 금메달에 도전하게 됐다. 황선우는 주어진 컨디션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21·강원특별자치도청)가 예선에서의 아쉬움을 털고 준결승에서 제 모습을 찾았다. 훌륭한 성적으로 결승에 올라 생애 첫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에 도전하게 됐다.
황선우는 1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 2조에서 1분45초15를 기록, 다나스 랍시스(리투아니아·1분44초96)에 이어 2위로 들어왔다. 황선우는 준결승 전체 순위에서도 2위를 차지해 결승에서 한 가운데 5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결승은 14일 오전 1시에 열린다.
이로써 황선우는 남자 자유형 200m에서 3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이 종목에서 처음 결승에 올라 1분44초47의 당시 한국신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황선우는 지난해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선 역시 1분44초42의 당시 한국신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이제 3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한 가운데 황선우 스스로 따고 싶은 욕심을 내비쳤던 금메달에 도전하게 됐다. 랍시스와 황선우에 이어 전날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딴 루카스 마르텐스(독일)가 1분45초21로 준결승 3위를 차지했다. 루크 홉슨(미국·1분 45초53),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김우민에 이어 은메달을 땄던 엘라이자 위닝턴(호주·1분45초90)이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다만 준결승에 황선우와 동반 진출했던 이호준은 1조에서 1분47초38에 그쳐 최하위를 기록했다. 준결승에 나선 총 16명 중엔 15위로 결승행이 무산됐다. 이호준은 지난해 후쿠오카 대회에서 이 종목 결승에 황선우와 함께 올라 한국 수영사 최초로 두 명이 세계선수권 같은 종목 결승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황선우가 13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역영하고 있다. 황선우는 예선에 이어 준결승 전체 2위로 결승에 올라 생애 3번째 세계선수권 메달이자 첫 금메달에 도전하게 됐다. 황선우는 주어진 컨디션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도 예선 성적은 1분46초97을 기록, 전체 10위로 나쁘지 않았으나 준결승에서 초반 페이스가 너무 빠르다보니 마지막 150~200m에서 힘이 떨어져 순위가 크게 밀리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황선우가 건재를 알리며 결승에 올라 기대를 걸 만하다.
황선우는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열린 예선에선 사실 고전했다. 초반 50m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렸으나 이후 페이스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뒤로 밀리더니 랍시스, 마쓰모토 가쓰히로(일본) 등에 역전을 허용하고 1분46초99를 기록한 것이다. 순위가 예선 전체 11위가 되면서 준결승 레인도 7번 레인을 받았다.
황선우는 예선 직후 "무난히 준결승으로 올라가자는 생각이었지만 150~200m 구간에서 약간 조금 페이스가 엉킨 거 같아 조금 불만족스럽다"며 "초반 100m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후반 100m가 왠지 밀리는 경향이 있어서 좀 많이 당황했다"는 말로 예상보다 어려운 레이스 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세계 톱랭커답게 준결승에선 레이스를 바로 수정하고 나와 최상위권 성적으로 결승행을 일궈냈다.
지난 2022년 12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8번 레인을 배정받고도 우승했던 느낌을 이번 준결승 레이스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스타트부터 빠르게 물살을 갈라 첫 50m 지점을 24초18로 통과, 2조 2위로 찍은 황선우는 이후에도 페이스를 유지하며 랍시스와 앞서거시 뒷서거니 선두 경쟁을 벌였다. 레이스 막판 3~4위권 선수들에게 추격을 허용하나 싶었으나 끝까지 버텨 2위를 유지했다. 준결승 레이스만 놓고 보면 결승에서 세계선수권 3회 연속 메달은 물론 생애 첫 금메달까지 노릴 만한 좋은 경기를 했다.
황선우가 13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역영하고 있다. 황선우는 예선에 이어 준결승 전체 2위로 결승에 올라 생애 3번째 세계선수권 메달이자 첫 금메달에 도전하게 됐다. 황선우는 주어진 컨디션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쇼트코스 랍시스의 상승세, 그리고 400m에서 김우민에 이어 은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손에 쥔 위닝턴, 마르텐스 등과 4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황선우가 어느 선수보다 남자 자유형 200m에서 큰 경기를 많이 치러봤고 성적도 냈기 때문에 결승에서도 자신 만의 레이스로 금메달에 당차게 도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황선우는 한국 수영이 박태환 이후 배출한 최고의 레이서다.
지난 3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자유형 200m 7위, 남자 자유형 100m 5위를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황선우는 이듬해 세계선수권에서 루마니아 괴물 선수 다비드 포포비치에 이어 2위를 하면서 세계선수권 입상의 꿈을 이뤘다. 이어 지난해에도 동메달을 따 한국 수영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한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남자 200m 결승에서 1분44초40의 새로운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하는 등 금2 은2 동2로 메달 6개를 쓸어담았다. 한국이 금메달 6개를 기록하며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하는데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이번 대회가 예년과 달리 여름이 아닌 2월에 열리면서 황선우는 물론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도 100%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에 청신호 밝힐 수 있다는 의미에서 황선우의 결승 레이스가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 전망이다.
이호준이 13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역영하고 있다. 이호준은 예선 10위로 준결승에 올랐으나 결승 진출은 이루지 못했다. 이호준은 내심 개인 최고기록을 노렸으나 이루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연합뉴스
황선우는 준결승 레이스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나 "오전에 몸이 많이 무거워서 준결승을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몸이 올라왔다. 결승에서 잘 마무리하면 될 거 같다"고 밝혔다.
금메달에 대해선 "금메달 욕심이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몸이 100%는 아니어서 욕심인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주어진 컨디션에 따라 최선을 다하면 값진 결과가 나올 거 같다"고 했다.
한편, 이날 열린 남자 접영 50m 결승에선 지난해 아시안게임 같은 종목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낸 백인철이 8번 레인에서 역영 끝에 23초35를 기록하고 최종 7위를 차지했다.
남자 배영 100m 준결승에 나선 이주호는 53초82를 기록하며 전체 10위로 결승행이 무산된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