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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에 모래주머니 차고 수영…아티스틱 스위밍, 올림픽 출전 '눈물의 뒷얘기' [도하 현장]

기사입력 2024.02.13 14:45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발목 무겁게 하려고 모래주머니 차고 연습 많이 했어요"

이리영(23·부산수영연맹)과 허윤서(18·압구정고)가 12년 만에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에 올림픽 티켓을 안긴 가운데 꿈의 무대를 가기 위한 눈물 겨운 노력이 드러났다. 수위 연기를 더 잘하기 위해 모래주머니까지 달고 헤엄친 것이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지난 12일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이 듀엣 종목의 파리 올림픽 진출권을 얻었다. 오늘 확정됐다"라고 밝혔다.

아티스틱 스위밍에서 한국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 서는 건 2012 런던 올림픽 때 '박현선-박현하' 자매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또 이리영과 허윤서는 '김미진수-하수경(1999 서울)', '유나미-장윤경(2000 시드니)',  '유나미-김성은(2004 아테네)'과 '박현선-박현하' 자매의 뒤를 이어 올림픽에 진출한 역대 5번째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듀엣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 진출권을 얻기 위해 이리영과 허윤서는 도하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다. 파리 올림픽 아티스틱 스위밍 듀엣엔 총 18개 팀이 출전하고, 단체전 출전권을 얻은 10개국과 각 대륙선수권에서 우승한 5개국이 먼저 출전권을 얻는다.

마지막 3장은 이번 도하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에 따라 분배된다. 단체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국가들 중 상위 3위 안에 들어야 파리에 갈 수 있었다.

올림픽을 위해 두 사람은 이번 대회에선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닌 싱글 종목엔 출전하지 않았다. 오직 듀엣에만 집중한 그녀들은 먼저 지난 5일 여자 듀엣 테크니컬 결승에서 예술 점수 89.5000점과 수행 점수 115.0667점을 더해 합계 204.5667점을 받아 12개 팀 중 10위를 했다.

이 성적은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아티스틱 스위밍 여자 듀엣 경기를 테크니컬과 프리로 나눈 2007년 멜버른 대회 이후 한국이 거둔 이 종목 최고 성과다.



이후 이리영과 허연수는 기세를 몰아 테크니컬에 이어 한국 역대 최초로 듀엣 프리 결승에 진출했다. 그녀들은 지난 8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아티스틱 스위밍 여자 듀엣 프리 결승에서도 예술 점수 77.7000점과 수행 점수 135.8979점을 더해 합계 213.5979점을 받아 12개 출전국 가운데 10위를 차지했다.

프리 결승에서도 이리영-허윤서 조는 수위나 싱크로나이제이션에서 연습했던 것을 거의 다 선보이면서 베이스 마크(기본점수만 부여) 없는 연기를 펼쳤다. 아티스틱 스위밍에선 최근 들어 규정이 바뀌어 연기 전 코치가 심판진에 수행할 연기를 미리 알려주고 선수들이 연기 중 특정 기술이 다르면 기본 점수만 준다. 이를 '베이스 마크 준다'고 하는데 이날 이리영-허윤서 조는 베이스 마크를 받지 않았다. 피겨로 따지면 클린 연기를 했다는 뜻이다.

깔끔한 연기를 위해 두 사람은 대회 전까지 고된 특훈을 소화했다. 특히 물 위로 솟아오르는 수위 연기 점수를 더 받기 위해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찬 채로 물속에서 연기 펼치는 훈련까지 소화했다.

지난 8일 결승을 마치고 이리영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엑스포츠뉴스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발목을 무겁게 하려고 모래주머니를 차고 많이 연습을 했다. 그래서 수위도 좀 더 좋아졌다"라며 "싱크로나이제이션을 맞추기 위해 물 밖에서 따로 지상 훈련도 함께 했기 때문에 좀 더 좋았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좋은 연기를 펼쳤지만 올림픽행 티켓은 경쟁팀의 결과에 따라 결정되기에 두 사람은 그저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리영은 "올림픽 티켓이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는 만족한 경기를 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남지 않는 경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허윤서도 "아직 우리가 한 경기 영상을 못 봤지만 그래도 저희 열심히 준비했고, 베이스 마크 없이 좋은 경기 펼친 것 같아서 후회 없이 마무리했다고 얘기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또 이리영은 허윤서에게 "(허)윤서가 입시 준비하느라 수능도 보고, 선발전도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고 바빴을 텐데, 힘든 훈련을 같이 함께 버텨서 이렇게 프리 결승 진출과 테크니컬 결승 진출을 이루지 않았나 생각한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라며 파트너를 칭찬했다.

허윤서 역시 "이제 파리 올림픽에 듀엣으로 진출할 수 있다 보니깐 언니와의 호흡도 더 중요한 것 같고, 3년을 맞춰오다 보니 호흡도 훨씬 더 잘 맞는 것 같아 앞으로도 더 힘내서 같이 잘하자고 말하고 싶다"라며 이리영 칭찬에 화답했다.



후회 없는 연기를 펼친 두 사람의 노력은 마침내 보답받았다. 듀엣 프리 경기 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난 11일 귀국했는데 다음 날인 12일 낭보를 받아들었다.

올림픽행이 확정되자 이리영은 자신의 SNS을 통해 "5살 운동을 시작하고 운동선수라면 모두가 꿈꾸는 올림픽에 출전을 할 수 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라며 "누구보다 간절했던 마음, 모두가 함께 바랬던 일이 이루져서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고 절대 혼자 만의 힘으로 해낼 수 없었던 일이기에 같이 고생한 (허)윤서와 선생님들, 그리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라며 기쁜 심정을 드러냈다.

허윤서도 SNS에 "확실한 목표가 생겼으니 다시 힘내서 달려보겠습니다"라며 "듀엣 파트너 (이)리영이 언니, 코치 선생님들, 그리고 응원해 주시고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원했던 목표를 달성한 두 사람은 이제 올림픽 무대를 위해 또 다른 특훈에 들어간다.

올림픽에 진출했을 경우 보완해야할 점을 묻는 질문에 이리영은 "일단 우리가 기술적인 난이도를 많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틱(예술)적인 면에서의 점수가, 기술적인 난이도에 비해 조금 부족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허윤서는 "나도 언니와 똑같이 생각하고, 우리가 올림픽을 가게 된다면 지금 우리의 예술적인 점수를 좀 더 많이 보완하고 싶다"라며 "또 예술적인 점수 뿐만 아니라 난이도도 지금 점수 체계에서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난이도도 많이 높여서 출전을 해야 할 것 같다"라며 올림픽을 앞두고 대비해야할 점을 꼽았다.


사진=도하 어스파이어 돔, 권동환 기자,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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