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강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족한 전술 역량이 드러나는 경기였다.
한국은 전후반 추가시간까지 합쳐 110분 경기를 치르면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크로스만 무려 41회를 시도했는데, 그 중 10회 성공에 그쳤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에 위치한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예선 E조 3차전에서 국제축구연맹 랭킹 130위인 상대를 맞아 졸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이날 클린스만호 공격과 수비는 모두 답답했다. 한국은 측면에서 공격수와 풀백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기회를 만들려고 했으나 마무리가 날카롭지 못했다. 상대 밀집 수비를 허물기 위해 한국이 펼친 공격은 거의 측면 크로스가 전부였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전에서 시도한 크로스는 상대 수비에 막히거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격은 1차전, 2차전과 마찬가지로 이강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한국은 1차전에서 바레인에 동점골을 실점한 이후 이강인의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다시 리드를 되찾았다. 바레인전 추가골 주인공도 이강인이었다.
2차전에서는 이강인이 막히니 공격도 풀리지 않았다. 이강인은 요르단전에서 턴오버(공격권 상실)를 17회 기록했는데, 공격 전개의 핵심인 이강인으로부터 줄기가 뻗어나가지 못하니 답답한 공격이 이어졌다.
3차전도 이강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한국은 왼쪽 측면을 통해 공격을 시도하며 상대 수비를 유인하다 반대편에 있는 이강인을 향해 패스를 보내 방향을 전환하고는 했다. 이강인이 공을 끌고가지 못하면 공을 다시 뒤로 빼 빌드업을 시작했다.
정우영의 선제골도 이강인의 발끝에서 나왔고, 말레이시아에 역전을 허용한 뒤 터진 동점골도 이강인의 몫이었다. 이강인은 1차전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도 원더골을 터트리며 팀의 영웅 역할을 했다.
다만 이강인이 활약할수록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역량에 대한 의심은 더욱 깊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전부터 세부 전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대표팀이 지난해 9월 유럽 원정에서 첫 승을 거둔 뒤 아시안컵이 열리기 전까지 A매치 6경기에서 전승을 거두자 비판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컵 조별예선을 통해 클린스만의 전술 역량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장 이강인의 경우만 보더라도 '해줘 축구'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의 경기력은 최악에 가까웠다. 또한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에 따르면 한국은 말레이시아전에만 41회의 크로스를 시도했다. 1차전 기록은 23회, 2차전은 8회였다.
한국 공격의 마지막이 크로스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80%의 점유율을 유지했음에도 경기를 세밀하게 풀어가지 못하니 좌우 측면에서 계속 크로스를 시도해 기회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크로스 성공은 10회에 그쳤고, 이 크로스들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의 세 골 중 두 골은 세트피스에서 나왔고, 한 골은 페널티킥 득점이었다.
이강인은 말레이시아전에서 한국이 시도한 41회 크로스 중 절반 가까운 19번을 담당했다. 성공은 5번이었다.
당장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무능이 개선되길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미 대회는 시작됐고, 이제 클린스만호는 토너먼트 일정을 치러야 한다. 오히려 당장은 지금처럼 특정 선수와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을 믿는 방향을 유지하고 다듬는 게 이번 대회에서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