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KBO리그 역사의 유일한 '200안타' 타자 서건창이 KIA 타이거즈에 새 둥지를 틀었다. 소속팀이 없어진 가운데 고향 광주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결실을 갑진년 새해에 맺게 됐다.
KIA는 15일 내야수 서건창과 연봉 5000만 원, 옵션 7000만 원 등 총액 1억200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건창은 지난해 11월 LG 트윈스에서 보류선수 명단 제외로 방출 통보를 받은 뒤 2개월 만에 새 유니폼을 입게 됐다.
KIA 구단 관계자는 "경험이 풍부한 서건창이 팀 내 젊고 유망한 내야수들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 이번 영입을 결정했다"며 "김선빈과 함께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 고향팀에서 부활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건창은 KBO리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2008년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뒤 신인 드래프트에서 8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LG에 신고선수로 입단,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서건창은 2008 시즌 1군 1경기 1타석 1삼진을 기록한 뒤 곧바로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야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키움 히어로즈의 입단 테스트를 통과, 신고 선수로 입단 기회를 얻었다.
서건창은 2012 시즌 127경기 타율 0.266(433타수 115안타) 1홈런 40타점 39도루로 깜짝 활약을 펼치며 키움의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신인왕,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서건창은 2014 시즌 KBO리그에서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단일 시즌 200안타 고지를 밟았다. 128경기 타율 0.370(543타수 201안타) 7홈런 67타점 48도루로 맹활약, 타격과 최다안타 타이틀을 따내고 정규시즌 MVP에 올랐다.
서건창은 2015 시즌 개막 직후 주루 중 부상을 당하며 85경기 출장에 그치기도 했지만 2016 시즌 완벽하게 부활했다. 140경기 타율 0.325(560타수 182안타) 7홈런 63타점 26도루로 커리어 3번째 2루수 부문 황금장갑을 품었다.
서건창은 2017 시즌에도 변함 없는 활약을 펼쳤다. 139경기 타율 0.332(539타수 179안타) 6홈런 76타점 15도루로 리그 정상급 2루수의 면모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8 시즌 부상 여파로 37경기 출장에 그치며 주춤했다. 2019 시즌 규정타석 3할 타율 달성에 성공했지만 후반기부터는 고정 지명타자로 뛰며 2루 수비 소화 이닝이 크게 줄었다. 2020 시즌에는 135경기 타율 0.277(484타수 134안타) 5홈런 52타점 24도루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서건창은 2021 시즌 중반 프로 첫 번째 팀이었던 LG로 트레이드됐다. 뚜렷한 주전 2루수가 없었던 LG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반대급부로 서건창의 광주제일고 동창이자 친구인 투수 정찬헌이 키움으로 갔다.
서건창의 LG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2021 시즌 최종 성적은 144경기 타율 0.253(513타수 130안타) 6홈런 52타점 12도루로 서건창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2022 시즌에도 반등은 없었다. 서건창은 77경기 타율 0.224(219타수 49안타) 2홈런 18타점 8도루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키움 시절 최전성기를 함께했던 염경엽 신임 감독 아래서 도약을 노렸지만 44경기 타율 0.200(126타수 22안타) 12타점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고 시즌 종료 후에는 방출 통보를 받았다.
서건창이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친정팀 키움이 손을 내밀었다. 서건창이 재기는 물론 선수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서건창은 키움의 제안에 곧바로 응답하기보다는 일단 부지런히 몸을 만들었다. 고향 광주로 내려가 훈련에 매진했고 KIA 프런트가 서건창의 몸 상태를 체크하는 계기가 됐다.
심재학 KIA 단장은 "서건창이 최근 광주에서 굉장히 유명하고 규모가 있는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며 "이 소식을 우리 (프런트) 팀장들에게 들었는데 서건창의 몸 상태가 너무 좋다고 하더라. 내부 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눴고 서건창과 계약을 최종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종국 감독님이 올 시즌 (내야에서) 쓸 수 있는 카드를 여러 장 만들어 드린 것 같다 다행이다"라며 "서건창이 온다고 해서 기존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덜 받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내부적으로 건전한 경쟁과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KIA는 서건창의 주 포지션 2루에서 김선빈이라는 확실한 주전이 있다. 김선빈은 2023 시즌 119경기 타율 0.320(419타수 134안타) 48타점 OPS 0.739로 활약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KIA 역시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내야의 핵심인 김선빈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김선빈은 KIA와 계약기간 3년, 계약금 6억 원, 연봉 18억 원, 인센티브 6억 원 등 총액 30억 원에 FA 계약을 맺고 '타이거즈 원클럽맨'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김선빈의 뒤를 받칠 백업 2루수가 마땅치 않다. 김규성, 최정용 등이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확실한 카드로 보기는 어려워 내야 뎁스 강화가 필요했다.
심재학 단장은 "김선빈이 부상만 없다면 주전 2루수로 뛰겠지만 백업 내야 경쟁은 기존 젊은 선수들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며 "서건창도 예전 스타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스프링캠프 때부터 최선의 노력을 다해 경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KIA 타이거즈/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